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
마지막 남은 카드를 만지작 거리는 중인가 보다. 사실 부동산 시장 상황 안 좋다고 이른바 부양책이란 걸 몇 번이나 내놓았는지 모른다. 그런데 결국 나아진 것이 없으니 마지막 남은 카드라도 써보고 싶은 거다. 어차피 임기도 얼마 안 남았으니 이번 조치로 인한 책임은 자기가 안 져도 된다는 공짜 심리까지 작용했을 거다.
벌써부터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가 부동산 시장을 교란 시킬 수 있다는 우려들이 나온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이전부터 친자본주의적인 행보를 보였던 많은 경제 기관들 역시 그런 우려를 표한다는 점이다. 물론 그들이 갑자기 자본주의 노선을 버렸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들은 소탐대실을 우려하는 거다.
안 그래도 현재 남한의 경제 사정은 그리 좋지 않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난 각종 경제지표들은 여전히 좋다. 그러나 그것이 재벌위주의 경제 구조로 인한 착시현상이라는 건 이미 많은 이들이 동의하는 바다. 통계란 건 대체로 '평균을 내는 일'이다. 100명이 각각 1원씩 사지고 있든 100명주의 1명이 100원을 가지고 있든 통계상으론 영 쪽 모두 100원을 가지고 있는 거다. 즉 이런 평균을 내는 경제지표는 여전히 좋다. 반면 평균율이 아니라 그 속사정을 보는 경제 지표들은 매우 안 좋다. 즉 있는 넘은 계속 있고 없는 넘은 계속 없는 거다.
그런 상황에서 비용이 상승한다는 게 어떤 의미일까? 있는 넘에겐 큰 의미없다. 아주 미친듯이 오르지만 않는다면 그 변화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없는 넘들 사정은 조금 다르다. 안 그래도 없는데 돈 나갈 곳이 더 느는 거다. 죽을 맛일 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도리는 없다. 결국 빚을 내야 한다. 그런데 비용이 계속 상승한다면? 그냥 빚만 느는 거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하다는 워킹 푸어는 그렇게 만들어지는 거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빚의 원금은 커녕 이자조차 제대로 갚을 수 없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그게 바로 가계부채 붕괴다. 개인파산은 증가하고 은행엔 받을 수 없는 악성 채무가 늘어난다. 당연히 은행은 위험한 대출을 줄이게 되고 그나마 조금 여력이 되던 사람들조차 돈을 구할 수 없게되면 연쇄적으로 파산하게 되고 그 영향을 다시 금융권으로 몰아친다. 그렇게 파장은 단계를 거치며 더 커지고 금융위기가 닥치는 거다. 이미 미국에서 20세기 후반부터 21세기초까지 IT거품 붕괴, 주택시장 붕괴, 금융 시장 붕괴가 이런 식으로 벌어졌다.
친자본주의적 시각을 굳건하게 유지하던 각종 기관들이 이번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에 대해서 우려를 표하는 이유가 그것이다. 이미 주택담보 대출이 지나치게 높다고 보는데 강남 3구 투기지역 해제로 인해 주택 가격이 급상승하고 투기가 활성화되면 차후에 그 거품이 붕괴되는 것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보는 거다. 그러니까 이들은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는 것은 바라지 않는 거다. 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자신들조차 아무런 대책이 없다는 걸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런 와중에 '친자본주의적 대책', '친시장적 대책'을 주장하는 것이 얼마나 웃기는 짓인지도 스스로 잘 알기 때문이다.
다행이라면 이미 셀수 없이 많을 만큼 멍청한 짓을 저질렀음에도 불구하고 남한 사람들은 그저 가방끈 좀 길다는 이유로 아직도 이들이 하는 말이 옳다고 믿어준다는 점일 게다.
P.S.
웬지 죄박이 정권이 그동안 해온 행태들을 보건데 아마도 주식시장이 한번 대폭락을 맞을 시점에 강남 3구 투기해제란 카드를 꺼내들지 않을까 싶은 우려도 든다. 그런 짓까진 하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만약 한다면 세상 살이가 정말 스펙타클해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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