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폭로
북한이란 국가의 특유의 어법과 폭로라는 방식의 선정성을 고려해 보건데 '애걸복걸'같은 건 거짓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 그러나 '천안함 사건'이나 '돈봉투'같은 경우는 다른 형태로 제의했을 가능성은 매우 높다. 즉 '천안함 사건에 대한 책임을 인정하고 최소한의 반성수준의 대외적인 성의를 보인다면 대북 경제교류와 원조를 재개할 의향이 있다' 정도다.
그리고 이건 그다지 새로운 것도 아니다. 늘 반복되는 이야기라 기억이 안 날수도 있지만 '북한이 핵문제를 투명하게 밝힌다면 경제 교류를 시작/재개할 수 있다' 이거 아주 오래된 남북간의 대화시도방식이다. 말하자면 어느 모로 보나 결코 색다를 것은 전혀 없는 일상적인 남북간의 모습인 것이다.
차이는 오히려 다른 곳에 존재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의외였던 건 바로 북한이 그것을 폭로했다는 점이다. '총풍 사건'이란 것을 기억하는지 모르겠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 대선 후보였던 이회창의 지지율을 높이기 위해 청와대 행정관이 북한 인사와 접촉하여 휴전선에서 무력 시위를 해달라고 요청한 사건이다. 1심에서 유죄가 선고되었으나 2심에서 사전모의를 했다는 사실이 인정되지 않아서 단순 접촉 사건으로 축소되어 국가보안법으로 유죄확정.
이 사건을 통해 알 수 있었던 것은 북한은 남한에 그들에게 매우 적대적인 정권이 들어선다고 해도 일반인들이 알지 못하는 정치적인 끈을 유지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가는 거래를 그것도 청와대에서 북한에 제의한다는 건 생각조차 못 할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사안을 북한이 폭로하고 나선 거다. 암묵적인 정치적인 연결을 스스로 공개하고 나선 것이다.
즉 북한은 현재 남한의 죄박이 정권과 더 이상 대화나 정치적인 연결을 갖는 것 자체를 거부했다는 의미다. 물론 이것이 고도의 외교적 전술일 수도 있다. 폭로를 통해 남한 정권을 코너로 몰아 무방비 상태로 만드는 것. 그런데 이 추론엔 무리한 점이 있다. 무엇보다도 이런 폭로를 통해 북한이 실질적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물론 다가올 대선에서 자신들에게 적대적인 정권이 들어서지 못하게 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면 총풍사건 당시에는 왜 먼저 폭로하지 않았을까? 미루어 짐작컨데 북한은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정권이라면 남한에 어떤 정권이 들어서도 상관없다는 주의인 셈이다. 그리고 현 죄박이 정권은 그런 것까지도 스스로 차버렸다는 의미다.
현 죄박이 정권이 국민들을 속였다는 사실보다도 더 한심한 것은 이번 사건에서 드러난 외교적 고립주의다. 일방서과 대결주의가 죄박이 정권의 특징인 것은 이미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그리고 또 다들 알다시피 이런 방식은 초딩들이나 목숨거는 방식이지 다 큰 어른들이 하는 건 아니라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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