속담이란 것이 있다. 오랜 옛날부터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일이 벌어질 확률이 대단히 높음을 짧고 비유적인 표현으로 풀어놓은 것이다. 이런 속담들의 특징은 아주 오랫동안 사람들의 입에서 입으로 회자되어 왔기 때문에 거의 의심의 여지없이 옳은 것으로 받아 들여진다는 점이다. 그러나 문제는 바로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
속담이 가리키는 바는 '발생확률이 매우 높음'을 일컫는 것이지 그것이 '옳은 것'임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현실에서 매우 빈번히 발생하는 어떤 일이 존재한다는 것과 그것이 옳은가 그른가하는 것은 대단히 별개의 일이다. 단지 사람들은 자주 발생하는 일이니 옳은 것이라는 오류를 범하거나 그도 아니라면 그저 생각하기 싫기 때문에 자주 발생하는 일을 자연스럽게 옳은 것이라 믿어 버릴 뿐이다.
그러나 적어도 정상적인 교육을, 그것도 의무적으로 고등 공교육을 받은 인간이라면 그 정도 구분은 해주어야 정상이다.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가 추성훈에게 '파벌을 운운할 것이 아니라 실력으로 이겼어야 했다'는 발언을 해서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 추성훈의 방송을 본 나로선 이원희의 지적이 전적으로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 싶다. 이미 추성훈은 방송을 통해 이원희의 지적처럼 했어야 가장 좋았을 것이라는 고백을 한 바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이원희가 '구조적으로 잘못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개인의 분발'로 제시한다는 점이다. '개인의 분발'이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면야 좋겠지만 그것은 언감생심 말도 안 되는 이야기다. 그것은 예전에 문제가 되었던 사건, 자동차 급발진의 문제를 자동차 제조회사가 아닌 소비자 개인이 증명해내야 한다는 논리와 다를 바가 없다. 그리고 알다시피 그런 것은 불가능하다.
무엇보다도 문제가 되는 것은 이런 류의 발상이 단지 한판승의 사나이 이원희만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 전반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비슷한 일이 자신에게 발생하면 개인들은 아무 것도 하지 못한채 억울해하면서도 타인에게 같은 경우가 발생하면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지우는 형국이다. 결국 이런 식의 사고방식이 지배하는 사회라면 구조적인 문제는 결코 해결할 수 없게 될 것이다.
빈번한 일과 옳은 일을 구분할 줄 알아야 하며...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덮어 씌우려고 하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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