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아닌 아메리카노 논쟁.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통합진보당이 여전히 내홍을 앓고 있는 와중에 김미희 의원의 남편되는 백승우라는 사람이 유시민이 아메리카노 커피를 즐겨 마시는데 매번 그 커피 심부름을 비서실장에게 시킨다며 폭로(?)했기 때문이다. 물론 단순히 그런 말만 하려던 것은 아닌 듯 하다. 그런데 정작 다른 의견이라곤 '유시민이 통합진보당에 대한 패악질을 해대고 있는데 자세한 내용은 다음에...'라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때아닌 아메리카노가 희생양이 되어 버렸다.
대충 눈치들 챘겠지만 이건 연예인들에 대한 루머를 양산해내는 중고딩 수준의 이야기고 단순한 험담에 수준낮은 인신공격에 불과하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런 인신공격이 꽤 잘 먹혀드는 수단이란 점이다.
"논리가 안 되면 인신을 공격하라"
이건 지루할 정도로 고전적인 이야기지만 또 그만큼 효과적이기도 하다. 우리는 통합진보당의 내홍, 즉 구당권파의 부정 선거 내지는 총체적 부실선거에 대한 이야기와 그로 인해 촉발된 당내 갈등 상황에서 힘겨루기와 폭력 사태를 야기한 구당권파의 자세에 대한 문제제기와 그들의 버티기에 대한 대처방안들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중이다. 그런데 갑자기 그 자리에 아메리카노가 끼어든다. 매우 뜬 금없지만 그 아메리카노 심부름이 논쟁의 당사자중 한 명에게로 향해 있고 그 당사자의 인성이나 인격을 깍아 내리는 것인 경우 판단력을 흐리게 만들기도 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있어서 이성적인 판단이란 감정적 선호만도 못한 도구이기 때문이다. 같은 잘못이라도 생판 모르는 사람이 저지르는 것과 내 가족이 저지르는 것은 사뭇 다르게 다가오기 마련이다. 머리깎고 속세와 인연을 끊을 요량인 사람이 아니라면 이건 당연한 자세다. 그런데 논리를 무력화하겠다는 불순한 목적으로 자행되는 인신공격은 바로 이런 부분을 파고드는 것이다.
그런 면에서 인신공격을 엄지를 묶어놓는 포박법과 같다. 양 손 엄지를 묶어 놓으면 얼핏 보면 '묶어놓았다'는 느낌이 들지 않지만 양 쪽 손목을 묶어 놓는 것과 똑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인신공격은 얼핏 별 것 아닌 것 같고 심지어 우습게 보이기도 하지만 실제론 이성이 아닌 감정에 호소한다는 점에서 상당한 위력을 발휘한다.
문제는 이런 함정에 빠지면 판단력이 흐려질 뿐 아니라 민망할 수도 있다. 그런데 이 함정에 빠지지 않는 방법은 의외로 매우 단순하다. 하던 말 계속 하고 가던 길 계속 가면 된다. 유시민의 아메리카노 심부름과 통합진보당 구당권파의 뻘짓은 아무런 상관도 없다. 그러니 그냥 무시하고 가던 길 계속 가면 되는 거다. 유시민이 비서실장에게 커피 심부름을 시키는 것이 그가 매우 권위적인 인물이거나 혹은 차별적인 인물이어서 그럴 수 있다. 그런데 그건 통합진보당 구당권파로부터 촉발된 문제와는 아무 상관도 없다.
인신공격이든 다른 무엇이든 논리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들의 최종 목적은 결국 논점을 흐리는 것이다.
p.s.
그런데 비서실장에게 커피 심부름시키는 것이 그렇게도 잘못된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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