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독재라는 미신
죄박이가 대통령 후보로 나왔을 시절이 일이었다. 애시당초 서울시장으로 있던 시절 해놓은 일들을 본 사람으로서 그는 경제적인 능력이 있는 인물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무조건 옳다고 믿는 광신도에 불과하다고 평가하던 나로선 그가 대통령 후보가 되었다는 자체가 웃기는 일이었다. 제 아무리 남조선이 몰상식한 나라라고 해도 저런 사람을 대통령, 아니 후보자라고 내는 것이 이해가 되질 않았다. 그러나 그는 보란듯이 대통령이 되었고 남조선은 내 예상보다도 훨씬 더 몰상식한 나라라는 걸 증명해 주었다.
그리고 그 몰상식의 저변엔 일본 제국주의 황군 장교 출신인 다까끼 마사오(일명 박정희)가 벌인 개발독재에 대한 잔상이 스며들어 있다. 몰상식으로 둘째가라면 서러웠던 이인제라는 인간 역시 마지막 정치적 발악을 위해 다까끼 마사오의 이미지를 차용하려 했었고 '무임승차' 박그네는 그저 입다물고 아무 것도 하지 않아도 경상도 사람들중 일부는 아주 환장을 한다. 그만큼 다까끼 마사오가 남조선에 드리운 그늘은 깊다는 의미다.
물론 다까끼 마사오가 독재를 하던 시절 남조선이 경제적인 번영을 이루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보호주의라는 장벽 안에서 벌어진 일이다. 심지어 '외국담배를 피우면 처벌한다'는 몰상식이 상식, 아니 애국으로 회자되던 시절이었다. 심지어 그 시절 가장 진보적이었다는 대학생들조차도 양담배와 관련된 부분에선 크게 다르지도 않았다. 개인적으로 의문을 제기했다 납득할만한 이유는 듣지도 못한 채 '매국노'소리도 들어봤다.
아무튼 개발독재는 분명히 보호주의라는 장벽안에서 벌어진 경제성장이었고 그와 더불어 재벌들에 대한 밀어주기가 이루어 졌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이런 노골적인 밀어주기가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앞서 양담배의 경우처럼 소비자의 선택의 자유라든지 소비자 보호같은 기본적인 권리조차도 '애국심'앞에선 양보해야 한다는 몰상식하고 폐쇄적인 민족주의를 통해서였다. 그렇게 '민-관-재'라는 경제 3주체가 똘똘 뭉쳤기에 경제성장이 가능했다. 물론 그 기간동안 벌어진 심각하다 못해 끔찍한 수준의 인권탄압 역시 '민-관-재'라는 바로 그 3 주체의 작품이었다.
아무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무리 죄박이나 박그네에게서 '잘 나갔던 그 시절'의 미망을 본다고 하더라도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제 세상이 달라졌다는 것이다. 남조선의 경제체제는 IMF 사태이후로 아직까지도 상당히 논란의 여지가 많지만 현재까진 실패한 경제 이념으로 구분하는 것이 나은 신자유주의에 철저히 굴복하고 있는 모양새다. 심지어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조차도 그런 압박을 이겨내지 못했을 정도다.
알다시피 신자유주의와 개발독재라는 보호주의는 완전히 다른 경제 이념이다. 개발독재의 능력이나 지식을 가지고 신자유주의 시대를 헤쳐 나가겠다는 건 삽으로 우물물 떠보려는 수작이다. 게다가 개발독재 시절엔 경제학과 관련된 별다른 지식조차 필요치 않았다. 나라를 위해서라면 기꺼이 재벌들의 호구가 되어 주겠다는 인간들이 차고 넘치던 시절이었으니까. 두부로 자동차를 만들어 내놓아도 '애국심'을 외치며 그걸 샀을 테니까.
그리고 그 시절 그 인식에서 단 한 걸음도 나아가지 못한 인간이 대통령이다.
"비싸면 소비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
소비란 자유주의 경제학의 가장 기초적이며 필수다. 소비가 없다면 경제는 성장할 수가 없다. 시중에 돈은 넘치는데 정작 소비는 늘지 않는다. 결국 재고가 쌓이고 기업들은 위기에 처하거나 망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실업자가 늘어날 것이고 가계의 소득수준은 또 떨어질 것이다. 소득수준이 떨어졌으니 소비 역시 더 줄어든다. 고전적인 자유주의 경제학에선 이렇게 가르친다. 고로 '소비란 미덕'이다.
그런데 '내가 집권하면 주가 3천을 넘기겠다'고 호언장담했던 대통령 후보자가 이제 와서 '비싸면 소비를 줄이라'고 한다. 경제를 성장시키겠노라고 입에 개거품을 물었던 사람이 소비를 줄이라고 말한다. 대관절 이 이중적이고 몰상식한 작태를 뭐라고 불러줘야 하나? 뭐 그래도 여전히 사람들은 떠들더라. '다까끼 마사오라면 다 해결해줄 텐데'라고.
p.s.
물론 자국 경제의 성장이 전혀 없어도 주가 3천을 넘길 순 있다. 지금보다도 더 경제 문호를 개방하면 된다. 아니 그게 아니라 외국 투기 자금에게 각종 특혜를 몰아 주면 된다. 그리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법적으로든 무력으로든 찍어 누르면 된다. 말하자면 현재와 같은 제조업 수준을 유지한 채 60, 70년대 수준의 노동상황과 삶의 수준을 만들어 낸 후에 외국계 투기 자금에게 특혜를 몰아주면 된다. 주가 3천 우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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