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상관없을 것 같은 저 단어들이 한 묶음으로 나열된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김영덕은 프로야구 초창기에 여러 구단에서 감독을 맡으면서 꽤 좋은 성적을 남겼던 재일교포 감독이다. 좀 더 엄밀하게 말하자면 '꽤 좋은 성적'이 아니라 기념비적인 기록을 많이 남겼던 감독이다. 그러나 굳이 그 '기록'을 폄하하는 이유는 아이러니컬하게도 그가 남겼다는 명언(이라기 보다 변명에 더 가까운)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비난은 순간이지만 기록은 영원하다"
지금도 김영덕이란 이름으로 검색을 해보면 왜 그가 그런 변명을 늘어놓어야만 했는지 알수 있을만한 사건들을 찾아볼 수 있다. 물론 그 사건들 중 몇몇은 아직도 무엇이 진실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들도 있긴 하다. 그러나 야구팬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을 만한 유명한 몇몇 사건들만 추려보아도 승리를 위해서라면, 그리고 자신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할 수 있다는 그의 이기적인 성향을 알 수 있고 그의 기념비적인 기록에도 불구하고 그를 폄하할 수 밖에 없다.
그리고 그 앞으로 오버랩되는 하나의 영상, 김성근 감독이다. SK의 감독을 맡은 초창기 그의 승리에 대한 집념은 과거 김영덕 감독의 그것을 연상시키기에 충분했다. 물론 김영덕 감독의 그것이 사실상의 사기에 가까웠다면 김성근 감독의 그것은 그저 승리에 대한 순수한 열정이란 점에서 분명 다르다. 그러나 그 상황에서 피치 못하게 불거진 몇몇 사건들, 부상을 부를 수도 있었던 베이스 커버 동작, 노골적인 주루 플레이 방해 등등 같은 사건들이다. 그런 일련의 사건들 덕에 프로야구 팬들에게 참 욕을 많이 얻어 먹었다.
물론 난 김성근 감독이 김영덕 감독과 같은 인물이어서 선수들에게 의도적으로 비신사적인 플레이를 시킨 것이라곤 생각치 않는다. 그것은 승리에 대한 열망이 세련되지 못한 방법과 만났을 때, 그 중에서도 심적인 여유가 없을 때 불필요하게 등장하는 우발적인 사건들이다. 그 반증이 바로 2년 연속 프로야구 정규시즌 우승과 한국시리즈 2연패를 달성했던 그 첫 해와 다음 해 SK선수들의 달라진 모습이다.
첫 해, SK 선수들의 모습은 WBC 결승전의 일본 선수들을 빼다 박은 듯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그 해 시즌 내내 문제가 되었던 모습들은 한국시리즈에서도 반복되었고 SK 팬을 제외한 나머지 팬들의 공분을 사기에 충분했다. SK팬들중엔 지금도 이 대목에 대해서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있을지 모르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감정을 가라앉힌 뒤에 다시 차분히 생각해 보면 다른 프로야구 팬들의 심정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WBC 결승전에서 일본팀이 보였던 비신사적인 플레이에 분노한다면 더욱 공감하기 쉬울 것이다.
반면 그 다음 해 SK선수들에게선 그런 모습을 찾을 수가 없다. 물론 그 해에도 SK의 독주는 여전했지만 그것은 SK가 여전히 압도적으로 강해서라기 보다는 리그 전반적인 상황 탓이 컸다. SK의 전력은 첫 해보다 약해져 있었지만 승리에 대한 열망이 줄어든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SK의 플레이는 그 전 해와 확실히 달랐다. 말하자면 승자의 자리에 서본 자의 여유같은 것이 묻어 나오기 시작했다고 할까.
프로야구 원년 OB베어스의 어린이 회원이자 지금까지도 베어스니까 스폰서가 바뀌어도 그냥 간다는 뚝심으로 곰을 응원하고 있는 나 역시도 작년 SK의 정규리그 우승과 한국시리즈 2연패를 시원하게 축하해줄 수 있었다. 물론 그 전 해엔 솔직히 축하해줄 마음이 전혀 없었다. 이것이 바로 팬의 마음인 것이다. 승리에 대한 열망을 갖고 뛰는 선수들과 정당한 승부, 그 두가지만 보장된다면 팬들은 승자나 패자 모두에게 박수를 쳐줄 사람들인 것이다.
그리고 그런 팬들이 존재하고 그들이 여기저기에 자신들만의 '기록'을 남길 수 있고 서로 정보를 교환할 수 있는 공간들이 존재하는 한 야구의 기록은 단순한 공식 기록만이 아니라 비공식적인 야사로도 기록되고 전해질 것이 분명하다. 김영덕 감독의 말은 그저 명언으로 남을 수도 있지만 그 명언은 뒤에 항상 '자신의 치부를 가리기 위한 변명에 지나지 않음'이란 비공식 꼬리표가 붙여진 채로 전해질 것이다. WBC 결승전 일본팀의 모습과 우승의 웃음뒤에도 역시 같은 꼬리표가 붙여질 것이다.
덧니)
모르긴 몰라도 아마 일본 내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고로 다음 번 국제대회에선 일본 역시 확실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WBC를 대하는 일본의 태도가 올림픽에서의 완패 때문에 지나치게 경직되어 있었던 탓도 클테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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