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를 하려면 한 가지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정운찬이 총리직에서 만족할 것인가 아니면 정치인으로의 번신까지 염두에 두는가 하는 것이다. 이 전제를 염두에 두더라도 결론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 후자의 경우라면 그의 스승 조순이 그랬던 것처럼 실패할 확률이 아주 높다. 그리고 총리직만 놓고 보더라도 그리 녹록하진 않다.
물론 정운찬은 현 정권이 추구하는 경제정책과 사뭇 다른 방향을 지향한다는 점에서 제한적으로나마 긍정적이긴 하다. 그러나 학자가 아닌 총리직이란 필연적으로 정치적인 파워게임이 수반되는 직책이다. 신자유주의를 맹신하는 정치집단과 관료들에게 둘러싸인 상황에서 필마단기로 자신의 비전을 현실에 풀어놓을 확률이 얼마나 될까?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민주당이 대통령과 국회 제 1당을 점령하고 있더라도 정운찬의 운신의 폭이 그리 달라지진 않을 것이다.
특히 후자의 경우를 보면 그 현상은 더욱 뚜렷해진다. 그의 스승이었던 조순이 대권에 도전하던 당시만 해도 조순의 경제정책이나 정치적 지향점은 당내 정치집단과 그리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그 정치적 행보가 나름 남조선의 양당이라할 민주당과 한나라당사이를 왔다갔다한 것임에도 불구하고 불행히도 차이는 없다. 어쨋든 그 갈짓자 행보에도 불구하고 결국 실패했다. 사람들은 그의 정치적 능력에 대해 의문을 표했지만 그건 당내 조순 반대파들의 정치적 마타도어에 불과했다.
물론 집권이후의 정치적 능력과 집권을 위한 정치적 능력이 다르긴 하다. 집권 이후라면 정치적 능력이라 불러줄만 하지만 집권을 위한 능력은 사실상 패거리 만들기란 점에서 정치라 부르기엔 무리가 있다. 물론 남조선처럼 인맥이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믿음이 가득한 나라에선 그것조차도 능력이라 불리긴 한다. 비극이지만.
이 두 가지 능력을 분리하고 전자쪽에 집중해서 본다면 과연 조순의 정치적 능력이 이회창보다 떨어진다고 볼 수 있을까? 현실에서 가정이란 무의미하지만 그걸 무시한다면 난 아니라고 본다. 김대중 대통령보다는 처질지 모르지만.
마찬가지의 이야기가 정운찬에게도 적용된다. 그렇다면 왜 쥐박이는 정운찬을 선택한 걸까? 그것 역시 조순과 마찬가지다. '새로운 인물' 국민들에게 대중적인 지지도를 획득할 수 있을 인물이 필요했던 것이다. 알다시피 여기서 '대중적'이란 단어의 의미는 '옳고 그름'과는 상관없다. 결국 쥐박이는 작금의 정치적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계기가 필요했고 그 얼굴마담 역을 위해 정운찬을 선택한 것이다. 물론 그들은 정운찬이 과거 조순처럼 정치적인 거물로 성장하는 것을 충분히 제어할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을 것이다.
반면 정운찬에게도 좋은 기회다. 현재 경제상황은 최악을 넘어섰다고 평가받고 있다. (물론 난 아니지만) 아무튼 최악의 상황에서 판에 들어서는 것보다는 유리하다. 지금부터라도 잘 추스려 낸다면 실제로 대중적인 지지도를 획득할 수 있을 것이고 대권에도 도전할 수 있을 것이다. 박근혜는 너무나 낡아서 교양있는 아줌마란 이미지마저 없으면 그저 좀비고, 오세훈은 세숫대야가 좀 더 나은 쥐박이에 불과하며, 김문수는 과거의 데모전력을 팔아 연명하는 무식한 386이니 한나라당이 내놓을 가장 적절한 후보자라 불러도 과언은 아니다. 그의 스승 조순의 경우보다 100배쯤 나은 상황이다.
뭐 여기까지는 술집에서 맥주 한 잔하며 심심풀이 땅콩삼아 씹어댈 수 있는 그런 이야기들이고 정말 중요한 질문을 해보자.
만약 정운찬이 총리가 되고 나아가 딴나라당적으로 대통령이 된다면 국민들의 살림살이가 나아질까? 어느 정도는 그리고 제한적으로는 그럴 것이다. 아마도 김대중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 시절 정도까지는 가능할 것이다. 물론 그것 역시 딴나라당과 극우 꼴통 늙은 이들의 거센 반발을 무마시킬수
있어야 가능하다는 전제가 있지만 어차피 그들이야 돈줄만 끊어지면 아무 것도 못하는 조폭들과 다를 바가 없다. 고로 권력을 잡는 순간 그들을 제어하는 것은 그리 무리한 일도 아니니 그 정도는 가능할거다.
정말 재미있는 사실은 그 정도는 민주당에서 아무나 대통령이 되고 집권한다면 사실 언제든 가능한 일이란 점이다.
너무 앞서간 것 같은데 사실 이렇게라도 앞서가고 싶은 것이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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