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스팬더블' 왕년의 액션 스타들이 모여서 만든 '초강력 액션 영화'라는 건 훼이크고. 그냥 쓰레기 영화다. 그럼에도 참 이해가 안 가는 대목이 있는데 이토록 주제도 없고 내용도 없고 이야기도 엉성한 영화에 왕년의 액션 스타인 돌프 룬드그렌, 실베스타 스탤론, 미키 루크에 떠오르는 액션 스타인 제이슨 스태덤 그리고 아시아권 액션 영화의 거목인 이연걸 게다가 특별 출연으로 브루스 윌리스, 아놀드 슈왈츠제네거 심지어 이종 격투기의 전설인 랜디 커투어(물론 이전에도 영화에 출연하긴 했지만)까지 출연시킬 수 있는 능력있는 제작자가 대관절 누구냐는 거다. 그리고 그렇게 능력있는 제작자가 눈이 삐지 않고서야 왜 이런 쓰레기같은 영화에 손을 대었을까 하는 점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너무 궁금해서 끝나자 마자 인터넷 질을 하고서야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감독이 실베스터 스탤론이다. 이 사실을 알자마자 눈에 어떻게 이 영화가 만들어지게 되었는지 그림이 선명하게 그려진다. 그러나 그 어떤 인간도 지나가는 세월앞에선 한낱 무기력한 먼지에 불과할 뿐이다. 스탤론 자신도 이미 람보 4에서 그걸 여실히 증명하지 않았던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탤론은 아직도 자신이 서있는 위치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듯한 느낌이 든다. 어떤 영화가 회를 거듭할수록 주제의식은 희박해지고 선정성에 기대기 시작하는 건 이미 죽음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는 의미다. 액션 영화의 경우 액션 그 자체보다는 잔인함에 기대는 경우가 그런 경우다. 노익장을 과시하려 노력했지만 힘에 부치자 람보는 그 길을 선택했었다.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내 기준에선 그 때 람보는 죽었다. 그러나 스탤론은 그것이 죽음의 공표가 아니라 부활의 전조로 여겼던 듯 하다. 아니면 그나마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요즘 우리 나라에서 유행하는 7080콘서트라도 열어서 마지막 돈벌이라도 해보겠다고 다짐했을 지도 모른다. 사실 나 역시도 출연진보고 혹해서 본 것이니까. 그러나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다들 많이 노력한 티는 나지만 돌프 룬드그렌이나 스탤론은 힘에 부친 모습이 역력하고 어차피 미키 루크는 이미 그런 걸 소화할 육체적 능력이 안 된다. 그 와중에서 이연걸은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위치와 역할로 어색하게 서있다. 오로지 제이슨 스태덤 홀로 이리 뛰고 저리 뛰고 난리 부르스를 떤다. 그리고 사실 이 영화에서 볼만한 거라곤 제이슨 스태덤의 그 난리 부르스 한 가지다. 올 해 프로야구를 말하면서 '어느 팀이 가장 강하냐?'는 질문에 대부분 와이번스라고 답할 때 어느 야구인이 이렇게 말했단다. '류현진이 선발로 등판한 이글스다'라고. 이 영화가 딱 그 모양이다. 제이슨 스태덤이 출연한 액션 영화라고. 사실 제이슨은 속으로 좋아했을지도 모른다. '저런 말도 안 되는 연기따위 하느니 그냥 액션 연기만 하게 된 게 천만다행이다'라고 말이다. 좋았던 한 시절을 추억하고 싶은 이들에겐 반가울지도 모를 일이다. 우리가 7080 콘서트를 단순히 좋은 노래듣자고 보는 게 아니니까. 그러나 그 시절을 살았지만 7080 콘서트를 보지도 않고 별로 보고 싶지도 않은 나같은 사람에게 이 영화는 그저 최악의 액션 영화에 속할 뿐이다. p.s. 그리고 영화의 마지막 장면, 정말이지 관객들의 추억에 기대어 호주머니 좀 털어노겠노라는 걸 너무 노골적으로 보여 주어서 아주 짜증스러웠다. 어지간하면 그저 그런 영화일수도 있었는데 이 장면 보곤 '영화가 아니라 쑈였구나.'란 생각이 들었으니까. 스탤론은 이제 배우가 아니라 장사꾼이 되어버렸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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