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잔다르크의 이름을 망령되이 일컫지 말지어다.

The Skeptic 2010. 1. 10. 18:14

잡소리로 시작.


잔다르크는 프랑스의 영웅으로 일컬어지고 있다. 물론 그것이 제대로 기록된 역사적 증명에 의한 것인지는 명확하지 않다. 과학이 아닌 종교가 지배하던 시절의 이야기들을 신뢰하는 건 내겐 좀 버겨운 일이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종교적 신념에 의한 것이든, 국가를 사랑한는 마음에서든 죽는 그 순간까지도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화형을 당했고. 강인한 신념과 타협하지 않는 정신때문에 그는 역사속에서 일종의 상징이 되었다. 물론 그 과정 역시 서양우월주의의 한 측면이란 점에서 보자면 여전히 조금 찜찜하긴 하지만 뭐 그건 이 다음에 할 이야기에 비하면 훨씬 덜 찜찜한 편이다. 


남조선에도 잔다르크란 불린 이들이 존재한다. 내 기억속엔 두 명이다. 한 명은 작고하신 유관순 누님이시고 다른 한 명은 불경스럽게도 추미애다. 정치인으로서 몇 번의 퍼포먼스덕택에 그런 영광스런 호칭을 얻은 것으로 안다. 그런데 문제는 말이다. 과연 '강인한 신념과 타협하지 않는 정신'이란 측면에서 볼때 그 칭호가 온당할까 하는 점이다.


여기 두 개의 사건이 존재한다. 하나는 내가 몇 번이고 강조했던 바로 그 사건,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소속되어 있었던 당의 정치인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심지어 국민들의 선택으로 인해 대통령에 오른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그는 탄핵에 동의했었다. 원칙적으로 볼때 그것은 명명백백한 수준의 해당행위이며 민주주의의 가장 완벽한 구현체라고 할 국민투표를 부정하는 반민주적인 행동이었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 있었던 사건은 바로 그 자신이 상임위 의장으로 있는 환경노동위에서 개정, 아니 개악된 노동법을 상정했다는 것이다. 그의 말은 이렇다. 원칙대로 했다는 것이다. 상임위에서 퇴장한 것은 민주당의 일이고 자신은 상임위원장으로서 할 일을 했다는 주장이다. 그럴까? 민주 당 의원이 의장으로 있는 상임위에서 민주당 의원들이 퇴장하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몰랐다는 말일까? 내 상식으론 납득되지 않는 주장이다. 


운나쁘게도 두 개의 문제가 남는다. 실제로 그가 잔다르크란 칭호를 받을만한 인간인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다. 사실 전자의 경우라면 이야기는 매우 단순해진다. 그가 이낙연이나 다른 수많은 민주당 정치인들처럼 딴나라당과 그리 다를 바 없는 정치적 노선을 갖고 있다는 결론이 나기 때문이다. 반면 후자의 경우로 넘어가면 이야기가 조금 복잡해진다. 그의 정치적 노선과는 상관없이 사안의 경중에 따라 태도가 달라지는 사람이란 의미가 되기 때문이다. 즉 자기가 받아 들일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면 싸우기를 거부해 버리는 사람이란 의미다. 


무엇이 진실일까? 이런 질문을 할 때마다 스스로 참 운이 없다고 느끼는 경우가 있는데 명확한 답을 찾기 힘든 경우다. 앞서 말한 두 개의 사건 모두 두 개의 해석으로 설명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노무현 대통령 탄핵의 경우도 민주당 내 이른바 늙다리 중진들의 압박과 정치권 내의 반감 구도를 버텨내지 못한 결과일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장 비극적인 경우는 이 두 가지 가정이 모두 사실인 경우다. 물론 가장 비극적인 경우를 빼고 단 한 가지만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그에게 잔다르크란 칭호를 붙이는 것은 종교적으로 매우 불경스러운 일임은 분명해 보인다. 



p.s.

이런 이야기를 할 때마다 누군가가 그런다. '그냥 왜 그랬는지 물어보면 되잖아?' 맞다. 그런 방법이 있다. 그리고 그런 발언도 했을 것이다. 문제는 말이다. 그건 나보고 정/치/인들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으라거나 혹은 그들이 만들어낸 또 다른 거짓말을 다시 한번 분석하라는 말인데... 글쎄다? 그런 걸 나보고 하라고? 


p.s.2.

물론 그 상황에서 무책임하게 퇴장해버린 민주당 의원들이 잘 했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책임지기 싫었겠지. 논란이 길어지면 반드시 따라오는 국민적 반감이 자신들의 의원직 유지에 불리하다는 것도 알았을 것이고. 민주당에 무엇을 기대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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