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정치적 중립같은 건 없다.

The Skeptic 2010. 5. 18. 14:30

가치 중립성?

 

'가치 중립성', '중립적인 가치', 좀 더 이해하기 쉽게 예를 들자면 '정치적인 중립'과 같은 개념은 어떤 것일까? '중립'이란 의미는 어떤 두개의 견해의 가운데를 지칭하는 말일까? 아니 그렇지 않다. 미안하지만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다. 단순히 어떤 두 개의 이론의 가운데에 존재한다는 지정학적 위치를 일러 '가치'라고 표현하지 않는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가치'라는 이름으로 존재할 수가 없다. '중립'이란 개념 역시 단순히 두 개의 견해의 가운데가 아니라 그 스스로 내세울 수 있고 타인에게 설득할 수 있는 어떤 가치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현실에서 흔히 '정치적 중립'임을 자처하는 이들은 이런 특정한 가치관을 가지고 있고 피력하는가? 불행히도 난 그런 사람을 거의 만나본 기억이 없다. 현실에서 '중립'이란 개념은 대개가 거의 존재조건을 갖추지 못한 허상이란 의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실에선 꽤 많은 이들이 스스로를 중립이라고 표명한다. 존재하지 않는 가치를 자신의 가치관이라고 표현하는 셈인데 왜 이런 기이한 현상이 벌어지는 걸까? 편리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정치적 입장을 허상에 기대 버리면 비난도 칭찬도 듣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꾼 꿈을 비난하거나 칭찬하는 이는 없으니까. 결국 '정치적 중립'이란 개념의 현실적 의미는 '무관심' 아니면 '모르겠음'이다. 

 

분명 남조선은 정치적으로 과잉된 구석이 많다. 사람들이 지치고 짜증날 만도 하다. 그러나 이 정치적 과잉 현상은 분명히 그 근거가 충분하다. 단지 시끄럽고 골치아프며 혹여 나섰다가 현실적으로 피해를 입을지도 모르기 때문에 꺼려할 뿐이다. 그것을 옳은 일이라고 할 순 없지만 충분히 이해는 할 수 있는 현상이다. 다만 내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정치적 중립'이란 이상한 소리로 자신의 입장을 얼버무리거나 심지어 특정한 정치적 견해를 표출하는 이를 공격하지 말았으면 한다. 그냥 솔직하게 잘 모른다, 관심없다고 해라. 

 

물론 '정치적 중립'이란 허상이 대중화되고 마치 근거가 있는 듯한 가치로서 인정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이 벌어지고 확산되다는 건 정치적 지형에서 볼 때 기존의 집권층이나 지배 세력에겐 더없이 유리한 일이다. 고로 현재 당신이 살아가고 있는 나라의 각계 각층에서 실권을 쥐고 있는 집단이 정치라는 이름으로 벌이고 있는 현상에 대해서 불만이 없다면 '정치적으로 중립'이 되어도 무방하다. 뭐 현실에선 사실상 지배계급의 견해에 동조하는 일이니 말이다. 

 

당신이 표명하는 바 '정치적 중립;\'은 구체적으로 정치적으로 어떤 상태를 지칭하는 겁니까? 



p.s. 

어쩌다 보니 중립이란 개념에 대해 '허상'이란 규정을 내리게 되었다. 그렇다면 중립이란 아무런 의미도 없는 걸까? 그렇진 않다. 여전히 중립이란 단어는 특정한 가치를 표방하는 개념이라 보긴 힘들다. 그러나 오히려 그 때문에 존재의 의미가 발생하는 개념이다. 말하자면 두 개의 견해가 대립할 때 그 두 의견중 어는 것에도 치우치지 않은 상태에서 중재에 나서거나 혹은 타협을 유도하고자 할때 표방할 수 있긴 하다. 말하자면 중립이란 '가치' 차원의 문제가 아니라 '태도'의 문제인 것이다. 


물론 이렇게 말해도 역시 두개의 상반된 의견에 대해서 절충안을 내놓거나 타협을 유도하는 등의 구체적인 행위를 수반하지 않는다면 여전히 중립이란 단어의 의미는 허상과 다를 바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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