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뉴타운 정책 폐기와 주택 수급 불균형

The Skeptic 2012. 1. 31. 02:55

뉴타운 정책 폐기와 주택 수급 불균형

 

서울시가 딴나라당 인사들이 지난 10년간 벌여온 뉴타운 사업을 전면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미 몇몇 지역에선 뉴타운 지정 자체를 반대하는 움직임이 있었던 터라 그다지 새로운 내용은 아니다. 그 와중에 '주택 수급'이란 요인이 새로운 변수인 양 거론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각은 뉴타운 사업 자체를 지나치게 단순한 지표로 분석한 것이라는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울 것 같다. 

 

지난 10년 동안의 뉴타운 사업이 실패인 이유는 아주 단순하다. 뉴타운 사업을 통해 주택가격이 지나치게 상승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타운 사업이 시작된 이래로 가장 많이 지적되어온 문제점이 바로 원주민들의 재입주율이 형편없다는 점이다. 즉 뉴타운 사업을 벌이기 이전에 해당 지역에 거주하던 원주민들이 뉴타운 사업을 통해 새로 지어진 아파트의 가격이 지나치게 오른 나머지 다시 입주하지 못 하고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가야만 했던 것이다.

 

이렇게 뉴타운 사업을 통해 주택 가격이 상승한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나자 원주민들이 밀려난 자리를 다른 외지인들이 채우기 시작했다. 그런 현상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것은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되기 시작한 후부터다. '불꺼진 뉴타운'이란 이슈가 등장하기 시작한 거다. 즉 실제로 거주할 목적이 아니라 투기, 좋게 말하면 재테크를 위해 구입한 경우 전세나 월세가 나가지 않아 주민들이 입주하지 않고 밤이 되어도 불이 들어오는 세대가 얼마 되지 않는 현상이 벌어졌던 것이다.

 

실제로 지금도 아직 본공사에 들어가지 않은 뉴타운의 경우 원주민보다도 외지인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물론 그것이 뉴타운 때문에 벌어진 투기의 영향인지 애시당초부터 주택의 소유주와 거주자가 달랐는지는 따져봐야 할 문제다. 그런데 사실 그걸 따진다고 해서 뭐가 크게 달라지는 건 아니다. 뉴타운 공사때문이 아니라 그 이전에 이미 실거주민보다 외지인의 비율이 높았다는 결론이 나더라도 그것은 뉴타운 사업에 대한 변명은 될 수 있지만 그동안 주택수급 자체가 실거주 위주로 돌아가고 있지 않았다는 반증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즉 그런 상황에서 뉴타운 사업을 추진해도 결국 실거주자 위주의 주택 수급정책이 될 가능성은 별로 높지 않을 수 밖에 없다. 

 

중요한 점은 이거다. 단순히 공급 주택 수가 줄어든다는 이유만으로 주택 수급 불균형을 지적하는 건 큰 의미가 없다. 그런 정책을 통해 주택 가격이 상승할 수 밖에 없고 그로 인해 정작 주택이 필요한 이들은 소외되는 현실이 중요한 것이다. 지난 10년동안 적잖은 수의 주택이 공급되었지만 여전히 많은 이들이 전세와 월세를 전전하고 서울 외곽으로 밀려나고 있다. 단순히 공급만으로 주택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란 발상과 그런 인식을 기반으로 한 주택 수급 정책은 완전히 의미를 상실해 버린 거다. 

 

파이는 늘어나지만 정작 그 파이를 먹을 수 있는 사람들은 이미 한정되어 있다. 주택공급이란 허울을 쓴 사실상의 대규모 투기였던 셈이다. 이것이 지난 10년간의 뉴타운 사업이 가졌던 맹점이다. 그리고 당면한 경제적 현실을 놓고 보자면 실수요가 아닌 투기수요에 의해 주도되는 주택 시장의 양상은 당분간 더 심화될 것이 확실하다. 게다가 주택시장 자체가 가지는 불안정성이 대두된다면 문제는 더 커진다. 뉴타운 사업으로 주택이 대규모로 공급되었지만 정작 정상적인 수요가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투기적인 수요가 그 공급을 받는 경우 주택 시장의 가격이 지속적으로 하락한다면 금융비용과 가격하락을 이겨내지 못한 수요층에서 주택 투매현상이 벌어질 수 있고 이는 극단적인 주택가격 하락과 자산가치 하락으로 이어질 것이다. 즉 부동산 버블 붕괴인 것이다. 

 

물론 이미 그런 낌새를 눈치챈 사람들이 그런 바람에 휘둘리진 않을 것이다. 게다가 우리는 이미 IMF와 이어진 몇 번의 경제위기를 통해 그런 경우들을 보아왔기 때문에 더더욱 잘 대처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만약 정부나 시에서 주도하는 사업이라면? 그리고 그런 사업을 통해 주택 가격 하락을 인위적으로 방어하거나 혹은 가격을 상승시키는 경우 사람들은 '설마?'하는 마음에 그 바닥에 발을 들일 수도 있다. 그리고 대부분의 경우 바로 그 순간에 가격이 폭락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마지막으로 사람들이 상투를 잡는 순간 투기꾼들은 기꺼이 자기 패를 내던지고 판에서 빠질 것이기 때문이다. 

 

매몰비용이니 뭐니 떠들어 대도 현 상황에선 박원순의 뉴타운 사업 재검토는 매우 옳은 결정이다. 심지어 실제로 재검토와 뉴타운 지구 지정 취소같은 일이 벌어지지 않더라도 투기를 위주로 하는 뉴타운 사업을 재고하고 있다는 신호만으로도 주택 시장은 냉정을 찾게 될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이미 상당히 좋은 영향을 미칠 확률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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