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민족문제 연구소, 친일인명사전 그리고 파시스트들

The Skeptic 2009. 11. 8. 01:13

민족문제연구소의 역작인 '친일 인명사전'의 보고대회가 극우 친일 파시스트들때문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한다. 하긴 남조선이 광복이후로 오늘날까지도 극우 친일 파시스트들과 극우 군사독재 파시스트들의 노리개였다는 사실을 안다면 그리 놀라운 사실도 아니다.

 

무려 반세기가 넘도록 그 분들의 지배에 대가리 조아려 가며 그 분들이 가르치는 대로 넙죽넙죽 받아 먹으며 살아온 민족이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뚝 떨어진 이른바 근본없는 인간 하나가 대통령질 해먹고 좌빨 하나가 대통령질했다고 나라가 통째로 변하는 것은 아니다. 아니 지금도 한반도 남쪽 어느 구석에선 황군장교의 따님을 대통령만들어야 한다고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충정을 토로하는 인간들도 있지 않은가. 우리 집안 멀지않은 친척중에도 있다. 

 

몰상식하고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반문명적이다 못해 비인간적이며 반인권적인 파시즘이 대중들을 사로잡는 방법은 대체 무엇일까? 많은 학자들이 그것을 연구했다. 그리고 그와 관련된 많은 책들도 나와있다. 그런데 그 누구도 대놓고 이유를 말하진 않는다. 좋게 말하면 학자들의 조심스러움이고 나쁘게 말하면 무책임한 것이다.

 

오히려 그에 대한 가장 날카로운 이야기는 당시 인권말살의 중심에 서있었던 생존자들의 증언과 증언문학을 통해 알 수 있다. 아우슈비츠의 생존자이자 증언자였던 쁘리모 레비가 그랬고 아우슈비츠에서 살인을 누구나 하는 하루일과인 양 여겼던 독일인에 대한 심층 취재보고서가 그렇다.

 

그 책들을 읽으면서 내가 내린 결론은 아주 단순하다. 파시즘이 대중들을 사로잡는 것이 아니라 대중들이 파시즘을 요구하는 것이다. 그 말은 대중들이야말로 몰상식하고 비이성적이고 비합리적이며 반문명적이다 못해 비인간적이며 반인권적이라는 이야기다. 대중들은 스스로가 피해자가 되지 않는 이상 피해자들에 대해 무관심하다. 정운찬이 731부대를 모르고 마루타를 모르는 것이 신기한 일도 아니고 그의 무지함을 드러내는 일은 더더욱 아닌 이유고, 집값이 비싸다고 복지가 엉망이라고 떠들다가도 자기 집 옆으로 복지시설이 들어선다거나 임대주택이 들어온다면 집값떨어진다고 지랄 부르스를 떠는 인간들이 새삼스럽지 않은 이유다.  

 

그래도 인터넷이 있지 않은가라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마저도 자신과 직접 관련이 없는, 그저 키보드와 모니터를 통해 모든 것이 해소되는 일일 뿐이라고 말하면 뭐라고 답할까? 그 행위가 그저 스스로의 감정을 다스리기 위한 위무의 행위가 아니라고 자신할 수 있는 이가 몇이나 될까? 

 

90년대말 마치 1930년대 개화기의 모던보이인 양 행세하며 거대담론과 구조주의, 계몽주의의 사망을 이야기했던 얄팍한 지식소매상이자 얼치기 진보주의자들의 멍청하고 안일한 현실인식이 이제 와서 비판을 넘어 비난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는 이유기도 하다. 그 당시 그들이 마치 서구의 최신 진보이론 인 양 소개했던 이야기들은 이제 TV속 광고 카피가 되어 자본주의 전파와 확대재생산의 최첨단 상징물이 되었다. 그러나 그들 중 스스로를 비판했던 인물은 아직까지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 

 

그들의 아둔함과 자본주의의 명민함은 공동체란 가치를 넘어 자유로운 개인이란 상징을 만들어 냈으나 기실 이 개인은 십대들의 이유없는 반항만도 못한 속빈 강정에 불과했다. 집단을 이루어 사는 사회적 존재로서의 개인이란 의미마저 탈각시켜내는데 성공한 자본주의에겐 이제 아무런 제약도 없어졌다. 쌍용차 파업에서 볼 수 있던 것처럼 함께 일을 하고 같이 술 한잔 나누던 동료들조차 한 순간에 몬태규와 캐플릿 가문처럼 철천지 원수로 만들어 버릴 수 있을 지경이 되었다. 

 

사실 이 정도 되면 돌고래들이 지구를 떠나겠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지경이다. 돌고래들도 이런 존재들과 같은 하늘을 이고 산다는 게 다른 외계생명체들 보기 좀 창피할 거다. 

 

 

 

 

'현실은 늘 시궁창' 카테고리의 다른 글

2009년 12월 남조선의 법  (0) 2009.12.03
키작은 남자는 Loser? 그럴 수도 있지 뭐.  (0) 2009.11.11
고교등급제  (0) 2009.10.31
18년의 무게감, 미누  (0) 2009.10.24
남조선은 강간의 왕국이다  (0) 2009.09.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