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는 명청한 짓이다.
늘 그래왔고 또 앞으로도 그럴 테지만 세상은 계속 변화한다. 그리고 그 변화는 나나 당신의 선택과는 무관해 보인다. 그러나 세상의 그 모든 크고작은 변화들은 모두 나와 관련이 있다. 단지 그 모든 변화들이 모두 나의 '자발적이고도 적극적인 선택'에 의한 것은 아니기 때문에 무관해 보일 뿐이다. 즉 하루를 살면서 내가 무심코 하는 모든 행동들이 세상의 변화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셈이다.
하다못해 담배 한 갑을 동네수퍼에서 사는가 SSM에서 사는가 편의점에서 사는가와 같은 사소한 행위들조차 사소한 돈의 흐름을 만들어 내고 그런 작은 흐름들이 모이면 큰 흐름과 자본축적을 초래한다. 그리고 그 자본이 어디에 축적되는가에 따라 작게는 이 나라의 재벌 서열순위를 바꿀 수 있으며 크게는 유통구조를 바꿀 수도 있다. 심지어 그 작은 흐름들이 응축되어 한 뱡향을 향하다 보면 이 나라의 경제구조까지 바꿀 수도 있다.
결국 우리가 의식하든 의식하지 않든 우리의 모든 행위의 결과물들은 세상의 크고작은 변화들을 추동하는 힘인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살아가는 매순간을 그런 선택의 긴장속에서 살지 않는다. 우리는 대부분 늘 가는 곳에서 늘 같은 담배를 사는 사람들인 것이다. 때문에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갖고 있는 관습, 습관, 취향의 문제가 중요한 것이다. 그렇다고 그 모든 관습, 습관, 취향이 모두 다 눈에 띌 정도로 제각각인 건 아니다. 여러 가지 변수들이 존재하지만 큰 틀안에서 작은 차이들을 보이는 것이 일반적이다. 왜 그럴까? 변화란 대중들중 다수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다수에 의해 선택받은 변화는 주류가 되고 그것은 뒤이어 또 다른 많은 이들의 선택에 방향성을 제시하는 준거점이 되기 때문이다.
변화란 가능성의 영역이기에 어떤 식으로든 가능하지만 가장 손쉽고 강력한 방법은 흐름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반면 가장 어려운 변화는 흐름을 거스르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테러는 변화를 바라는 이들이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최악의 선택이다. 얼마나 최악인가 하면 그걸 선택하느니 차라리 변화를 포기하는 편이 더 나을 정도다. 포기하면 현 상태를 유지할 확률은 크지만 테러를 선택하는 순간 변화의 방향은 자신이 원하는 것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갈 확률이 매우 높아지기 때문이다.
프랑스에서 탈레반임을 자처하는, 그러나 정작 탈레반에선 알지 못 하는 어떤 인간이 테러를 저질렀다. 그는 이렇게 말했단다. '내가 프랑스를 굴복시켰다'고. 그러나 이미 죽어버린 그는 알지 못할 거다. 그가 벌인 사건덕에 프랑스는 그가 원했던 방향과 반대 방향으로 나아갈 확률이 더 높아졌다는 사실을 말이다. 사실상 인종차별을 주장하는 극우파에 대해 호의적인 태도를 보이는 프랑스의 사르코지대통령이 '이런 행위로 프랑스 공동체를 무너뜨릴 순 없다'라는 저급한 코미디를 날린 것도 우습지만 말이다.
아무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론의 보도대로 이번 사건은 프랑스의 극우세력과 극우에 가까운 보수파인 현 사르코지 대통령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공포와 불안은 인간의 의식을 잠식하고 판단력을 흐리게 만든다. 이런 상황에서 대부분의 인간은 거의 반사적으로 안전한 상황을 원하게 된다. 그래서 단일민족, 단일국가와 같은 개념, 즉 인류 역사상 단 한 번도 실제로 존재해본 적이 없었던,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이 지금도 존재한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안정감을 느끼는 것들에 매달리도록 만든다. 그리고 이 현상이 심각해지면 차별이 된다. 그런 현상이 얼마나 오래 갈지는 모른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그런 경험들 역시 누적되다 보면 무시못할 흐름을 형성하게 되고 그 흐름이 응축되다보면 변화를 추동하게 된다는 점이다. 물론 역사적인 사례들을 돌아 보건데 그 흐름의 방향은 결코 올바른 것이 아니다.
P.S.
그렇다고 그 모든 유사테러행위에 대해서 반대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일본 제국주의에 항거하기 위해 이토 히로부미를 쏘아 죽인 안중군 의사를 일본 극우파들의 주장처럼 테러범이라고 부를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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