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니스의 상인

다보스 포럼, 길을 잃다

The Skeptic 2012. 5. 12. 03:58

<브라운 전 총리는 아시아의 미래를 낙관했다. 그는 "아시아는 보건, 교육, 연금, 보험 등에서 무한한 시장을 갖고 있다" 며 "앞으로 15년 이내에 아시아가 세계 경제를 이끄는 것을 목도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고든 브라운, 영국의 전 총리다. 그 이전에 재무장관직을 역임하기도 했단다. '다보스 포럼, 자본주의를 버리다'란 책에 등장하는 그의 인터뷰 내용을 읽는 동안, 특히 저 부분을 읽을 때는 난 그가 보수당 출신 총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검색을 해보니 노동당 출신이란다. 게다가 그는 학생 시절 유명한 좌파 학생 운동가였다고 한다. 


유명한 좌파 학생운동가 출신의 총리가 '보건, 교육, 연금, 보험'을 '시장'으로 바라본다는 건 내 시각에선 꽤 모순적이다. 물론 유럽이나 영국의 경제 시스템에 대해서 잘 모르다 보니 생기는 오해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런 부문들이라고 해서 100% 국가의 책임으로 굴러가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도 그리 흔치 않은 현상이다. 어쩌면 아시아 국가들의 '보건, 교육, 연금, 보험'이란 부문이야말로 유럽의 이른바 선진국들과 비교해 볼때 가장 낙후된 부문일 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이 부문들의 책임과 권한을 민간에게 모두 내어주는 것이 아니라 국가가 상당한 통제권을 유지한 채로 민간에게 시장을 개방해도 상당한 규모의 시장이 형성될 가능성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여전히 그의 발언이 모순적이라고 느낀다. 그리고 어쩌면 영국에서 좌파라고 불릴만한 정당인 노동당 출신의 총리가 저런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이 현실 정치에 참여하는 영국 내 좌파들의 수준이 아닐까란 생각도 든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면 영국엔 사실상 좌파 정당이 없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 같다. 미국처럼 말이다. 


'다보스 포럼, 자본주의를 버리다'란 책의 내용 역시 고든 브라운 총리의 발언과 비슷하다. 아직 절반 밖에 읽지 않았지만 대부분의 내용들이 모순된다. 어떤 이는 한 편에서 희소한 자원 문제를 지적하는데 다른 한 편에서 대대적인 소비 부양책을 역설한다. 한 사람이 경제 성장을 위한 요건으로 정치적 안정을 들며 빈부격차 해소를 위한 사회적 안전망 구축을 주장하는 동안 다른 이는 브라운 총리처럼 사회적 안전망이 필요한 분야라고 여겨지는 곳을 새롭고 무한한 시장이라고 칭하는 식이다. 아직 다 읽은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의 제목은 아무래도 '다보스 포럼, 길을 잃다'라고 하는 편이 더 적절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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