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noki

[굿모닝 프레지던트] pt.1.

The Skeptic 2010. 12. 30. 00:43

<굿모닝 프레지던트> 

 

영화를 보다 말았다. 조금 보고 있는데 갑자기 사람만날 일이 생기는 바람에 나갔다 오니 시간이 후다닥 도망가 버렸다. 그래서 앞 부분, 이순재씨가 대통령으로 나오는 부분만 봤다. 장진 감독이 이 영화를 만들고 나서 어떤 사람이 떠오를 수도 있다고 말했는데 나 역시 어떤 분이 떠오르기는 했다. 그래서일까? 난 사실 공감 반, 반감 반이었다.

 

좀 뜬 금없지만 오늘자 뉴스 하나.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 지역은 알다시피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모든 잔혹한 범죄의 온상이다. 멕시코의 어린 소년부터 젊은 아가씨들이 납치되어 미국으로 팔려가는 인신매매의 주요통로이자 남미의 모든 폭력조직의 자금불 역할을 하는 마약의 통로기도 하다. 그래서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 마을은 사실상 멕시코 폭력조직이 접수하고 있다. 국가의 공권력조차 손을 쓰지 못한다. 그런 동네중에 과달루페란 곳이 있다. 폭력조직의 협박에 못 이겨 모든 경찰들이 마을을 떠난 상황에서 28세의 여자경찰관 에리카 간다라 혼자 지키고 있었는데 실종되었다고 한다. 

 

다시 영화 이야기, 영화속에서 거금의 복권에 당첨된 대통령은 인간적인 욕심과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사이에서 갈등한다. 그 결과는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선택하는 쪽이었다. 그리곤 그 발표를 하는 자리에서 그는 누구나 알만한 총보유재산이 29만원이란 대머리 군바리 독재자 대통령을 언급한다. 즉 자신이 복권당첨시 기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는 것처럼 자신의 정치적 공약인 '국민대통합'을 위해 그들을 용서하자는 것이다. 

 

난 그런 견해에 반대한다. '국민대통합' 애시당초 난 그딴 정치적인 립서비스 따위에 관심없다. 게다가 역대 모든 대통령이 그 공약을 내걸었지만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제외한 그 누구도 그 약속을 지킨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애초에 '국민대통합'이란 것이 대관절 무엇을 의미하는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이루어낼 것인지 조차 구체적이지 못 했다. 당연히 국민적인 합의란 것도 존재할 수가 없다.

 

정말로 어처구니없는 건 '국민대통합'이 죄를 지은 이들에 대한 검증 과정조차 생략한 채 무조건 덮고 보는 것이란 개헛소리를 지껄이는 경우다. 그런데 더 웃기는 건 그걸 '국민대통합'이라고 우기는 부류들이 상당하다는 거다. 그래서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 시절 진행된 '대한민국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의 활동을 빨갱이들의 모략이라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미안한 말이지만 지금도 그런 주장을 하는 이들은 건재하고 심지어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권력을 움겨잡고 있다. 

 

내가 중간에 뜬 금없이 멕시코의 실종된 여경찰 뉴스를 언급한 것도 비슷한 이유에서다. 뉴스에 언급한 그녀 뿐만 아니라 멕시코와 미국의 접경 도시들엔 남성도 아닌 젊은 여성들이 치안을 맡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그들은 한 나라의 경찰임에도 불구하고  인력과 장비 면에서 폭력조직들보다 뒤진다. 그 상황에서 오로지 자신은 경찰이기에 당연한 일을 하는 것이라고 믿고 그 모든 위험을 무릅쓰고 있는 것이다. 

 

그런 이들이 있다. 사회와 자신의 관계를 지극히 상식적인 선에서 지켜가고자 하는 이들. 과연 그런 이들의 희생을 누가 기억해주고 응원해주어야 할까? 나라가 일본 제국주의의 손아귀에 넘어갔을 때 나라의 독립을 위해 싸운 이들의 상징인 상하이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무시하고 광복절에 뜬 금없이 건국 60주년을 강조하며 기독교 맹신주의에 빠졌던 초대 대통령의 업적을 침튀겨가며 칭송하던 이들 , 6.25전쟁 당시 국군과 미군에 의해 자행된 양민학살을 여전히 빨갱이들의 폭동정도로 폄하하는 이들, 군사독재가 아니라 대한민국 헌법에 보장된 민주주의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주장한 광주시민들을 학살한 이들. 

 

정말로 그렇게 간단하게 아무런 책임도 묻지 않고 검증도 하지 않은 채로 용서해도 될까? 심지어 뉴라이트란 극우 파시스트 단체에선 자신들의 영원한 사상적 동지인 일본의 군국주의 파시스트 형님들의 본을 받아 '새로운 역사 교과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고 게다가 죄박이와 그 똘마니 파시스트들이 권력을 잡은 이후로 교육과학부란 곳에선 사실상 그에 동조하는 교과서 수정작업을 밀어 붙이고 있는 상황인데 그렇게 간단하게 용서를 해도 괜찮단 말인가? 

 

미안하지만 난 동의할 수 없다.

내가 늙거나 혹은 치매에 걸려서 그 모든 것을 기억하지 못하게 된다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동의해줄 생각도 없다.  

난 옳은 일을 하고 정당한 일을 한 사람들이 부자로 사는 나라가 좋은 나라라고 생각한다.  

옳은 일을 하고 정당한 일을 한 사람들은 당연히 가난할 것이라고 믿는 어리석은 도덕성의 늪에 빠지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