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안철수 신당.

The Skeptic 2013. 6. 6. 01:30

안철수 신당에 대한 이야기가 무성하다. 물론 안철수 신당이란 건 현재 존재하지 않는다. 단지 이야기거리를 만드는 것에 골몰하는 언론에서 만들어 내는 가상의 산물일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가상의 정당에 대한 지지도가 상당히 높다는 것 때문에 많은 이들의 관심을 끄는 것이다. 


아주 원론적이고 일반론에 입각한 이야기를 하자면 실제조차 없는 안철수 신당에 대한 지지율은 결국 새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열망이 반영된 결과라고 볼 수 있다. 뭐 정치에 관심이 있으며 상식적인 수준의 판단을 할 수 있어서 최소한의 주제파악정도는 할 수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는 내용이다. 그러니까 골수 야당 지자자였는데 박그네를 한 번 만나보곤 박그네 지지로 돌아섰다는 말을 별 문제의식없이 할 수 있는 수준만 아니면 가능한 말이란 거다. - 조금 더 이야기하자면 앞서 언급한 사람의 경우는 골수 야당 지지자가 아니라 영웅주의에 빠진 사람인 거다. 그러니까 무협지에 등장하는 난세의 영웅같은 것이 현실에서도 가능하며 심지어 민주주의 국가에서도 가능할 수 있다고 믿는, 그러니까 아직도 전근대적 봉건주의에 빠져있는 사람인 거다. 그런 사람에게 민주주의적 가치를 요구하는 건 무리한 일이다. 


그리고 그런 이야기는 이미 언론에서도 충분히 하는 이야기다. 난 다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민주당에 대한 이야기다. 최근 새로운 당대표와 지도부를 구성했지만 지지도는 여전히 바닥이다. 왜 그럴까? 저번에도 말했지만 시대가 필요로 하는 이슈를 선점하는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시대를 앞서가는 이슈는 처음 만들어낸 이들은 민주당도 새누리당도 아닌 진보/좌파들이었지만 어차피 그들이 그 이슈들에 대해 저작권을 주장할 것도, 저작권이 인정되는 것도 아닌 다음에야 가장 대중적인 정당중 누가 먼저 그걸 자신들의 것으로 만드는가가 더 중요한 문제였다. 


물론 민주당으로선 억울한 측면도 있을 것이다. 어차피 진보적/좌파적 이슈를 표절해먹은 것은 똑같은데 왜 새누리당이 그 과실을 모두 가져가는가 말이다. 게다가 같은 표절이라고 민주당이 더 잘 부를 수 있는 가능성이 충분한데도 불구하고. 저번에도 말했지만 홍보빨이 한 몫했고 착시현상이 또 한 몫했다. 여기까지는 민주당에 대한 군색한 변명이다. 


민주당 지지자들은 어떤 사람일까? 앞서 언급한 자칭 야당 골수 지지자지만 속내는 전근대적 봉건주의자이며 왕당파인 사람들, 그러니까 사실 '지지정당 없음'에 포함시켜도 무방한 이들을 제외한 나머지 민주당 지지자들 말이다. 


재미있는 사례를 들어보자. 내 주변의 지인들은 대부분 진보주의자다. 물론 진보주의자라고 해서 모두 좌파인 건 아니다. 우습지만 이 나라는 보수주의자만 되도 충분히 진보적이다. 아무튼 이념적 지향점은 조금씩 다르지만 분명한 건 진보주의자라는 거다. 그리고 각종 정치적, 경제적 이슈들에 대한 지지도를 보면 진보/좌파들이 만들어낸 정책안들에 대해 지지를 보내는 편이다. 그리고 어디 가서 정치나 경제와 관련된 이슈가 화제가 되면 말빨에서 밀리지 않는 내공들을 갖고 있기도 하다. 그런데 선거때면 대부분이 '사표효과'를 우려하여 전략적으로 민주당 출마자들을 뽑는 편이다. 


비록 내 주변 사람들이란 경험적 한계가 분명한 사례이긴 하지만 이 사례를 보면 재미있는 사실을 알 수가 있다. 넓게 보아 야당을 지지한다는 사람들 속에서 나름 주변 사람들에게 정치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여론 주도층의 역할을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민주당을 지지하는 이들이 아니라 '비판적 지지' 내지는 잘못된 선거 제도 탓에 '사표효과'를 우려하여 민주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란 점이다. 이념적으로 보자면 진보/좌파들이 만들어낸 정책들에 대해서 더 큰 호응을 보낸다는 점에서 좌파에 가깝기도 하다. 통계적으로 따지면 이런 이들이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다면 여론 주도층이란 걸 고려하면 상당한 영향력을 갖고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런데 그간 민주당은 '비판적 지지'를 자신들에 대한 충성인 양 착각한 것은 아닐까? 물론 그럴 가능성도 다분하다. 그리고 만약 그게 사실이라면 민주당은 참으로 아둔한 사람들이다. 이미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사례에서 보았던 것처럼 민주당 지지자들의 대부분은 민주당에 대해서 무조건적인 충성을 보이는 그런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의 눈에서 보자면 민주당은 자신들의 기대에 한참 모자라는 정당이다. 그런데 최근 몇 번의 선거가 끝난 후 민주당이 보인 모습들을 보자. 자신들보다 보수적인 새누리당이 이겼다고 우파적으로 변신해야 한다며 우는 소리를 한다. 


애시당초 민주당 지지자들로 분류되는 이들 중 정치적인 영향력이 상당한 이들은 민주당을 방법적으로, 선거공학적으로 찍어주는 이들일 뿐이다. 만약 우리 나라의 선거제도가 100% 정당명부제로 바뀌면 이들은 미련없이 민주당을 떠날 사람들이다. 민주당이 계속해서 영향력있는 야당 내지는 강력한 수권정당이 되고 싶다면 최소한 자신들의 지지자들에 대한 기본적인 안목부터 갖추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 주변의 지인들 대부분은 만약 안철수가 신당을 창당한다면 그리고 그 구성원들이 너무 생뚱맞지만 않다면 안철수 신당을 지지하겠다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구름먹고 바람똥' 카테고리의 다른 글

전태일.   (0) 2013.06.10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차.   (0) 2013.06.07
무엇이 더 비현실적인가?  (0) 2013.06.06
무기력한 진보, 불행의 시작.   (0) 2013.05.27
신자유주의에 대한 책임?  (0) 2013.0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