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저런 집안 일 때문에 엄니가 집을 비우는 일이 잦아졌다.
그것도 한 번 비우시면 기본이 2주 정도다.
해서 본의아니게 집안 일을 도맡아 하게 되었다.
1.
그러나 어차피 기본 세팅(?)이 되어있는 일을 비슷한게 반복하는 일은 사실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물론 이건 당위론에 가까운 이야기다. 누구에게나 어렵지 않다는 일반론은 아니다. 그리고 사실 대부분의 경우 쉽다고 말하진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내게는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이 당위론과 일반론간의 간극은 왜 발생하는 걸까?
단순하다. '내가 해야할 일인가? 그렇지 않은 일인가?'하는 마음가짐의 차이가 만들어 내는 간극이다. 내 경우는 나이도 먹을만큼 먹었는 데다 어차피 '우리 집의 일'이자 '내 일'이기도 하다고 판단한다. 실제로 먹고 자고 청소하고 빨래하는 일이 집안 일의 가장 중요한 부분인데 엄니께옵서 집을 비우시는 동안 그 모든 집안 일은 사실 온전히 나를 위한 일인 셈이다. 그런 일조차 '내 일이 아니다'라고 판단할 수 있는 근거는 단 한 개도 없다. 간혹 지겨워서 게으름을 피울 순 있을 테지만 말이다.
2.
집안 일중에 가장 난감한 것이 바로 '화초에 물주기'다. 일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이라서 다른 일은 잘 해놓으면서도 잊어먹기 일쑤다. 게다가 난 애완동물이나 화초같은 것을 돌보고 키우는 일에 전혀 취미가 없는 사람이다. 기억하기론 어렸을 때 단독 주택에 살땐 꽤 즐겼던 것 같은데 초딩 시절 아파트란 곳으로 이사를 왔고 지금까지 아파트란 곳에서 생활하는 동안 아예 관심이 사라져 버렸다.
"아니. 이건 왜 꽃이 이렇게 다 떨어졌냐?"
"모르겠는데요. 전 그냥 물만 줬는데..."
"꽃이 피면 물을 조심해서 줘야지. 에구... 한창 꽃이 이쁠 철인데 펴보지도 못 하고 다 떨어졌네."
그리고 울 엄니와 나의 결정적인 차이. 울 엄니께옵선 '꽃을 보려고' 물를 주시지만 난 그냥 '살려놓으려고' 물를 준다. 산다는 것, 살아있다는 건 중요하다. 사실 다른 어떤 가치보다도 월등히 앞서는 가치일 것이다. 그러나 단지 '살기 위해서'라는 이유는 확실히 누구든 혹은 그 무엇이든 생명을 가진 것들에게 존재가치로서 부여하기엔 빈약하기 이를 데 없는 가치기도 하다.
일을 하고도 미래 설계가 불가능한 돈을 받으며 고작 생명만 연장하라고 말하는 세상의 가치관이 참으로 비인간적인 이유다. 누군나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아름다운 꽃을 피워보고 싶지 않겠는가?
'그러니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나는 흡연자다. (0) | 2011.06.14 |
---|---|
김문수와 오세훈? 새끼 독재자와 초딩! (0) | 2011.05.08 |
감기 (0) | 2011.04.22 |
감기 (0) | 2011.04.13 |
봄은 독서의 계절인가? (0) | 2011.04.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