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가재는 게 편이다.

The Skeptic 2009. 2. 24. 00:26
비슷한 것들끼리끼리 서로 돕고 살게 마련이라는 것이 옛 어른들의 말씀이신데 그닥 크게 잘못된 것은 없는 말이다. 그러나 늘 말하듯이 같은 말이라도 어딴 상황과 경우에 적용되느냐에 따라 그 의미부터 옳고 그름까지 확연하게 달라질 수 있다.

주말에 후배를 만났다. 학상시절부터 전공과 영어에서 출중한 능력을 보였던 녀석이라 경제상황이 안 좋아지기 시작한 작년 여름에 졸업을 했지만 괜찮은 직장엘 들어갔다. 대기업은 아니지만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을만한 알토란같은 중소기업이었다. 그랬던 기업이 일단 키코에 한 방을 맞고 휘청하더니 글로벌 경제위기가 본격화된 올 1월말 경에 주 4일로 근무시간이 단축되었다. 경비를 아끼기 위한 조치가 아니라 그냥 일감이 그만큼 없다는 말이다. 그러더니 이번엔 임금삭감을 거의 강제적으로 시행했단다. 자기 적성에 맞는 일이라며 의욕을 보이던 녀석이었는데 많이 풀이 죽어 있었다.

임금 삭감 소식을 전하면서 녀석이 하는 말이 쥐박이가 일자리 나누기를 말하면서 대졸 초임이 너무 많다는 말을 한 것이 결정적인 작용을 한 것 같다는 말을 덧붙였다. 회사에서도 대놓고 말을 하진 않지만 떡본 김에 제사지낸다고 타이밍좋게 밀어붙인 것 같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했다.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쥐박이의 그 말이 사람들에겐 심상치 않게 다가갈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내가 매번 말하지만 대한민국처럼 사회안전망이 고래도 지나갈만큼 큰 구멍이 숭숭 뚫린 쓰레기 그물같은 나라에선 대졸 초임이 3천 아니 4천이 되어도 결코 많은 것이 아니다. 그렇게 벌어서 10년동안 한 푼도 안 쓰고 모아야 겨우 서울 시내에서 아파트 하나 장만할 수 있다. - 물론 누군가는 그렇게 벌어서 사는 것은 재테크상으로 봤을때 무식한 짓이라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렇게 단순하게 열심히 일한 사람이 안정적인 삶을 누려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약삭빠른 것들 몇 명이 나 잘났다고 떠드는 것이 자랑인 세상이 훨씬 더 비정상이다. 혹 3, 4천도 못 받는 사람도 많다고 비아냥대는 인간도 있을지 모른다. 그런 인간의 말대로 하자면 대한민국의 모든 인간들이 88만원받고도 감지덕지하며 살아가야 한다. 그걸 정상이라고 말하고 싶은 모양이다. 덜 떨어진 것들.

문제는 왜 이제 갓 대학 졸업해서 돈 좀 벌어서 미래설계를 해보겠다는 젊은 것들 힘을 빼놓느냐는 거다. 게다가 왜 돈 좀 만진다는 인간들은 그나마 걷은 세금도 못 돌려줘서 안달이냐는 거다. 상식적으로 판단해보라. 상황이 어려우면 있는 넘들이 돈 좀 더 내서 나누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도 이 넘의 무식한 정권 색희들은 있는 넘들 돈 못 보태줘서 안달이고 그지 똥구멍에서 콩나물을 못 빼먹어서 안달이다. 이건 뭐가 잘못 되도 한참 잘못된 거다. 왜 부자들에게서 세금을 더 걷을 생각을 안 하는가? 자기나 자기 주위의 인간들이 가진 게 많은 인간들이라서 그런겐가? 그게 나라를 운영한다는 대통령이 할 짓인가?

과잉진압으로 사람을 죽여 놓고도 경찰에겐 책임이 없다 하고, 부자들에게선 세금 더 걷을 생각도 안 하면서 대졸 초임은 삭감하라고 지랄이고, 여기저기 쏘다니며 없는 사람들 위해주는 척은 열심히 하지만 복지 예산은 늘어난 것도 없고 이게 뭔 지랄 염병 쌩쑈인가. 이런 멍청한 지랄를 해대는 데도 국정 지지율이 무려 30%란다. 아직 덜 당한 모양이다. 걱정하지 마시라. 앞으로 한 10년 정도는 충분히 몸서리쳐지도록 당할 수 있으니까 맘 푹놓고들 계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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