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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dia]불편했던 TV프로그램

The Skeptic 2010. 2. 5. 01:52

불편했던 TV프로그램

 

'화성인 바이러스'라는 프로그램덕에 한동안 난리였단다. 일본에서나 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졌던 웬 오덕이 등장해서 시시덕거린 프로그램이었단다. 굳이 그 프로가 아니어도 그런 프로그램은 널렸다. 심지어 이른바 예능이란 타이틀달고 있는 프로그램중 그렇지 않은 프로가 없다. 차이가 있다면 이미 사생활이 홍보의 수단이 되어버린 연예인을 내세워서 시청자들을 거북하게 만들지 않을 것인지 일반인들 중 범상치 않은 사람을 출연시켜 시청자들을 불쾌하게 만들 것인가 하는 차이 정도다.

 

애시당초 TV에 별로 기대하는 것이 없는 사람이다. 100분 토론같은 프로그램 역시 마찬가지다. 여전히 빨갱이 마녀 사냥이 판치는 나라, 더우기 죄박이가 대통령이 된 이후로 더욱 더 노골적인 되어버린 상황인데 TV에 출연해서 '그렇소 나는 사회주의자고 좌빨이요, 민주주의 사회에서 사회주의자로 살면 안 되는 이유가 뭐요.'라고 당당히 외칠 사람 몇이나 될까? 그랬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 그들이 어떤 취급을 받고 있는지 그들을 보호하기 위한 움직임이란 게 얼마나 미미한지 잘 보고 있지 않은가?

 

그런데 난 그런 프로그램들이 사실 그닥 불편하지 않다. 자기가 좌빨이라고 외쳤던 사람이 대통령 하나 바뀌었다고 하루아침에 생활의 터전을 날치기당하는 사태도 그렇게 크게 불편하지 않다. 독일 나찌들은 더한 짓도 했는데 뭘, 대놓고 사람 안 죽이기만 해도 다행이지 뭐. 오덕이 등장해서 세상물정 모르고 저 혼자 행복하다고 삽질을 해대고 그 삽질에 사람들이 비난을 퍼붓거나 혹은 굳이 그런 사람을 TV에 내보내서 구경거리로 만드는 처사를 맹비난하는 것도 별로 불편치 않다.

 

외려 내가 가장 불편하게 봤던 프로그램은 몇몇 연예인들 모아다가 누구네 집에 티셔츠가 더 많은가를 팀을 이뤄 맞추는 식의 플롯을 가지고 있었던 프로그램이었고 또 그 꼭지였다. 마지막 즈음에 다들 저마다 몇 백장의 티셔츠를 가지고 있다고 결과가 나왔는데 사람들은 그저 약간의 놀라움을 표현하는 것으로 쉽게 지나쳤다. 그런데 정말 재미없었던 그 프로그램이 폐지되고 난 지금까지도 아직도 간혹 기억이 나고 여전히 불편하다.

 

'필요이상의 것을 소유하도록 만드는 것, 그것을 자랑스러운 행위로 만들고 만인이 경외하도록 만드는 것, 자신을 증명하기 위한 수단으로 오로지 소비만이 기능하도록 만드는 것' 자본주의의 작동방식이다. 좌빨과 오덕에 그토록 관심을 가지면서 실질적으로 자신의 삶을 힘겹게 만들며, 여차하면 피폐하게 만들수도 있는 티셔츠엔 무관심하다는 것이 불편했고 지금도 그렇다.

 

노파심이라 해도 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