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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한강'

The Skeptic 2011. 5. 20. 03:03

'오! 한강'

 

허영만 화백의 만화중에 '오! 한강'이란 만화가 있다. 그저 단순한 만화는 아니다. 잘 알려진 만화는 아니지만 알만한 사람은 다 알만한 그런 만화, 개인적인 바램으로 그렇게 취급받아선 안 되는 만화라고 생각하지만 '진보'나 '노동' 같은 단어들이 피어보기도 전에 시들어 버리고 그 자리를 여전한 자칭 보수들과 기업 논리가 지배해버린 상황에선 일부 소수 매니아의 B급 하위 문화로 전락해버린 건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일지도 모른다. 

 

문득 그 만화가 생각난 것은 지나온 내 시간들을 돌이켜 보건데 만화 속 주인공과 닮은 구석이 있다는 걸 느껴서다. 그렇다고 내가 그 만화 주인공이 살았던 그 시절을 살았다는 건 아니다. 개인적인 의미론 참 다행히도 난 그 시간대에서 조금 비켜난 시간속에 있었다. '만약 내가 그 시절을 만화 주인공처럼 살았다면' 이라는 건 사실 상상하기도 싫다. 그런 끔찍한 기억을 갖고 평생을 살 자신은 없다. 

 

공통점이라면 그렇게 열을 낼 때는 이루어지지 않던 일이 그저 자기 일만 열심히 하는 동안에 이루어지더라는 상황때문이다. 물론 현실에선 그렇게 일이 이루어지는 경우는 없다. 아직도 만화 속 그 상황이 어떤 의도에서 만들어진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문제라면 '자기 일을 열심히 하는 동안'이란 대목이다. '자기 일', 난 만화속 그 시절과 조금은 비켜난 시간속에 살았었다. 그리고 지금은 자칭 보수들이 여전히 득세하며 기업들이 개인들의 삶의 좌표를 지정해주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리고 불행히도 난 지금 '자기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들이 정해준 좌표를 어정쩡하게 따라가고 있다. 

 

'어정쩡' 그럴 수 밖에 없다. 난 그게 옳은 게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나를 둘러싼 모든 물질적 조건은 그것을 따르지 않으면 죽는다고 엄포를 놓고 있으니까. 물론 그것을 따르지 않아도 죽지 않는다는 것쯤은 이미 알고 있다. 그래서 간혹 다른 이들에게 그런 말을 했다가 '이단'으로 몰려 돌팔매질을 당할 뻔도 했다. 이 즈음 대한민국은 삼성에 반기를 드는 것이 극우 파시스트들이나 근본주의 종교에 대항하는 것보다 더 힘든 일이 되어 버렸으니까. 핵심은 결국 '자기 일'이란 것을 이 나이 먹도록 아직도 찾지 못했다는 점이다. 그러니 어정쩡하게 뒷꽁무니를 따르며 '놀면 뭐 하냐? 푼돈이라도 벌자' 라고 살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일까? 세상이 바뀌지 않는 이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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