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cografia

이종환.

The Skeptic 2013. 5. 30. 18:07

돌아가셨단다. 일단 애도를 표한다. 


그런데 사실 난 이종환에 대한 기억 혹은 추억같은 게 별로 없다. 비록 내가 과거의 일을 잘 기억하지 못 하고, 기억해야할 필요성도 잘 못 느끼는 사람이긴 하지만 말이다. 게다가 이종환이란 이름에 늘 따라 붙는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다. 김광한이나 김기덕 역시 마찬가지다. 비록 내가 내 나이 또래의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로 라디오 세대지만 말이다. 


라디오에 카세트 테이프, LP 시절을 거쳐 CD시대를 지나 이젠 MP3, OGG, FLAC 심지어 MQS란 무시무시한 방식까지 등장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지만 여전히 내 음악감상의 시작은 당시 기술적인 면이나 비용적인 측면에서 최선이라 할 라디오다. 그리고 당연히 그 라디오의 가장 중요한 구성요소는 DJ였다. 


요즘처럼 인터넷을 통해 수많은 정보를 접할 수 있었던 시절이 아닌지라 아무래도 DJ는 새로운 음악을 소개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존재라고 할 것이다. 그런데 그들에 대한 기억이 거의 없다는 건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는 DJ란 의미가 내겐 그다지 크지 않았다는 의미일 게다. 그럴만한 것이 이종환, 김광한, 김기덕처럼 당시 유명한 DJ들의 주요 임무는 새로운 음악을 소개하는 것이라기보다는 주로 이미 유행하는 메인 스트림의 음악을 들려주는 것이었다. 이를 테면 상영관이 몇 개는 되는 복합 상영관에서 블록버스터 영화만 틀어주는 형태였던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메인 스트림의 가치를 폄하하려는 건 아니다. 반면 이제 갓 어린 티를 벗고 음악의 세계에 입문한 건방진 십대 청춘이란 걸 감안하면 메인 스트림을 바라보는 시각이 어떠했을지는 안 봐도 알 쪼가 아니겠는가. 때문에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유행곡으로 채우는 라디오 프로그램과 DJ에 대한 평가는 박할 수 밖에 없었다. 당연히 DJ들의 입장에선 억울한 감이 있을 테지만 사실 어쩔 수 없는 일이기도 했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난 이종환과 당시의 DJ들에 대해 별다른 기억이 없다. 차라리 내 기억에 남아있는 DJ는 전영혁이다. 그 역시도 이탈리아의 아트록을 주로 다룬다는 한계가 있긴 했지만 사실 당시로선 그마저도 사막의 오아시스 수준이었다. 물론 지금은 고정적인 취향이라는 게 무의미한 수준이긴 하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 시절을 상징하던 인물이 세상을 등졌다니 문득 생각나서 해보는 소리다. 큰 의미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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