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만에 친구를 만나 맛대가리곤 없는 천사다방 커피를 마시며(집주위에 흡연이 가능한 찻집이라곤 딸랑 이거 하나라) 수다를 떨었다.
"그 왜 있잖아? 그 누구더라? 미국의 경제학자?"
"...... 나한테 물어보는 게냐? 지금?"
"...... 그럼 안 되는 거겠지? 암튼 그 인간이 말하길......"
여기서 '그 인간'이 바로 폴 크루그먼이었다. 이름만 기억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예전에 읽은 그의 책 내용도 제대로 기억나질 않아서 우왕좌왕하다 끝났다. 나이를 먹으니 기억하고 있는 단어 수가 줄고, 그나마 기억하는 것들은 대상과 언어가 매치되질 않는다. 그래서 이제 갓 말 배우기 시작한 어린 아이들처럼 '이, 그, 저'로 시작하는 대명사가 늘어나고 있다.
그에 얽힌 일화중의 하나.
언젠가 아는 후배를 우연찮게 길에서 만나서 잠깐 담배 한 때 빨면서 잡담을 좀 했는데 문득 후배가 폴 크루그먼에 대해서, 그리고 그의 책들에 대해서 물었다. 읽을만 한지, 어떤 성향의 학자인지 하는 따위의 것들이었다. 내가 그렇게 말했었다.
"개**야. 읽지 마!"
그리고 그 날 저녁, 내가 폴 크루그먼을 다른 어떤 개** 경제학자와 착각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후배에게 전화를 해서는 '내가 대가리가 병신이 되어가는 중이라 착각했다'고 알려 주었다. 그 전화후에 닥친 더 큰 좌절감은 폴 크루그먼으로 착각한 다른 경제학자의 이름이 죽어도 기억나지 않더라는 거.
지금도 모른다.
이 글을 왜 쓰게 되었을까? 분명히 내가 폴 크루그먼의 책을 구입해서 가지고 있었던 것 같은데 책장에 없네? 누굴 빌려준건가? 빌려주었다면 누구? 아님 아예 사지도 않은 책인데 산 걸로 착각하고 있는 건가?
밥숟가락 놓을 때가 점점 다가오고 있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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