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 시절과 지금의 내가 가장 다른 점이라면 바로 '보수'에 대한 견해일 것이다. 누구나 그런 건 분명 아니지만 어린 시절의 난 보수를 무척 싫어했다. 보수가 사람들과 집단을 망치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의 난 조금 다르다. 자주 하는 말이지만 보수가 문제가 아니라 보수가 아닌 것들이 스스로 보수라고 자처하기 때문에 문제라고 본다. 그래서 난 지금 가장 필요한 것은 제대로 된 보수라고 보는 사람이기도 하다.
이 견해는 단순히 내가 사는 나라에만 통용되는 이야기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사안이라고 본다. 적어도 제대로 된 보수가 전 세계의 절대 다수를 점하고 있다면 지금 발생하는 문제들, 환경문제, 가난과 빈곤-기아문제, 국지적인 무력 충돌같은 문제들이 없어졌거나 적어도 현격하게 줄어들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글의 카테고리 제목처럼 현실은 늘 시궁창이었고 지금도 그렇다.
오늘자 뉴스를 보니 일제 식민 지배를 찬양하는 노인을 중년남이 때려 숨지게 만들었다고 한다. 죽일 의도가 있었던 게 아니라 때리고 보니 죽어 있었던 것이다. 그래도 죄는 죄다. 난 술먹고 흥분해서 폭력이 난무하는 사건에 대해선 별 관심없다. 그 폭력이 나를 향하지만 않는다면 말이다.
내가 주목하는 건 이 폭력사건(살인 사건이라 부르지 않는다. 난 살해의도가 없었던 살인사건과 살해 의도가 있는 살인사건을 구분하는 것이 맞다고 보며 그 의도에 따라 형량이 달라지는 것에도 동의한다)의 발단이다. 죽음이란 불행한 결과를 제외하고 말하자면 난 일제의 식민지배를 찬양한 노인의 가치관은 정말 잘못된 것이라고 본다. 물론 최근 뉴라이트 측에서 만들고 부실한 검증위원회에서 통과시켜준 교학사의 누더기 역사교과서같은 사례를 보고 있으면 적어도 그 나잇대의 사람들에게 일본의 식민지 지배는 찬양받을만한 사건으로 인식되고 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
그건 심각한 문제다. 반면 그렇다고 사람을 때린 중년남도 잘한 건 없다. 문제를 폭력을 해결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마는 실제로 그런 방식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믿는 이들은 일본의 식민지 지배를 찬양하거나 그런 극우 군국주의적 생각을 담은 교과서를 반대하는 이들을 협박하는 이들, 즉 일본의 극우파들과 사실상 똑같은 생각을 하고 심지어 약간의 시간차를 두고 그들의 행태를 그대로 따라하는 수준낮은 짓을 하는 이들이나 할 수 있는 생각이다.
그래서 다시 한번 난 '보수', 그것도 제대로 된 '보수'의 존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만약 우리 나라가 새누리당이나 이번 교학사 교과서, 그러니까 일본 극우파들이 만든 역사교과서와 사실상 동일한 주장을 담고 있는 교과서를 만든 뉴라이트들처럼 기본적인 사실확인 절차도 없고 최소한의 논리도 없이 그저 인신공격으로 일관하는 극우파들이 보수의 이름을 참칭하는 것이 아니라 진짜 보수가 다수를 이루고 있었다면 적어도 이런 불행한 사건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본다.
극우 파시스트들이나 할 법한 식민지배 찬양이 공공연히 이루어지고 그에 대한 대응이 폭력으로 이루어지는 사회. 이 모든 게 극우 파시스트가 여전히 권력을 잡고 좌지우지하고 있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인 거다.
큰 문제는 사람들은 그런 몰상식한 극우파들을 보수라고 인정해준다는 것이지만. 뭐 어쩌겠나. 그게 좋다는데. 재미있는 건 그런 게 좋다면서 일본의 극우파들은 싫어한다는 거지. 거기나 여기나 극우파는 별로 다를 게 없는데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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