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롤스와 로버트 노직
책 이야기를 하다 문득 생각난 두 사람의 논쟁. 단순하게 말하자면 존 롤스나 로버트 노직 모두 '자유주의 사상가'로서 개인의 자유를 강조했던 사람들이나 '사회정의', 그것도 정치와 경제를 모두 포함한 '사회정의'를 위한 방법론적인 면에서 차이를 보였다. 말하자면 사회의 최소수혜자라고 할 극빈층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적은 같지만 그 방법은 달랐던 셈이다. 그리고 그 차이점은 사회주의를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서 기인한다고 봐야 한다.
즉 존 롤스는 '없는 자'들을 위해 '가진 자'들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는 논리를 폈다. 말하자면 사회정의를 실현하기 위해 가진 자들에 대한 불평등을 용인할 수 있다는 인식이었다. 그리고 현재 이런 인식은 거의 대부분의 나라에서 수용하고 있다. 다만 국가의 주도하에 이루어지는가 아니면 개인의 자발적 행동에 의존하는가 하는 방법상의 차이를 보이고 있을 뿐이다.
반면 로버트 노직의 경우는 가진 자들에 대한 불평등은 사실상의 자신을 위한 노동이 아닌 강제 노동과 다를 바 없다는 시각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존 롤스의 방법론에 대해 극히 비판적이었다. 그리고 이런 인식 역시 지금까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실제로 대한민국에서 '파이를 늘리면 다수가 행복해진다'는 논리가 바로 이런 것에 해당한다.
알겠지만 내 경우엔 로버트 노직의 견해에 대해 공감하지 않는다. 이유는 이렇다.
1) 사회정의라는 주제를 일반화시킨 이론이라기 보다는 경제학과 접목시킨 부분이 너무 많은 관계로 경제적 현실이 급변하는 경우 적용이 불가능한 한계를 갖는다. 경제가 호황을 이룰 때는 로버트 노직의 말이 맞는 것처럼 보이지만 불황일 경우엔 사실상 최소수혜자들을 보호할 방법이 전혀 없다. 즉 제도적인 차원의 보완이 아닌 경제적인 해법에 지나치게 매달리게 만든다.
2) 공동체에 대한 인간의 심리, 역사적으로 형성된 사회적 관습과 관행, 나아가 과시적 소비나 과시적 기부같은 경제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인간의 인식과 행동을 지나치게 과소평가하고 있다. 즉 거지들에 대한 적선행위같은 것은 경제학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지만 분명히 존재하는 현상이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용인된 불평등'을 강제노동과 동일시하는 것은 인간에 대한 인식적 오류에서 기인한 잘못된 결과물이다.
이 둘이 살았던 시대는 역사적으로 자본주의가 가장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을 무렵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이후 자본주의는 승승장구했고 '현실 사회주의'는 몰락했다. 그 사건들을 목도하면서 로버트 노직은 자신의 견해를 더욱 공고히 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미국의 대표적인 보수주의 연구소의 일본계 학자가 자본주의가 사회주의에 결정타를 먹임으로서 '역사는 끝났다'고 경거망동했던 그 시절부터 지금까지 단 하나의 문제는 해결하지 못 하고 있는데 그건 바로 '자본주의 자체의 문제'다. '현실 사회주의'는 몰락이 자본주의의 문제까지 해결되었다는 증거는 아니니까.
P.S.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대한민국의 경제학자들이나 정치학자들은 존 롤스보다는 로버트 노직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이다. 문제는 그들은 로버트 노직이 했던 말이 지금도 유효한가란 질문은 방기한다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학자라기 보다는 앵무새에 가깝지만 말이다.
P.S.2.
'현실 사회주의'는 몰락했다. 그러나 그것은 사회주의의 몰락은 아니다. 엄밀한 의미에서 볼때 냉전 시대를 정점으로 한 사회주의 대 자본주의 진영 다툼은 우습게도 양 쪽 모두 제국주의와 전체주의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따라서 '현실 사회주의 몰락'은 사회주의를 표방한 제국주의의 몰락에 지나지 않으며 그 몰락을 유발한 결정적 요인 역시 자본주의라기 보다는 자본주의 국가들에 비해 지나치게 폐쇄적인 전체주의를 유지한 탓이다. 심지어 이런 현상, 즉 폐쇄적인 조직이나 생명체는 다른 조직이나 생명체에 비해 생존기간이 현저히 짧다는 건 사실 너무나 일반적인 현상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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