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grafia

불후의 명곡 - 들국화 2.

The Skeptic 2013. 5. 19. 01:47

들국화 편이 2부로 끝이 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문명진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상을 받을만 했다. 그렇다고 다른 가수들이 그만 못 했는가 하면 그런 것은 아니지만. 


가수 '더원'의 등장을 본 불후의 명곡의 장점. 서바이벌이 아니란 것이다. 적은 점수를 받았다고 다음에 출연하지 못 하는 것도 아니다. 그야말로 가수들의 경연의 자리지만 승패 여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만들었다는 점이 '나는 가수다'와의 확실한 차별점일 것이다. 게다가 전설이 된 가수들(주1)의 노래를 후배 가수들이 다시 부른다는 일관된 포맷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차별성과 장점을 갖고 있다. 즉 접근하기 편해졌다는 거다. 그렇다고 '나는 가수다'보다 낫다거나 모자란다거나 하는 건 아니다. 설령 지금 보기엔 '불후의 명곡'이 '나는 가수다'보다 더 완결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하더라도 '나는 가수다'가 그 시작을 알렸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세르게인 에이젠슈타인이란 러시아의 오래된 감독은 이른바 '몽타주 기법'이란 편집 기법을 창안해냈다. 즉 카메라가 모든 사실을 일일이 다 보여주지 않더라도 충분히 의미를 전달 할 수 있다는 것이고 그래서 장면과 장면 사이를 과감하게 잘라내도 무방하다는 것이다. 당시엔 세세이션이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영화가 아니라 TV드라마에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는 흔한, 심지어 그것이 편집 기법이란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할 정도로 대중화돤 기법이다. 그러나 에이젠슈타인이 창안하고 정식화시키지 않았다면 우리는 그것을 대중적인 것으로 받아 들이지 못 했을 것이다. '나는 가수다'가 가진 퇴색되지 않은 의미는 바로 이것이다. 


100회 특집 들국화 1,2부를 보고난 소감은 일단 먼저 쓴 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여전히 들국화의 노래는 따라부르기도 새롭게 해석하기도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부에선 재해석이란 측면에서 1부보다 나았다고 볼 수 있다. 그리고 개인적으로 그 공은 전적으로 네 명의 가수에게 있다고 본다. 알리, 스위소로우, 문명진과 허니 패밀리, 바비킴이 포함된 부가킹즈. 그리고 여기에 하동균을 보탠다면 내가 이번 꼭지에서 꼽은 베스트 가수들이 된다. 단 몇 가지 다른 점은 있다. 


스위소로우는 거의 매번 등장할 때마다 새로운 것을 보여주는 좋은 팀이다. 울랄라세션이 특정한 틀에서 벗어나지 못 한다면 스위소로우는 좀 더 다양한 면을 볼 수 있다. 반면 저번 왕중왕전에서 부른 '거짓말이야'라는 노래의 재해석본이 너무나 엄청났기 때문에 이번 편곡 역시 썩 괜찮았음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으로 묻힌다는 아쉬움은 있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언제나 평균 이상, 기대 이상을 충족시켜주는 팀이다. 


노래가 끝나고 판정이 끝난 이후 알리는 '뮤지컬이 대세다. 뮤지컬을 시작해야겠다'는 이야기를 하더라. 그런데 개인적으로 현재 알리에게 그런 것이 필요한 이유는 잘 모르겠다. 곡의 초반부와 클라이맥스를 전혀 다른 분위기로 이끌어 가면서도 전혀 위화감이 들지 않는다는 건 대단한 능력이다. 그리고 이야기의 기승전결이란 면에서 보자면 노래 한 곡에 극적인 요소를 담고 있기도 하다. 적어도 이번 경연에서 그런 능력을 제대로 보여준 이라면 더원과 알리가 유이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출륭하다고 본다. 


물론 이런 의견엔 내가 개인적으로 뮤지컬을 그다지 선호하지 않는다는 점도 있다. 특히 모든 대사를 노래로 표현하는 뮤지컬은 정말 별로다. 노래와 대사는 분명한 차이가 있다. 연극과 뮤지컬이 그래서 다른 장르인 거고 대사가 더 유용하다면 분명 대사로 전달을 하는 것이 더 낫다. 그리고 단순히 긴 시간동안 노래를 즐기기 위해서, 그러니까 지나간 옛 노래를 차용하는 맘마미아같은 류의 뮤지컬을 선택하는 것이라면 모르겠지만 그게 아니라 극을 중요하게 여긴다면 뮤지컬보다는 확실히 연극이 낫다. 


문명진과 허니패밀리, 부가킹스는 들국화의 노래를 완전히 자신들의 것으로 만들어 내려는 노력을 보였다는 점에서 가장 훌륭한 점수를 받을 만 했다. 개인적으로 문명진과 정동하가 판정대위에 섰을 땐 아마도 사람들에게 익숙치 않은 소울 창법을 구사하는 문명진이 정동하에게 질 거라고 봤다. 물론 결과는 반대였지만 그렇다고 내 생각이 틀린 건 아니라고 본다. 문명진에게 간 표중 상당수는 동정표가 아니었을까 싶기 때문이다. 그게 아니라면 함께 등장한 허니패밀리가 익숙한 노래, '남자 이야기' 그리고 이 노래보다 더 사람들에게 익숙한 'My way'가 삽입된 탓이 클 거라고 본다. 


