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연애론
SBS의 '짝'이란 프로그램이 변화하고 있다. 그러나 발전이라고 하긴 좀 힘들다. 그 변화가 전적으로 출연진에 의한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출연진들의 다양한 모습들을 제대로 카메라에 담아내고 있다는 점을 보면 프로그램 제작진의 발전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제작진은 사실 그보다는 좀 더 극단적인 선택을 출연진에게 강요하는 방식에 더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얼핏 보기엔 불편하다. 그러나 어차피 방송 프로그램이란 점을 보자면 그리 불편해할 것도 아니다. 뜨뜻미지근하게 진행되는 것보다는 확실한 계기들을 지속적으로 부여하는 것이 프로그램의 긴장감을 끌어올릴 수 있으니까 말이다. 이래저래 꽤 흥미가 생기는 프로그램이긴 하다.
아무튼 하고 싶은 이야기는 프로그램 자체라기 보다는 그다지 설득력없어 보이는 '일반적인 연애'에 대한 이야기다. 이번 짝에 등장한 사람들은 대체로 연배들이 어렸다. 그래서일까? 뭔가 착각을 해도 단단히 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만드는 인물들이 많았다. 여자 2호와 짝을 맺었던 남자 7호가 그 대표적인 예다. '일반적인' 경우 여자들은 남자들에 비해 겁이 많다. 상대방에 대한 확신 혹은 불안감에 시달리는 것은 '일반적으로' 여자다. 고로 연애를 시험에 들게 하는 것은 여자의 것이지 남자의 것은 아니다. 여자를 시험에 들게 하는 행위는 여자에겐 '나 너에게 관심없다'는 표현에 불과하다.
두번째 경우 남자 1호와 여자 1호, 관심을 갖고 있는 상대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상대방에게 집중하지 않는 것은 남여를 불문하고 '나 너에게 관심없다'는 신호다. 같은 차를 타고 대화를 나누는 자리에서 상대방의 말은 무시한 채 계속해서 문자에 집중하는 행위는 연애 상대방에 대한 무례가 아니라 일반적인 경우에도 무례한 행동이다. 말하자면 연애 상대뿐만 아니라 어떤 식으로든 얽히지 않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이다. 둘중의 하나다. 상대방에 대한 관심이 없던지 아예 생각이 없던지. 그렇다고 그런 타입이 유별난 것은 아니다. 안타깝게도 참 많다.
그리고 예전에 본 경우. 정말 많은 남성들이 한 명의 여성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그런데 정작 여성의 선택은 자신을 선택한 남성들이 아닌 다른 남성이었다. 그에 반응하는 남성들의 반응이 분노에 가까운 것이었다는 사실은 참으로 나를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그 프로그램에 나온 사람들은 누구나 공평하게 짝을 선택할 기회를 갖는다. 남자든 여자든 상관없다. 자신을 선택해준 이성중에 한 명을 골라야 한다는 법같은 건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성들은 그에 분노하더라. 심지어 자신을 조각가라 밝힌 이가 보인 반응은 섬찟한 수준이었다.
대관절 이런 몰상식함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일반적으로 보자면 분명 '질투는 남성의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적어도 '소유권이 확고해진 이후'에 가능한 이야기다. 일반적인 경우를 대입해봐도 경우가 아니다. 그래서 당시 내가 느낀 것은 성인 남성위주의 가부장제란 관습적 뿌리가 깊은 남한의 수컷들이 암묵적으로 동의하고 있는 여성의 소유권에 대한 카르텔이 드러난 것이 아닌가 싶었다. 여성의 소유권에 대한 아무런 제약없는 경쟁체제라는 건 남성들의 입장에서 볼때 지나치게 위험성이 많이 따르고 소모적이며 심지어 특별한 경우엔 여성에세 주도권을 넘겨주게 되는 용납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 따라서 남성들 사이에 이른바 '신사협정'이 맺어지는 것이고 그것은 관습이란 이름으로 전승된다.
물론 말이 신사협정이지 결국은 여성들에 대한 남성들의 주도권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기득권의 권력 나눔일 뿐이다. 물론 이런 류의 관습은 그렇게 나쁘다거나 불공정하기만 한 것은 아니다. 남여간의 상열지사라고 해도 대부분의 그럭저럭한 연애들은 카르텔에 균열을 일으키지 않으니까. 말하자면 대부분의 경우 카르텔이 필요치 않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은 관습이기에 많은 이들의 인식을 지배한다. 관습이 무서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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