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에 수도권을 중심으로 상당한 물량의 민간 분양 아파트가 분양될 예정이란다. 좀 의아할 게다. 주택 가격이 전반적으로 하락세라는 것을 감안할 때, 심지어 대폭락까지 조심스레 거론되는 상황에서 공급확대라니 말이다. 물론 아파트 분양 및 건설 허가의 경우 꽤 시일이 소요되는 사업니다 보니 허가 당시와 지금의 상황이 극적으로 달라졌다고 해도 과정상의 잘못이라고 말하긴 힘들다. 그러나 민간분양이라는 것을 고려하면 사업 강행은 의외다.
몇 가지 경우의 수가 있다. 이미 건설 사업에 들어가기 위해 들어간 사전 비용이 상당하기 때문에 상황이 안 좋아도 울며 겨자먹기로 시작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겠다. 물론 이건 엄밀히 말하자면 경영상의 잘못이다. 사업을 시작했을 경우 손실이 예상된다면 그동안 들어간 비용을 아까워 하면 안 된다. 왜냐하면 일반적으로 사업 시작후에 발생할 손실이 사전 작업에 들어간 비용에 비해서 월등히 크기 때문이다. 새만금 방조제 사업을 강행하는 것이 생태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경영상으로도 잘못된 선택인 이유기도 하다. 물론 새만금의 경우엔 당장 눈에 보이는 비용만 놓고 보면 손실이 난다고 볼 순 없다. 단지 정부의 주장과는 달리 방조제 건설을 통해 얻을 이익이 거의 없다는 점이 문제다.
다른 이유가 있다면 장기적인 관점에서 볼때 시장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지 않은 경우다. 실제로 미국이나 일본이 경험한 바 있는 건설 거품 붕괴의 경우 근 10년 가까이 그 여파가 지속되었다. 결국 지금이 끝물이라면 이거라도 빼먹고자 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알다시피 이런 사고방식은 매우 위험한 발상이다. 사업이 도박이 아닌 한 말이다. 결국 무언가 믿을만한 근거가 있으니 시장에 뛰어드는 건데 문제는 그게 뭐냐는 거다. 시장에서 민간 수요가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이런 질문을 하는 건 참 부질없는 일이다. 남은 게 단 하나, 정부의 재정뿐이니까.
이미 죄박이 정권의 재정정책이란 건 거품을 불러 일으키는 정책이란 건 드러난 사실이다. 게다가 건설업자들의 동향을 보건데 한동안 건설 경기 거품을 방조내지는 조장할 것이라 판단된다. 뭐 경제가 심각하게 하강하고 있는 국면이라면 아주 나쁜 정책은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언젠가는 그 거품을 회수해 들여야 하는데 그 시점이라든가 방식에서 문제가 발생할 경우 일본이나 미국같은 꼴이 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는 점이다. 정부당국에선 부인하고 있지만 남한의 경제구조상 주택 거품의 급격한 붕괴가 시작된다면 그 양상이나 여파는 일본의 그것과 비슷한 형태가 될 것이다.
애시당초 난 남한에서 일본식 거품붕괴와 전개과정이 비슷하게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던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요즘 정부에서 취하는 경제정책이나 재정정책을 보고 있노라면 이미 일본이 겪은 바 있는 그 좋지도 않은 길을 따라 가려고 애쓰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별로 좋지도 않았던 그걸 왜 굳이 따라가려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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