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아시안 컵 - 조광래 축구

The Skeptic 2011. 1. 16. 17:41

아시안 컵 - 조광래 축구

 

아시안 컵이 한창이다. 현재 대한민국은 예선경기 1승 1무를 기록하고 있다. 세번째 상대는 같은 조에서 가장 실력이 떨어지는 인도. 승리가 문제가 아니라 순위가 문제인 상황이다. 조 1위를 위해선 많은 골 차이로 이겨야 한다고 하지만 무조건 이겨야만 하는 바레인이나 적어도 비겨야만 하는 호주에 비하면 여유로운 편이다. 아무튼 현재 전적은 그렇고 지금 할 이야기는 조광래 감독이 이끄는 대표팀 이야기다. 

 

아시안 컵이 시작하기도 전에 설레발과 과장이 주특기인 언론에 의해 조광래 감독의 축구는 '만화같은 축구'라는 말로 규정되었다. 대충 이 말만 듣고도 무엇을 의미하는 지는 알 수 있을 것이다. 강한 압박과 패스게임을 통한 아름다운 축구. 바로 현존하는 최고 축구 클럽이라 불리는 바르셀로나가 그런 모양이다. 실제로 아시안 컵이 시작되고 바레인 전과 호주전에서 그런 축구를 추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나도 그런 축구 좋아한다. 그런데 문제는 그런 축구를 실제로 구현하기란 너무나 힘들다는 점이다. 가장 비근한 예가 바로 EPL의 아스널이다. 바르셀로나와 가장 근접한 형태의 축구를 구사하지만 바르셀로나에 비하면 적어도 10% 정도는 부족한 팀. 그나마 작년 시즌에 거의 20%이상 부족했었던 것이 많이 줄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 시즌에도 간혹 작년과 같은 이상한 모습을 선보이곤 한다. 왜 그런 걸까?

 

첫번째는 바로 해결사의 부재다. 특히 상대가 공격보다는 수비에 비중을 두거나 혹은 상대방 수비수들이 거친 압박으로 밀어 붙여 올 경우 아스널은 볼은 압도적으로 점유하지만 정작 골을 넣진 못 한다. 하프라인과 페널티 에어리어 사이에서 무의미한 패스만 주고받기 일쑤고 어쩌다 중앙으로 찔러 주지만 상대의 밀집 수비에 밀린다. 경기는 지배하고 승부는 비긴다. 이건 아름다운 경기가 아니라 그저 무기력하고 하품나는 경기다. 

 

두번째는 바로 압박에 대한 집중력이다. 압박을 위해 가장 중요한 건 역시 팀워크인데 유기적인 팀워크라는 게 또 좀 그렇다. 잘 굴러가면 선수들이 실제 뛰는 것보다 더 많이 뛰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상대 선수들이 배는 힘들다. 반면 한 번 핀트가 어긋나기 시작하면 개별 선수들이 아무리 많이 뛰어 다녀도 태가 나질 않는다. 상호협력이 안 맞기 시작하면 한 명이 할 일을 두 명이 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기 때문이다. 

 

승리, 난적과의 무승부 그리고 사실상 조예선 통과라는 결과물이 앞에 놓여있기에 조광래호의 축구는 아직 칭찬을 받고 있다. 그런데 내가 보기엔 조금 '글쎄올시다'였다. 

 

 

- 추가 -

오랜만에 첼시가 리그 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었다. 다른 건 모르겠지만 적어도 공격이란 측면에서 현존 최고의 팀을 고르라면 난 첼시를 고를 것이다. 첼시 공격라인이 보유한 다양함이란 실로 대단하다. 그리고 내가 우리 나라 대표팀 경기를 보며 가장 안타까운 부분 역시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