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탑밴드

The Skeptic 2012. 7. 1. 04:14

드디어 16강이 가려졌다. 


지금까지는 아무래도 예선이다 보니 모든 밴드의 연주를 들을 수 없었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이런 부분은 솔직히 아쉽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방송인 걸. 늘 그렇지만 방송의 문제, 특히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아닌 경우엔 심층적인 부분까지 방송을 통해 본다는 건 아직 힘들다. 그냥 보여주는 것만 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이유와 서바이벌 프로그램이란 특성, 게다가 밴드음악 - 현실적으로 대중적이진 못한데 대중적이지 못하면 먹고 살기 힘든 모순에 빠진 하위 문화라는 특징들이 범벅이 되다 보니 특정 밴드에 대한 주목도가 높은 것처럼 비춰질 수 밖에 없다. 이것도 경쟁이니 그 안에서 능력껏 살아 남으라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우리가 예전보다 물질적으로 더 풍요로운 세상에서 살고 있다고 말하면서도 정작 그 물질적 풍요와 걸맞지 않게 물질적으로나 정신적으로 빈곤한 삶을 살아가는 이유 역시 그런 가치관때문이란 걸 생각하면 선뜻 동의해주기도 어렵다. 조금 아쉽다는 말이다. 물론 그런 아쉬움때문에 탑밴드란 프로그램이 이번을 마지막으로 사라지는 것을 바라지는 않는다. 


아무튼 이제 16강이 가려졌다. 시즌 2라고 해서 시즌 1과 크게 달라진 바는 없다. 때문에 16강부터 어떤 식으로 진행될 것인지는 이미 알고 있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이제 16강에 살아남은 밴드들에 대한 지극히 주관적인 선호도. 순위와는 상관없이 난 '장미여관', '칵스', '트랜스 픽션'이다. 나머지 밴드들은 대충 다들 그저 그렇다. '고래야'나 '펠라스' 두 밴드는 판단 자체를 유보한다. 선호하는가의 문제와는 상관없이 그 독특함때문에라도 관심을 기울이게 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주관적으로 선호하지 않는 밴드라면? 솔직히 말하자면 위에 거명한 밴드들을 제외하면 나머지 밴드들은 솔직히 별로다. '데이 브레이크'나 '몽니', '와이낫'이나 '슈퍼키드', '로맨틱 펀치'. 미안하지만 이 밴드들이 과연 어떤 차이들을 갖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그냥 밴드 이름을 바꿔놓아도 별반 다르게 들리지 않을 것 같고 게다가 그다지 내가 선호하는 스타일이 아니다. '피아'는 그 선호도에서 살짝 빗나가 있고 '피터팬 콤플렉스'는 전혀 내 스타일이 아니다. 


오히려 탈락한 밴드들 중에 아쉬운 이들이 있다. '넘버원 코리안'과 '해리 빅 버튼'이 그렇다. '프리다 칼로'같은 밴드들이 대거 탈락한 상황에서 '해리 빅 버튼'마저 탈락했다는 것은 오리지널 하드락 밴드가 전멸했음을 의미하기에 아쉽고 '넘버원 코리안' 역시 그들을 제외하고 나면 지금은 보기 힘든, 아니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밴드 자체를 유지하는 것 자체가 힘든 브라스 구성의 밴드가 하나도 남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시즌 1에 비해서 오히려 구성이란 면에서 보자면 빈약해진 셈이다. 물론 다양한 구성을 위해 실력을 후순위로 둘 수는 없는 것이니 어쩔 순 없지만 아쉽다. 


현 16강 상황에서 보자면 내 순위표의 1위는 '칵스'다. '장미여관'은 다소 센세이셔널했던 등장과 비교해보면 신대철의 말마따나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B급 가사와 퍼포먼스라는 지적은 그래서 타당해 보인다. 분명 음악적인 면에서도 자신들의 스타일을 흐트러트리지 않으면서 조금 더 새로운 시도들을 해볼 수 있는 여지와 실력이 있는 것 같은데 아직까지 그런 것을 보여주지 못 하고 있다. '피아'를 비롯한 다른 밴드들이 경연이 진행될 수록 점점 더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과 비교해보면 답보상태다. 


아무튼 이제 진정한 시작은 지금부터다. 심사위원이었던 이들이 조력자로 등장하기 시작한 시점부터 보여질 밴드들의 변화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