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깨진 유리창의 역설'

The Skeptic 2011. 4. 1. 23:29

'깨진 유리창의 역설'

 

경제학을 배우는 사람들이라면 아니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보았을 이야기가 있다. 바로 '깨진 유리창의 역설'이다. 어떤 집의 유리창이 깨졌다. 집주인은 화가 나고 주변 사람들은 유리창을 새로 갈아끼울 걱정을 한다. 그 때 죄박이가 등장해서 이렇게 말한다. 

 

"괜찮습니다. 유리창이 깨졌으면 유리창을 가는 사람이 돈을 벌 것이고 그 사람은 그 돈으로 빵을 살 것이고 빵집 주인은 농부에게 밀가루를 사들일 것이니 결국 전체 경제에 이득이 되었으니까요!"

 

언뜻 그냥 들으면 매우 일리가 있어 보인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같은 소리를 하기도 한다. '****도 먹고 살아야지'라고. 그런데 이건 지극히 기본적인 사실을 망각한 몰상식한 소리다. 유리창을 갈 돈을 다른 소비, 이를 테면 애들에게 케이크를 사주었으면 온 가족이 행복할 수 있었다. 은행에 저축을 했다면 은행으로부터 기업에 대출이 되었을 수 있고 주식을 샀다면 직접적으로 기업에 자금을 줄 수도 있었다. 실수나 사고를 위한 단순 비용이 아니라 좀 더 생산적인 소비나 투자를 할 수 있었던 비용이었다. 

 

영남권 신공항 건설이 무산되었다. 몰상식만큼이나 일찍 레임덕이 찾아온 탓에 꼴통 파시스트들의 집단인 딴나라당의 이합집산이 눈에 띄게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 때문에 '차려진 밥상에 밥숟갈 올려놓기', '무임승차의 달인' 박그네 선생께서도 영남권 신공항 건설 무산에 대해 또 숟갈을 올려놓으셨다. 

 

이 와중에 난감한 건 조중동을 비롯한 파시스트 언론들이다. 당췌 어느 편을 들어야 할지 감이 안 잡힌다. 그래도 비록 지는 해긴 하지만 여전히 명목상으로 현역인 죄박이 편을 들기로 한 꼴통 찌라시들이 있다. 그들의 논조는 대개 이렇다. '정치를 버리고 국익을 선택했다.'

 

애시당초 경제성과 관련한 사전조사나 기본적인 타당성 조사조차 없거나 매우 부실한 상황에서 그저 대통령 한번 해보겠다고 마구 해댄 거짓말과 사기극이었다. 뒤늦게 그걸 포기한 것이 '국익을 위한 행동'이라고 추앙받을 만한 짓거리인가? 그런 논리라면 지방의 악선 미분양 아파트는 나중에 철거공사를 일으킬 수 있으니 좋은 일인가? 4대강 죽이기 사업도 나중에 다 뜯어내는 토목공사를 다시 할 수 있으니 건설 경기를 살리는데 일조를 했다고 주장할 텐가?

 

물론 경제 지표상으론 그런 것도 실적으로 잡힐 것이다. 문제는 지표가 아닌 실용이란 시각에서 보자면 그건 그냥 '쓸데없는 낭비'다. 그 돈이면 전국의 밥 못 먹는 아이들 밥을 먹일 수 있다는 건 생각 못 해봤는가? 아니 동티모르같은 작은 나라라면 경제를 부흥시킬 수도 있을 거다. 

 

우려스러운 건 이 '깨진 유리창의 역설'은 참 유명한 이야기인데 어처구니없게도 많은 사람들은 그걸 완전히 거꾸로 이해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늘 강조하는 바지만 패배와 가난과 불행엔 분명한 원인이 있다. 그리고 그 원인들 중 가장 잘 알려진 것들중 두 가지를 언급하자면 '나태'와 '무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