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형은 그렇게 생각하면서 대체 왜 투표를 하는 거에요?"
그러니까 투표를 통해서 누가 되는 세상 크게 달라질 일은 없다는 것이 내 주장이었고 그 주장을 들은 후배 하나가 이렇게 물었더랬다. 하긴 누가 들어봐도 국가의 권력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도구인 투표를 통해서도 세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인사가 이 추운 날 굳이 걸음을 옮겨 투표장에서 근 한 시간여를 기다려 투표를 마치고 나온다는 것은 이상한 일이긴 했다. 물론 엄밀히 따지자면 '큰 변화'라는 것 자체가 허망한 기대일 뿐이라는 사실을 직시한다면 '큰 변화'가 아니라 '사소한 변화'를 위해서라도 투표는 하는 것이 마땅한 일이다. 그리고 나 역시도 투표를 해야만 하는 그런 '사소한 이유'가 있다.
두 군데에서 블로그를 운영한다. 처음엔 서로 다른 주제와 소재들로 운영해보려고 했었으나 이래저래 시간이 나질 않아서 그냥 두 블로그 모두 같은 글이 올라가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그 두 블로그는 글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면에서 유사한 형태를 하고 있다. 물론 그 이유는 익숙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나름 의미가 있는 것이 잇다면 두 곳의 블로그 모두 제목이 같다는 것이다. 'Don't Panic' 영화와 관련된 내 글에도 인용한 바가 있지만 난 이 글을 '쫄지 마라'로 해석하는 편이다. 그런데 대관절 왜 그런 제목을 단 것일까?
사실 거창한 이유없다. 그야말로 '쫄지 마라'는 것이다. 물론 그런다고 쫄지 않을 내가 아니지만 그래도 들어와 볼 때마다 새삼스럽긴 하다. 그리고 알다시피 이런 제목을 달게 된 이유는 죄박이 정권 이후로 사실상 인터넷에 대한 제재조치들이 현격히 늘어나면서부터다. 고작해야 쥐그림 그려서 공공시설에 부착한 이가 있다. 제 아무리 죄가 된다고 하더라도 기물손괴죄정도에 불과하다. 그런데 그런 이를 마치 역모라도 꾀한 죄인인 양 취급한다. 이것이 죄박이 정권 내내 이루어진 일이다.
민주주의의 가장 기초는 바로 '말 좀 하고 살자', 즉 표현의 자유인 거다.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어야 이 세상 어딘가에 어떤 사람이 어떤 일을 당하며 살고 있고 얼마나 곤란한 상황에 처해있거나 혹은 부당한 상황에 처해있는가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말조차 할 수 없다면 그건 민주주의를 밑바닥부터 무너뜨리는 일이다. 그런데 민주주의 국가임을 표방하는 나라에서 지난 5년간 벌어진 일은 시간을 거슬러 '빨갱이 마녀사냥'이 판치던 그 시절로 돌아가는 것이었다.
이런 것들이 내가 블로그 대문에 'Don't Panic'이라 쓰고 '쫄지 마라'는 부제를 달아놓은 이유이며, 큰 변화란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미망인가를 주장하면서도 꾸역꾸역 투표장으로 향한 이유기도 하다. 아직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지만 아마 적어도 앞으로 5년정도는 내 블로그의 대문 문패가 바뀔 일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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