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스포츠 이야기를 꽤 하게 된다. 올림픽 기간이고 전례없는 기록적인 성과들이 보이고 있기에 나 역시 그 바람을 탈 수밖에 없다. 물론 내 성향상 조금은 곁다리 이야기들이다. 동계 올림픽 관련 기사들을 검색하다 보니 쇼트트랙 선수인 안현수의 인터뷰 기사가 걸린다. 며칠 전 기사다. 사실 스포츠 뉴스란 거 몇 번 보고나면 진짜 볼 거 없다. 그래서 기자들이 말도 안 되는 제목으로 낚시질을 일삼는 거다. 게다가 내가 아는 한 진짜 스포츠 전문기자는 남조선에 몇 명없다. 그래서 선수들 뒷이야기나 신변잡기들로 스포츠 지면이 채워지는 거다. 그 와중에 그나마 나은 것이 바로 인터뷰 기사긴 하다.
뭐 아무튼 내 관심을 끈 것은 안현수 선수가 '국적을 바꾸고 금메달을 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는 대목이다. 내가 좋아하는 그리고 관심있게 보는 스포츠 전문기자중에 박동희 씨가 있다. 그의 블로그 문패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다.
[SPORTS를 바라보는 내 눈은 색맹이자 문맹이다. 인종과 국적이 보이지 않는다.스포츠춘추. 박동희입니다.]
알다시피 난 정치적으로 과잉된 인간이다. 고로 모든 가치판단의 기준에 정치적인 요소가 빠지질 않는다. 심지어 그렇게 판단해선 안 될 상황에서도 무심코 버릇처럼 정치라는 잣대를 들이미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낭패감을 느낀 적도 많다. 물론 그 잣대엔 일종의 '편가르기'가 포함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박동희 기자의 블로그 문패에 적혀있는 바로 저 글귀가 나의 그릇된 정치적 과잉보다 만배쯤 옳은 입장이란 거다.
같은 종목이라해도 나라에 따라 인기도가 다르게 마련이다. 남조선의 핸드볼 스타 윤경신을 보자. 지금은 국내에 돌아와있지만 그는 주로 독일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실력은 세계 최정상급인데 남조선의 핸드볼 사정은 너무나 열악하다. 핸드볼 큰 잔치라는 대회가 거의 매년 열리지만 사람들은 열리는 줄도 모른다. 심지어 경기장엔 한가로운 낮 시간을 때우려는 몇몇 관중들을 제외하면 대부분이 이른바 이런저런 '관계자들'이다. 그나마 영화 '우생순'이 개봉한 후로 관객이 늘긴 했다지만 그래도 그 엄청난 국민적 관심을 등에 업고 월드컵에서 세 경기뛰고 돌아오는 축구대표팀의 경우와 비교하면 조족지혈이다.
이런 상황에서 어떤 선수인들 해외진출의 욕망을 품지않겠는가? 선수가 골을 넣고 환호할 때 하품하며 심드렁하게 박수치는 관중들보단 자기 일처럼 좋아하며 열광해주는 이들이 있는 곳이야말로 선수들에겐 천국이다. 그런 꿈을 좇아 해외로 나가겠다는 선수에게 가당치도 않은 애국심 나부랑이를 강요할 수 있을까? 내가 경우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일에 정치적 잣대를 들이미는 초딩만도 못한 짓을 하는 것만큼이나 멍청한 짓이다. 그 욕망이 선수로서 인정받고 싶다는 것이 아니라 단지 금메달을 따고 싶다는 욕망일지라도 말이다.
물론 금메달은 커녕 선수생활을 영위하는 것조차 벅차지만 남조선 국적을 유지하는 것이 외국국적을 갖고 금메달을 따는 것보다도 더 행복하다라고 여긴다면 나 역시도 할 말은 없다. 왜? 내가 인정하기 힘들진 몰라도 그것 역시 개인이 자신만의 행복을 추구하는 행위니까. 중요한 건 결국 개인의 행복 추구권이 어설픈 애국심따위에 가로막힐 필요는 전혀 없다는 거다.
개인의 행복 추구 행위를 가로막기 위해 강조되는 애국심은 사실 애국심이 아니라
그저 희생양을 찾거나 마녀사냥을 정당화하기 위해 동원되는 수사학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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