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늘 시궁창

비분강개로 할 수 있는 일?

The Skeptic 2012. 8. 23. 22:37

동북아 삼국이 요즘 영토문제로 생난리를 피우고 있다. 중국과 일본은 저마다 '다오위다오는 중국 땅', '센가쿠 열도는 일본 땅'이라고 열변들을 토하고 있고 한국과 일본은 '독도는 한국 땅', '다케시마는 일본 땅'이라고 난리를 피운다. 


사실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그러려니 할 수 있는데 문제는 이게 지나치게 과열되어 있다는 것이다. 일본에서 활동중인 카라더러 독도는 누구 땅이냐고 추궁한다거나 일본에 진출한 한류스타들이 독도는 한국 땅이라고 말하면 그에 동조하는 젊은 층이 늘어날 것이니 한류스타들을 제재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이건 누차 지적하지만 지나친 처사다. 게다가 이런 일이 벌어질 때마다 내가 하는 질문이 있다. 


"비분강개하는 건 네 자유니 내가 뭐라고 할 것은 아니지만 그런 비분강개를 갖고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뭐냐?"


미안하지만 없다. 네가 비분강개하든지 일본 국기를 태우든지 하는 일들은 할 수 있겠지만 그 행위로 인해 독도문제가 현실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전혀 없다. 제 아무리 일본이 독도를 갖고 시비를 걸어도 여전히 우리가 실효적으로 지배를 하고 있는 상황은 변하지 않는다. 시비는 시비일 뿐 그것이 상황을 변화시키지 않는다는 말이다. 센가쿠 열도 역시 마찬가지다. 


만약 그 비분강개를 가지고 현실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면 방법은 단 하나다. '물리력'이다. 다시는 일본이 그런 소리를 하지 못 하도록 무력으로 손을 봐주면 된다. 그런데 말이다. 과연 한국이나 중국, 일본 중 어느 나라가 그런 미친 짓을 하려고 들까?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독도나 센가쿠를 문제삼는 부류는 두 가지다. 하나는 언급한 것처럼 실제로 시비를 걸고 물리력을 통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 부류다. 그러니까 전쟁도 불사할 수 있다는 부류들인데 미안하지만 이런 정신나간 인간들은 극소수에 불과할 뿐 아니라 대중들의 지지도 얻지 못하는 왕따들에 불과하다. 두번째 부류는 실제로 이런 시비를 통해 상황을 변화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 것이 아니라 자신들의 이득을 취하려는 부류들이다. 정치적인 문제를 일으켜 얻는 이득은 당연히 정치적인 이득이다. 그리고 이런 극단적 내셔널리즘을 통해 이득을 얻는 부류는 역사적으로 파시스트들이 대부분이었다. 


현실적으로 국가라는 조직이 막강한 위력을 발휘하는 상황에서 내셔널리즘 자체를 부인하기란 쉽지않은 일이다. 그러나 항상 주의할 것이 있다면 내셔널리즘이나 애국심이란 기제는 대부분의 경우 그 방향이 긍정적이라기보다는 부정적인 경우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부정적인 결과로 말미암아 발생하는 책임은 불행히도 모두가 함께 져야 한다는 점이다. 우습지만 그게 현실이다. 


비분강개는 보기엔 참 대단해 보인다. 그러나 현실에선 그런 걸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p.s.

측근 비리부터 대통령 후보 시절의 비리문제까지 연이어 터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제 임기도 얼마 남지 않은 죄박이가 정치적인 발악을 하려고 온갖 미친 짓을 해대고 있다. 임기 초반 일본에게 온갖 저자세를 위하던 인간이 자기 사정이 급하니 막 나가는 것이다. 난 그런 미친 짓에 온 나라가 장단맞춰 춤추는 꼴이 아주 마땅치 않다. 


일이란 늘 그렇듯이 선후관계가 중요하다. 그리고 그 선후관계를 가르는 중요한 기준은 시간이다. 우리가 독도를 실효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이상 시간은 언제나 우리 편이다. 반면 정신대 할머님들 문제에 관한 한 시간은 결코 우리 편이 아니다. 무엇을 먼저 해야 하는지 그리고 어떤 문제에 대해선 그냥 침묵하는 것이 나은지 잘 판단해볼 일이다. 


p.s.2.

그리고 난 내셔널리즘이니 애국심같은 걸 별로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며 그런 걸로 사람들을 재단하려는 것들이나 경향에 대해서 아주 밥맛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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