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염경엽 - 리틀 김성근.

The Skeptic 2013. 5. 28. 23:36

히어로즈의 염경엽 감독을 리틀 김성근이라 부르는 플랭카드가 등장했단다. 개인적으로 동의하는 편이고 한 편으론 반기기도 한다. 저번에도 말했지만 김성근 감독이 와이번스를 이끌며 '악의 제국'을 건설했던 시절의 야구가 지금보다 훨씬 더 박진감넘치고 재미있었다. 고로 어떤 식으로든 김성근 감독의 길을 따르는 감독의 등장은 나로선 반가운 일이다. 


물론 응원하는 팀의 감독이 그렇게 해준다면야 더욱 좋겠지만 사실 그건 다소 무리한 요구기도 하다. 기본적으로 김진욱 감독이 그런 타입의 감독이 아니기 때문인 탓이 가장 크지만 다른 이유도 있다. 과거 김성근 감독이 와이번스를 극강의 팀으로 만들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는 바로 선수단에 대한 장악력이었다. 지금도 자주 회자되지만 김성근 감독은 1군 경기가 없는 날이면 자주 2군 경기장을 방문했다고 한다. 그리고 선수들을 직접 자신의 눈으로 확인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부지런함과 장악력은 1군 선수들이 부상이나 부진에 빠질 때마다 2군에서 적절한 선수를 올려서 구멍을 메우는 용병술로 이어졌고 강하고 끈질긴 와이번스를 탄생시켰다. 


그와 함께 거론할 수 있는 특징중의 하나는 바로 선수들의 작전 수행능력이다. 과거 와이번스의 가장 큰 장점이라면 바로 감독이 낸 작전들을 거의 모든 선수들이 무리없이 수행해낸다는 점이었다. 기본중의 기본이기도 하지만 감독으로선 경기 전반에 대한 계산을 세울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중요하고 더불어 선수들과 감독간의 신뢰관계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단순히 작전을 잘 내고 잘 수행한다는 수준의 믿음이 아니라 그 이상의 의미가 있다. 


경기가 끝난 뒤 감독 인터뷰에서 간혹 패장인 감독이 '내 탓이오'라는 말을 하는 것을 자주 들을 수 있다. 그런데 그 경기를 잘 보면 감독의 잘못이라고 보기 힘든 경기들도 상당하다. 그런 경기를 지고난 뒤 감독이 '내 탓이오'라고 하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는 없다. 말로는 그렇게 하지만 내심 패배의 빌미를 제공한 선수들에 대한 서운함까지 사라지진 않을 것이다. 선수들 역시 마찬가지다. 선수들이라고 패배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모를 리가 없으니까. 이런 관계에선 감독의 입바른 소리와 선수들의 미안함만 배가 되는 상황이 벌어진다. 그런데 선수들이 감독의 작전을 원할하게 수행하고도 진 경우 감독의 '내 탓이오'란 발언은 진심일 수 밖에 없고 선수들 역시 패배의 부담을 가볍게 털어버릴 수 있다. 당연히 선수단의 분위기도 좋을 수 밖에 없다. 


이미 눈치를 챘겠지만 결국 리틀 김성근이란 별명을 얻기 위한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감독의 탁월한 지략과 전술이 아니라 선수들의 작전수행능력인 것이다. 


개인적인 견해지만 현재 가장 안정적인 밸런스를 자랑하며 고공행진중인 라이온즈와 투타에서 모두 구멍이 너무 큰 이글스 정도를 제외하면 나머지 팀들간의 순위 차이는 결국 이 지점에서 발생한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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