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듬직하다'는 의미
자주 느끼는 바지만 세상은 나의 가치관과 전혀 다르게 굴라가는 경우가 많다. 뭐 누구라도 그렇다고 느낄 테지만 말이다. 부산에서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국회의원에 출마하기로 했다능 어떤 여성이 화제란다. 난 그 여성이 어떤 생각을 갖고 정치에 뛰어들려고 하는 건지 잘 모른다. 언론에 보도된 내용만 놓고 평가하라고 해도 내 대답은 같다. '모르겠다'
그 여성의 발언들을 보면 물과 기름을 섞으려고 한다는 느낌이 든다. 물론 불가능할 건 없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문제는 누가 봐도 섞기 힘들 정도로 전혀 다른 성질을 가진 물과 기름을 마치 똑같은 것인 양 취급하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것과 과연 어떻게 그 물과 기름을 섞겠다는 건지 전혀 알 수가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까 그 여성의 발언만 놓고 보면 그냥 '난 정치가 싫어요'라고 말하는 정치혐오증을 가진 평범한 사람인 생각날 뿐이다. 그런 인식을 보이는 여성이 정치에 발을 담그겠다고 하고 굳이 새대가리당에 공천을 신청했단다. 물론 이것도 합리적인 선택의 과정과 결과는 아니란 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모르긴 몰라도 선거를 앞두고 어느 당에선 잘 이용해 먹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이후는 나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 여성이 죄박이더러 '듬직하다'라고 표현을 했다. '듬직하다' 난 이 단어만 들으면 떠오르는 사건들이 참 많다. 물론 그다지 유쾌한 기억들은 아니다. 그건 '듬직하다'라는 단어의 의미를 나와 전혀 다르게 받아 들이는 사람들과의 마찰 탓이다. 대학교 후배가 한 명있다. 언젠가 어떤 선배를 보고 그 후배가 '듬직하다'는 표현을 사용했었다. 그런데 그 선배는 적어도 내 기준에선 듬직하다는 것과는 아무 연관도 없는 사람이었다.
그러니까 그 선배의 가장 큰 특징은 늘상 확신에 찬 말투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집회같은 자리에서 연설이라도 할라치면 참으로 수려한 수사와 설득력있는 말투를 사용하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문제는 내가 그 선배와 대화할 일이 참으로 많았다는 점이다. 그러나 그런 상황은 채 1년도 이어지지 못 했다. 그 선배는 내 질문에 제대로 답변하지 못 하는 경우가 너무나 많았고 심지어 '그건 잘 모르겠다'는 말조차 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걸로 그 선배에 대한 내 평가 역시 끝이었다. '그다지 믿을만한 사람은 못 된다'는 것이었다. 나쁜 사람이란 의미가 아니라 함께 일을 할만한 사람이 못 된다는 것이고 심도깊은 대화를 나눌만한 사람이 아니라는 의미다.
세상엔 그런 사람들 참 많다. 오로지 하나의 가치관으로 세상 모든 것을 다 판단하겠노라는 자칭 천재들 말이다. '모든 것은 하나님이다', '모든 것은 돈이다' 같은 부류들 말이다. 이런 사람들 언뜻 보면 참 듬직해 보인다. 우습지만 꽤 많은 사람들이 세상만사를 단순하게 보이도록 만들어 주는 사람에 대해서 깊은 신뢰감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 그러니까 '안전하다'는 느낌을 받고 싶은 욕구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알다시피 '그렇게 느끼는 것'과 '실제로 안전한 것'은 분명 차이가 있다. 그래서 나에게 그런 사람들은 그저 몰상식한 인간이거나 과대망상이란 인격적 결함에 시달리는 사람일 뿐이다.
몇 번 말한 바 있지만 사람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조심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바로 '사기당하는 것'이다. 내가 굳이 이걸 강조하는 이유는 세상엔 남들을 속일 목적으로 사기를 치는 것이 아니라 그 자신도 그것이 결과적으로 사기가 될 것이라는 것을 모른 채 확신에 차서 사기를 치는 인간들이 더 많다는 거다. 이런 인간들이 정말 문제가 되는 건 이런 인간들에게 사기를 당하는 대다수의 사람들이 정말 착하기 때문이다. 이 착한 그러나 어리숙한 인간들은 이런 인간들에게 사기를 당하고도 늘상 이렇게 스스로를 자위한다.
"그래도 원래 나쁜 놈은 아니잖아."
"처음부터 속이려고 했던 건 아니잖아."
그렇게 스스로를 자위하고 다음에 또 사기를 당한다. 그렇게 다람쥐 쳇바퀴를 돌리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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