부가킹스 역시 그런 면에서 찬사를 받을만 했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난 정동하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남은 팀이 문명진과 허니패밀리, 부가킹스라는 걸 알게 된 후엔 정동하가 우승하겠거니 싶었다. 그만큼 문명진과 부가킹스는 아직 우리에게 그렇게 익숙하지 않다. 물론 앞 글에서 언급한 정동하에 대한 내 견해는 여전히 유효하며 만약 앞으로도 계속해서 정동하가 그런 패턴을 유지한다면 개인적으론 록장르를 더 선호하는 편이긴 하지만 문명진이나 부가킹스보다 더 좋아할 것 같지는 않다. 


그리고 이번 불후의 명곡 들국화편 2부를 보고난 이후에 내가 가진 가장 아쉬운 장면. 


"문명진과 허니패밀리나 부가킹스는 힙합팀일까?"


예전부터 늘상 이런 의문을 갖고 살아왔다. 물론 그들의 음악이란 것이 어떤 곳에 비중을 더 두는가에 따라서 정의자체가 달라질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그렇더라도 이들을 힙합팀이라고 부르는 것엔 약간 문제가 있다고 본다. 이를테면 그런데 부가킹스나 문명진이 포함된 허니패밀리는 힙합팀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것이 내 판단이다. 


그것은 문명진과 바비킴의 존재 때문이다. 특히 이번 불후의 명곡에서 선보인 그들의 무대는 중간중간 랩하는 대목을 제외하면 분명 문명진과 바비킴의 소울창법이 돋보이는 무대였다. 심지어 그들의 노래는 소울중에서도 가장 초기 버전이라고 할 수 있는 흑인 영가, 그러니까 가스펠 수준의 편곡까지 보여주었다. 이처럼 소울 창법이 강조되는 노래의 경우든지 아니면 문명진이나 바비킴같은 뛰어난 소울 가수들이 참가한 팀의 경우라면 단순히 힙합팀이라고 부르기엔 분명 넘치는 부분이 존재한다. 


물론 애시당초 소울이 흑인음악이고 힙합이란 것 역시 같은 뿌리를 공유한다는 점에서 보자면 큰 문제는 아닐지 모른다. 그러나 소울과 힙합이란 건 분명히 다른 색깔의 음악이다. 그리고 난 음악적인 면에서 봤을때 소울이 힙합을 품을 순 있지만 힙합이 소울을 품는 건 힘들다고 보는 사람이고 따라서 바비킴이나 문명진 수준의 소울가수가 포함된 팀은 단순히 힙합팀이 아니라고 본다. 


물론 힙합에 대해 이런 이야기를 하면 힙합을 단순히 노래, 즉 랩이란 형식적 툭징을 가진 노래가 아니라 삶에 대한 어떤 태도를 지칭하는 것이라며 반발하는 사람들도 보게 된다. 그런데 사실 안 그런 음악 장르들이 있는가라고 반문하면 그에 대한 답 역시 힘들 것이다. 록은 두말할 필요도 없지만 최근엔 가장 무난한 음악 장르처럼 보이는 포크역시 50년쯤 전 미국에선 기성 세대에 대한 저항과 자유, 평화의 상징이었으며 가장 강력한 청년하위문화였다. 



주1)

'전설', 물론 어느 정도 예능의 색채가 강한 프로그램인지라 심각하게 접근하는 게 조금 우스울 수 있지만 내가 보기엔 이 '전설'을 선정하는 부분에선 약간의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리고 그 역시도 이것이 예능 프로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듯 하다. 예능은 대중성이 생명인 프로니까 말이다. 그래서 하는 말인데 100회를 넘어서 이제 어느 정도 사람들에게 알려질만큼 알려진 가수들의 순서가 끝나면 진정으로 전설인 이들을 한번씩 소개해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 대중음악의 역사를 다루는 다큐멘터리적인 속성을 더 가미하는 식으로 말이다. 


p.s.

사실 문명진을 제대로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일 것이다. 허니패밀리와 계속 함께 했다면 예전에도 보았을 가능성은 충분하지만 정확한 건 알 수 없다. 그렇다 보니 한 번 무대를 가지고 그를 평가하긴 좀 이를 듯 하지만 일단 이번 무대만으로 보면 내가 좋아하는 소풀 창법을 구사한다. 이런 류의 가수들중 내가 좋아하는 종류는 두 가지고 우연찮게 오늘 무대에 둘이 다 올라왔다. 가능한 한 최대한 기교를 자제하는 문명진 아니면 아예 가성으로 모든 것을 압도하는 바비킴. 이 둘 사이 어디쯤에서 어중간한 건 별로다. 내가 이정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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