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남조선 축구의 자뻑

The Skeptic 2010. 2. 11. 16:48

국가대표 축구가 중국에게 졌단다. 무려 32년만의 일이란다. 대저 모든 스포츠 경기가 그렇듯이 '의외성'이란 것이 없다면 그건 이미 스포츠가 아니다. 절대 강자도 약자도 없으며 다윗이 골리앗을 쓰러뜨릴 수 있는 것이 스포츠고 그 재미에 사람들은 스포츠를 보고 열광하는 것이다. 그렇더라도 팬심이란 것은 사실 그러지 만은 않다. 게다가 4년마다 국가 파시즘을 대놓고 드러낼 수 있도록 공인된 경기가 월드컵이다. 국가에 대한 맹목적인 충성심이라면 2인자라고 하면 서러울 남조선 인민들이 그 기회를 마다할 리가 없다.

 

한 편으로 그래서일 것이다. 무려 32년동안 패하지 않았던 중국에 패한 것이 충격으로 다가온 이유도. 심지어 어떤 성급한 네티즌들은 벌써부터 올 해 벌어질 월드컵을 걱정한다. 사실 그럴 필요는 없다. 개인적으로 허정무 감독을 결코 좋아하지 않지만 그 이유가 감독으로서의 그의 역량부족 때문은 아니다. 입만 열면 방정인 그의 자세때문이다. 그는 참 선수들 핑계를 많이 댄다. 그렇다고 그것이 그만의 문제는 아니다. 결과 지상주의가 판치는 남조선에서 모든 결과의 책임을 져야 하는 감독이란 직업은 필연적으로 사람을 비굴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비단 축구계의 문제가 아니기도 하고.

 

아무튼 어차피 클럽 축구엔 아무 관심도 없으면서 국가대표 경기라면 종목을 가리지 않고 개거품을 무는 나라가 아닌가. 지금 중국에 져도 월드컵만 잘 하면 만사 오케이다. 그걸 허정무가 모를 리가 없다. 중국에 지던 말던 그건 어차피 과정상의 문제일 뿐이다. 중요할 것 한 개도 없다. 중국전 패배의 여파는 일주일도 채 가질 않을 것이다.

 

더욱 큰 문제라면 남조선 인민들이 남조선 축구국가대표 팀에 대해 현실성이라곤 눈꼽만치도 없는 허황된 기대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아시아권에선 여전히 맹주의 위치를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그런 축구 국가대표팀의 월드컵 성적이란 것이 안방에서 벌어진 대회를 제외하면 대부분 세 경기하고 짐쌌다는 점이다. 물론 홈어드밴티지를 적용하더라도 상당한 성적이긴 하지만 그 외의 경기들의 기록을 보자면 이번에도 그냥 세 경기하고 비행기 탈 확률이 높다. 월드컵은 철저히 상업적으로 흐르는 이벤트다. 그 덕에 최근에 급성장한 아시아권의 호주머니를 털기 위해 과도하게 티켓이 배정되어 있다는 점까지 고려해본다면 확률은 더 올라간다.

 

현실적이지 못한 지나친 기대는 실망만 높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늦지않았으니 월드컵을 제대로 즐기고 싶은 사람은 남조선만이 아니라 유럽이나 아프리카, 남미의 한 팀정도를 정해놓고 응원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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