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이명박과 박근혜, 권력 나눠먹기와 광우병

The Skeptic 2008. 5. 10. 01:29
정국이 하수선하니 이명박이 박근혜더러 만나자고 했단다. 누가 봐도 뻔한 목적을 가진 만남이다. 한나라당이란 배경없이 박근혜가 대통령을 해먹거나 혹은 정치적 영향력을 발휘하는데는 분명한 한계가 있다. 그래서 저번 총선 기간동안 '친박연대'란 참으로 우습지도 않은 이름을 달고 출마한 인간들이 한나라당으로부터 모진 공격을 받을 때도 박근혜는 사실상 무대응과 침묵으로 일관했던 것이다. 한나라당, 아니 한나라당내 명박계열에게 적이 되지 않기 위해서였다. '친박연대'가 자신의 정치적 배경이라면 한나라당은 최종목표인 셈이다.

그런 박근혜가 그동안 소닭보듯 하던 이명박을 만나는 이유는 단순하다. 모양좋게 한나라당에 승자로서 입성하고 싶은 것이다. 그렇다고 무혈입성을 순순히 허용할만큼 만만한 명박계가 아니다. 국민들의 안전은 무시해도 자신들의 권력과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서는 엄청난 정치력을 발휘해왔던 것이 한나라당이 아니던가. 그런 그들이 박근혜를 보자고 한 이유 역시 단순하다. '광우병 파동'정국에서 바닥으로 떨어진 자신들의 지지율을 만회해보고자 함이요, 사실상 대의정치라는 구조하에서 미국의 소고기 수입을 밀여붙여도 아무런 문제가 안 될 정도로 안정적인 권력구조를 만들기 위함이다.

적어도 지금 이 순간은 박근혜에겐 모양좋게 한나라당 입성을 할 수 있는 절호의 찬스이며, 이명박 역시 실질적으로 정국을 타개할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만들 수 있는 계기이기도 하다. 그런 고로 이 둘의 만남은 <적어도 '그들'에게만큼은> 상생의 정치요, 윈윈 게임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서로 마다할 이유가 없으니 분명 그런 쪽으로 결론이 날 것이다.

그러나 만약 그런 식의 결과가 나온다면 그것은 사실 박근혜를 위시한 이른바 '친박연대'란 집단이나 아무런 논리도 없이 자신의 생각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이명박에게 무조건적 충성을 맹세하는 한나라당이란 집단이 사실 정치를 하는 집단이 아니라 정치인이라는 탈을 뒤집어 쓴 채 자신들만의 정치적, 경제적 사익을 위해 똘똘 뭉쳐 있는 단순 기득권 집단이란 것을 결정적으로 증명해줄 것이다. 그리고 그 국가의 권력을 사적인 이익을 위해 이용하는 인간들이 언론과 검찰, 경찰, 장관을 위시한 관료조직 심지어 교육계의 윗자리까지 빠짐없이 점령하고 있다는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줄 것이다. (불행히도 이 뻔한 사실을 대한민국 국민들중 상당수가 아직도 모르거나 믿지 않는다)

문제는 그들의 '부적절한 만남'이 그와 같은 결과를 낳을 경우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둘러싼 국민들의 바램은 무참하게 무너져 내릴 것이란 사실이다. 이 경우 방법은 네 가지밖에 없다. 그냥 실망하고 '그런 거려니...'하며 계속해서 밑바닥 박박 긁으며 그들에게 착취당하며 사는 것이고, 두번째는 이빨 꽉 다물고 몸조심해가며 5년동안만 죽은 듯이 차는 것이고, 세번째는 국회의원들을 재소환하고 대통령을 탄핵시켜서 그들에게서 권력을 빼앗아 오는 것이고, 네번째는 그냥 짐싸들고 이민가버리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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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뭐 하나 쉬운 것은 없다.
하긴 어디 쉬운 삶이란 게 존재하긴 했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