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유시민과 친노세력의 정치적 의미

The Skeptic 2010. 3. 10. 23:45

권력을 잡고 있는 딴나라당에 비해 범 야권은 후보가 난립하는 모양새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사실 그건 정상적인 일이다. 말만 범 야권이지 각각 지향하는 바가 많이 다르기 때문이다. 딴나라당이야 정치권력의 사적 독점을 통해 경제적으로 독보적 지위를 확보하고 유지하는 것이 유일한 지상목표인 정당이니 구성원간의 이념이나 지향점이 달라도 금방 뭉칠 수 있는 존재들이다. 몇 번 강조했지만 그런 점에서 가장 계급지향적인 모습을 보이는 정당이다. 그런 모습을 보이면서도 계급사회를 부정하는 걸 보면 참 웃기는 인간들이기도 하다. 


국민참여당의 유시민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사실상 확정되었다고 한다. 국민참여당이나 유시민은 그 자체로 남조선 정치판에선 참 독특한 존재들이다. 마치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물론 지금도 진보진영에선 노무현 대통령이나 유시민에 대해서 그리 좋은 평가를 내리고 있지 않다. 그들의 입장에선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옳다고도 할 수 없다. 


알다시피 노무현 대통령은 민주화 운동이 전면화된 첫 세대에 속한다. 그리고 그 세대들은 정치적 민주화가 지상 최대의 과제였던 사람들이다. 경제 문제에 대해서 사실상 문외한이었던 세대다. 경제에 관한 한 그들의 상상력은 북유럽 복지국가모델이 최대치다. '고용없는 성장'이니 '노동의 종말'이니 하는 현상들에 대해 알 턱이 없다. 유시민 역시 그 세대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이런 이들이 정권을 잡았다 한들 살림살이가 그리 나아지진 않는다. 국경을 넘어 작동하는 자본주의앞에 무기력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그들이 파시스트 정당인 딴나라당과 동급으로 취급받을만한 사람들은 아니다. 진보의 시각에선 미흡하지만 극우 파시스트들의 시각에선 양판 열혈좌빨로 보이는 이유다. 말하자면 정치적으로 민주주의를 지향하기에 민주주의라면 치를 떨고 이를 가는 파시스트 딴나라당과는 다르지만 경제적으로 소비와 착취형 자본주의의 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기에 진보가 보기엔 그저 그런 우파 정치집단인 것이다. 심히 미적지근해 보이는 위치지만 사실 그 때문에 존재가치가 높기도 하다. 


현실에선 이것이 바로 '우파 정치인'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말하자면 국민참여당이 의회 제 1당으로 존재하고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이 2당, 3당을 이루는 것이 가장 일반적인(옳다는 말은 아니다) 형태란 의미다. 물론 여기서 '일반적이란'라는 의미는 보편적이라거나 옳다는 의미는 아니다. 정치적으로 가장 안정적이라고 볼 수 있는 유럽의 경우와 비교한 것일 뿐이다. 그리고 그 기준에서 볼때 극우정당은 늘상 우파와 좌파 정당 그 다음 순번이다.


문제는 남조선은 그 순서가 역전된 나라라는 것이다. 우파 정당이 싫으면 좌파 정당을 선택하고 반대의 경우도 성립해야 정상인데 극우 파시스트(딴나라당)가 싫다고 보수 우파(민주당)를 선택하거나 그 반대 관계가 일반적인 나라다. 호랑이가 무서운 토끼가 늑대를 선택하는 것과 같다. 그러니 누가 되든 잡아 먹힌다는 결과는 늘상 똑같을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볼때 선거철만 되면 유행처럼 뒤따르는 '범민주 단일 후보'라는 말은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 그런데 그 단일 후보가 다름아닌 '늑대'라면? 사실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대통령의 서거와 함께 그런 성향이 더욱 강화되고 있다. 


때문에 유시민을 위시한 이른바 친노 세력의 독자적 정치 세력화는 상당한 의미를 갖을 수 밖에 없다. 물론 그 의미 역시 과거 몇 년동안의 집권 기간동안 그들이 현실 정치를 통해 무엇을 배우고 깨달았으며 어떤 지향점을 갖을 것인가에 달려 있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정치적으로 무능력하고 무기력한 지역정당인 민주당보다는 낫지 않겠는가? 


가장 좋은 모습은 이번 지방 선거를 필두로 친노세력이 꽤 안정적인 정치세력으로 자리잡음과 동시에 민주당 내부의 친노 성향의 인사들이 당을 깨고 나오는 것이다. 과거 열린 우리당처럼 말이다. 다른 점이라면 유시민 말마따나 호남에서의 기득권은 인정해주면 된다. 물론 그 기득권을 인정해주는 것은 친노세력과 친노성향의 세력들으로 족하다. 진보신당이나 민주노동당은 그럴 필요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