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불평등 관계?
김어준의 이런 이야기 자체가 난 아주 별로다. '성희롱은 권력의 불평등 관계가 성립되어야 하는데 우리와 청취자사이엔 그런 게 없다' 그런가? 이건 아주 우스운 논법이다. '우리'는 나꼼수다. 그리고 '청취자'는 나꼼수를 듣는 이들이란 이야기다. 문제는 나꼼수에서 정봉주 의원에 대한 비키니 시위를 벌인 여성을 성적으로 대상화시킨 방송을 들은 이들중에 '불쾌감'을 가진이들이 있었다는 사실이다. 그렇다면 이들은 청취자가 아니란 말인가? 그건 곧 나꼼수를 들으며 자신들의 의견에 적극적으로 동조해줄 수 있는 이들만이 오로지 '청취자'의 범주에 들어간다는 의미다.
그렇다. 원래 마이너리티 문화라는 게 그런 거다. 자기들만의 코드로 무장한 소수 집단의 자기 위무와 해소. 그런 것이 마이너리티의 특징이고 애시당초 나꼼수는 그렇게 시작한 거다. 따라서 이들은 아무런 문제도 없다는 식이다. 그렇다. 아무런 문제도 없다. 오히려 문제라면 애시당초 그런 수준에서 시작한 나꼼수에 대한 대중들의 지나친 관심인 거다. 말하자면 나꼼수는 그 자신이 가진 태생적인 한계를 넘어서는 지나친 관심을 받았던 거다. 게다가 사람들은 애시당초 마이너리티에 불과한 나꼼수에게 너무 많은 기대를 한 거다. 나꼼수는 애초부터 그런 집단이 될 의도도 없었다. 나꼼수가 세상을 바꿀 수 있을까? 이 질문에 어떤 답을 내놓는가에 따라 당신의 소속이 결정되는 거다. 소속이라고 하니까 꽤 거창해 보이는데 사실 별거 아니다.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다고 해서 뼛속까지 그런 사람은 극도로 드무니까.
두번째, '성희롱은 권력의 불평등 관계가 성립되어야 한다' 김어준은 의도적으로 이 범위를 '나꼼수와 청취자'는 특별한 집단간의 문제로 넘긴다. 이렇게 되는 거다. 나 역시 성적 대상화에 대해서 부정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그 성적 대상화라는 것 역시도 지켜야 할 선이란 것이 존재한다고 보는 사람이다. 게다가 그 성적 대상화라는 것이 남성보다는 여성들에게 지나치게 적용된다는 것도 사실이고 결국 대한민국이란 나라에선 여성들을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시선이 지나친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김어준은 나꼼수와 청취자들은 그런 질서에서 자유로운 인격체들의 모임이라고 주장한다.
글쎄다? 난 그런 시각에 그다지 동의하기 힘들다. 자아란 애시당초 큰 자아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특정한 사회에서 나고자라고 살아가는 이들은 그 특정한 사회의 가치관을 갖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심지어 그런 가치관에 대해서 극렬하게 반대하는 이들이라고 하더라도 결국 그 사회가 이미 만들어 놓은 범주안에서 반대를 표명한다는 점에서 여전히 그 사회의 영향력 안에 존재하고 있는 것일 뿐이다. 그 질서에서 완전히 자유롭기란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김어준과 나꼼수, 그리고 그 청취자들은 그 영향력에서 벗어났다는 주장이다. 물론 그럴 수도 있을 것이다. 나꼼수를 렬렬히 청취하는 이들을 통계학적으로 구분해 보지 않는 이상 이건 증명불가능하다. 그런데 난 그럴 가능성 거의 없다고 본다. 아주 주관적이고 오만한 시각에서보자면 말이다. 난 나꼼수나 김어준이 지칭하는 나꼼수 청취자들의 수준이 나보다 높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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