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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 - 가수와 대중사이

The Skeptic 2011. 5. 25. 19:02

'나는 가수다' - 가수와 대중사이

 

대중문화에서 연예인과 대중사이의 관계는 정의하기 어렵다. 그래서 논란이 끊이지 않을 수밖에 없다. 그런 이유로 이런 문제제기는 사실 아주 지루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언론의 입장에선 끝없는 낚시감이다. 이번에도 아니나 다를까 그런 기사가 등장했다.  그러나 이미 언급했지만 이건 매우 고루한 문제제기다. 그래도 언론이 이걸 자꾸만 문제로 삼는 이유는 논쟁을 촉발시켰다는 자체로 '있어 보이는 효과'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실상은 별로 고민이 없다는 증명일 뿐이지만 말이다. 

 

대중문화는 말 그대로 대중적인 호응을 그 기반으로 하는 문화다. 대중문화가 아닌 다른 것들의 경우엔 주로 폐쇄적인 자기들만의 교류를 통해 각각의 지위나 위치가 주어진다. 이를 테면 특정 분야에 대한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평론가나 소수의 향유층에 의해 그 분야 예술가들의 순위가 매겨지는 것처럼 말이다. 반면 대중문화는 이 평가를 내리는 계층이 훨씬 넓다는 차이가 있다. 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한 가지 공통점이 존재한다면 예술가가 스스로 자신의 지위를 만들어 내는 건 결코 아니라는 점이다. 향유 계층의 많고 적음의 차이가 있을 뿐 작동하는 방식은 같다. 

 

대중가수로서 인기가 높은 것, 그 단계를 넘어 아티스트로서 존경을 받는 것, 이 둘은 서로 사뭇 달라 보인다. 그러나 공통점이라면 가수들이 스스로 먼저 그렇게 자칭한 적은 없다는 것이다. 설령 자칭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을 대중들이 사후에 승인해주지 않는 이상 그런 평가가 대중화될 순 없다. 결국 그 모든 평가들은 모두 대중들의 평가에 의해 부여된 것이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사뭇 다른 가치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것이 작동하게 된 방식은 동일하다는 말이다. 

 

굳이 인간은 사회적이고 집단적인 존재라는 이야기를 언급하지 않더라도 이 정도는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독립된 콘텐츠로서의 가수'나 '영웅신화'가 가능할 것이란 발상 자체가 착각이란 의미다. '영웅신화'의 경우엔 사실 언급할 가치조차 없다고 볼 수 있다. 앞서 언급한 것처럼 영웅만큼 대중들의 평가가 필요한 개념도 없기 때문이다. 괜히 시대나 집단의 차이에 따라 영웅의 개념이 달라지는 게 아니다. 

 

대중들과 소통하지 않고도 홀로 존재할 수 있는 독립된 콘텐츠라는 개념도 원칙적으론 허구에 불과하다. 좋은 의미로 받아들여서 노래 그 자체란 의미의 콘텐츠로 언급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다. 나가수 청중 평가단이 단순히 방송이 조작 혹은 강조하는 감동의 프레임 안에 놓여 있다고 해서 그것에 전적으로 의존하는 존재는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 시각으로 나가수를 바라보자면 나가수에서 가수들의 순위가 변화하는 메커니즘을 설명할 도리가 없다. 누가 뭐래도 나가수가 새롭게 시작하고 난 이후로 가장 극적인 스토리를 써간 인물은 임재범이다. 그렇다면 모든 경연에서 임재범이 1위여야 했다. 그러나 결과는 그렇지 않았다. 게다가 청중평가단이 아닌 시청자들의 호불호 역시 매 회마다 갈린다. 

 

대중들은 생각만큼 현명하지도 않지만 생각보다 멍청하지도 않다. 그런 이들을 방송에서 특정한 감정의 프레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감정 조작을 일으킬 수 있다는 주장은 맞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다. 언론의 입장에서 그런 성향을 지적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건 부정적인 현상이 아니다.

 

오히려 그것을 부정적인 것으로 몰고 가는 시각의 기본 전제가 문제다. 대중들과 유리된 채 단독적으로 존재할 수 있는 '콘텐츠'나 '영웅'이 존재할 수 있다는 전제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며 대중들의 감정을 특정한 방향으로 조종할 수 있다는 발상도 잘못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것이 가능한 매개고리는 감동이 아니라 불안감이다. 역사속에 기록된 수많은 파시즘이 그런 일들을 수행했던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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