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 1. 그러니까 이 영화는 김복남이 살해당한 사건을 풀어가는 미스터리물이 아니라 김복남이 왜 살인을 하게 되었는가를 추적하는 영화다. 처음 보기 시작했을 땐 전자인 줄 알았는데 영화 중반부가 시작할 무렵이 되어서야 후자라는 걸 알게 됐다. 그런 한 편 전자의 시각에서 영화를 풀어가도 영화의 내용이나 주제의식을 전달하는덴 무리가 없을 듯 싶었는데 영화를 다 보고 난 이후에야 그것이 엄청나게 잘못된 판단이란 걸 알았다.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어떤 식으로 이야기를 풀어가는가에 따라서서 이렇게 내용이 달라질 수 있다는 걸 새삼 깨달았다. 그러니 결과만이 아니라 과정도 중요하다는 말이 있는 것일 테지만. 살인은 나쁜 거다. 그러나 간혹 특히 영화같은 매체를 통하는 경우 우린 이 가치관이 전도되는 걸 느낀다. '잘 죽였다'고 느끼는 거다. 공포영화에선 주인공의 목숨을 호시탐탐 노리는 그 무엇의 죽음에 안도하고 스릴러나 미스터리 물에선 주인공을 끊임없이 괴롭히는 어떤 존재의 죽음에서 통쾌함마저 느낀다. 이 영화도 그랬다. 영화를 보는 동안 난 '왜 아직도 안 죽이는 거야? 빨리 다 죽여버려!'라고 속으로 외치고 있었다. 그래도 살인은 분명 나쁜 거다. 그러나 '살인이 왜 나쁜가?'라는 질문을 던지면 사실 답하기가 그렇게 쉽지만은 않다. 그 이유는 바로 살인의 원인때문이다. 근 10년동안 친아버지의 폭행과 성추행에 시달린 딸이 아버지를 살해했다. 이걸 나쁘다고 할 수 있나? 솔직히 말해서 난 나쁘다고 말하지 못 하겠다. 상황이 그 지경이 되도록 단지 '집안 일'이란 이유로 무시하고 방치하더니 비극이 벌어지고 나서야 도덕적 잣대를 들이미는 건 무책임한 일이니까. 가족은 화목해야 하고 사랑은 지고지순하며 아름다워야 한다는 건 실현불가능하기에 사람들이 매달리는 것일 뿐이다. 실제 삶이 그렇지 않다는 건 누구나 알지 않나? 실제로 벌어지고 있는 일엔 눈감고 귀막고 입막고 살면서 현실에서 이루어지지 않을 도덕경을 고장난 녹음기마냥 계속 떠들어 봐야 의미는 없다. 결과적으로 무관심과 다를 바 없는 이런 행위는 세상을 낙원으로 이끌기는 커녕 날이 가고 해가 가도 똑같은 비극이 반복되도록 만들 뿐이다. 가장 불행한 일은 누구나 조금만 생각해 보면, 아침 저녁으로 화장실에서 큰 일에 힘쓰는 시간만큼만 투자해서 조금만 생각해봐도 누구나 알 수 있을 이 문제를 사람들은 자신에게 비극이 닥쳐야만 알아차린다는 점이다. (아! 물론 그런 비극을 겪고도 모르는 인간은 또 모른다) 그리곤 세상의 무관심에 대해서 분노한다. 그러나 어쩌랴. 그것이 바로 당신에게 비극이 발생하기 전 당신의 모습인데. 영화 속 주된 시선중 하나가 어린 시절 서울로 떠나버린, 그래서 여느 도시 사람들처럼 타인의 일에 얽히는 것을 귀찮아 하는 여배우의 시선으로 처리되는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그리고 그 시선은 감독이 관객들에게 제공한 시선이기도 하다. 물론 그것도 알아차린 사람에게만 의미있는 것일 테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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