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이파이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 답이 가능할 테지만 난 그 중의 최고는 '세계관'이라고 본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명확해야 주제의식이 명확해지고 그로부터 이야기가 나오며 그 이야기들중 주제의식가 동떨어지는 것들을 가지치기할 수도 있으니 덕택에 이야기의 집중도도 높아진다.
물론 애시당초 싸이파이물의 기본중의 기본은 과학적 지식이다. 그걸 부정하려는 건 아니다. 단지 너무 기본이라서 그런 것조차 제대로 모르면서 싸이파이물 영화를 만든다고 나댈 수는 없다고 본다. 그건 싸이파이물이 아니라 그냥 소재만 싸이파이인 드라마지. 이를 테면 외계인이 등장하지만 사실 외계인이 아니라 말하는 돼지가 등장해도 큰 문제가 안 될 듯한 '폴'같은 영화들 말이다. 펌하하려는 건 아니다. '폴', 내가 아주 좋아하는 영화다.
그걸 기준으로 볼때 성공적인 영화들은 꽤 많다. 그리고 최근에 가장 성공을 거둔 영화라면 역시 '매트릭스'다. 사실 그보다 훨씬 더 좋은 영화도 있다. 바로 '혹성탈출'이다. 많은 이들이 '스타워즈'를 생각할지 모르지만 불행하게도 '스타워즈'는 시리즈가 늘어날수록 '드래곤 볼'과 유사해지고 있다. 마블 코믹스를 바탕으로 만드는 대부분의 싸이파이물도 그런 편이다. 이것도 폄하라기 보다는 그런 영화들이 가지는 특징을 말하는 거다.
내가 이 영화 '엘리시움'을 보면서 '매트릭스'를 떠올렸던 것도 그런 것이다. 이 영화는 분명히 '매트릭스'가 될만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 비록 한 편이지만 미래 세계에 대한 상상력도 일관성이 있고 그 미래 세계와 관련된 명확한 주제의식도 있고 다양한 에피소드들이 등장할 여지도 충분히 볼 수 있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영화는 결말을 향해 너무 빠르게 달려가 버린다. 심지어 마지막 장면에 한 번 정도 등장할 법한 복선같은 것도 전혀 없다. 그러니까 '터미네이터'의 'I'll be back'같은 명 대사가 없다는 말이다.
왜 그랬을까? 이유는 잘 모르겠다. 물론 영화라는 게 한두푼드는 작업이 아니란 건 누구나 안다. 당연히 어지간한 거물급 감독이 아닌 다음에야 '이 영화는 반드시 3부작으로 만들어야 겠소'같은 소리는 할 수 없을 것이다. (주1) 그래서 일단 맛뵈기로 한 편 만들어보고 흥행에 성공하면 속편도 생각해보고자 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런데 그런 의도라고 보기엔 앞서 언급한 것처럼 결말을 향해 달려가느라 너무 바쁜 나머지 중간 과정이 통째로 편집당한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야기에 기승전결이 없다. 당연히 관객들에게 속편에 대한 기대감 내지는 궁금증을 안겨주지도 못 했다.
물론 다른 나머지 시리즈물들처럼 하다하다 안 되면 과거로 넘어가서 시작해도 된다. '엑스맨'이 그런 길을 걷고 있고 '배트맨'도 마찬가지며 '슈퍼맨'은 아예 그걸 TV용 드라마로 만들었다. 그런데 중요한 건 그런 시리즈물들은 '흥행에 성공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엘리시움'은 아마도 매 년 기대치만 높이다 사라지는 만년 유망주의 길을 갈 것 같다.
주1)
그래서 반지의 제왕으로 재미 좀 본 피터잭슨은 호빗가지고 똑같은 호객행위를 하는 중이다. 유치하게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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