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한 세상에서 2G로 산다는 것
제품생산 중단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부품마저도 단종된 구시대 돌도끼같은 휴대폰을 사용한다는 것. 사실 이런 건 내겐 별 문제도 아니다. 다만 그런 기계들이 고장이 났을 경우엔 참 난감하다. 난 아직 2G유저고 올 해로 11년째 같은 핸드폰을 쓴다. 휴대폰이 고장나면 인터넷에서 부품을 구해 손수 수리한다. 어제 휴대폰이 또 말썽을 부렸는데 그나마 구해놓은 부품마저도 바닥이 난 것을 확인하고 인터넷으로 주문을 했다.
그런데 웬지 이번 고장은 내 능력 밖일 것 같은 느낌이 들어 후속대책을 마련해놓아야 할 것 같아 주변 대리점들을 방문했었다. 그 결과는 동네 주변 4군데 대리점들중 그 어느 곳도 2G폰은 취급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심지어 3G폰도 제대로 갖추고 있는 곳이 없었다. 그저 오로지 스마트폰이었다. 기분이 참 묘했다. 그 옛날에 히트했던 영화 '부시맨'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었다.
물론 난 어느 정도 소비자본주의에 대한 반감같은 것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지만 그렇다고 그 반감에 충실한 삶을 살겠노라고 결의를 다지는 인간인 건 아니다. 다만 익숙한 것에서 벗어나는 것이 싫다는 측면이 더 강한 사람일 뿐이다.(물론 그렇게 살면 인생이 참 단순하고 심심해진다) 그리고 버는 수입이 적기 때문에 지출 역시 줄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자신의 이념이나 이상보다는 현실적인 제약에 더 영향을 받는 사람인 셈이다.
그 기준에서 보자면 이번 휴대폰 고장 사건에서 나의 선택은 스마트 폰으로 전향을 선언했어야 했다. 게으른 인간이 번화의 물결에 밀려 가는 건 그리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니까. 그런데 난 그러지 않았다. 그냥 인터넷으로 중고 2G폰을 한 개를 여분으로 주문해놓았을 뿐이다.
버텨보겠다는 것도 아니고 내가 반감을 가지고 있는 세상의 흐름과 싸워보자는 건 더더욱 아닌 것 같다. 2G유저에서 스마트 폰 유저로 전향하는 그 절차 자체가 귀찮아서인 것 같다. 게으름도 이 정도면 중증이다. 변화를 추구하지 않는 삶이란 건 아무래도 그다지 긍정적이진 않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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