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림팀' 프랑스 영화고 축구 영화다. 장르 구분상으론 코미디(...)라고 하는데 굳이 하자면 난 차라리 '판타지물'에 가까운 것 같다. 물론 코미디물이 다른 류의 영화들에 비해서 그런 속성을 좀 더 강하게 갖고 있긴 하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좋은 내용이고 나름 재미도 있지만 아무래도 정서적으로 공감은 잘 안 되는 측면이 있다. 결론부터 언급하자면 이 어색함은 내가 코미디물에 대해서 자주 언급하는 것처럼 '웃음 코드의 지역성' 탓이 아닐까 싶다.
일단 이 영화는 마치 일본의 청소년 스포츠 로맨스물과 많이 닮아 있다. 실제로 그런 만화를 주로 그리는 아다찌 미츠루가 그의 작품에서도 주인공들의 입을 빌어 은연중에 고백한 것처럼 '착한 사람들이니까'같은 느낌이랄까.
이런 만화들의 특징은 사건의 개연성을 그리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 거다. 평범한 소년이 고교야구계를 호령하는 초특급 투수가 되지만 그렇게 되는 과정같은 건 그냥 가볍게 건드리고 마는 식이다. 심지어 기본도 안 된 야구부원들이 1년여만에 고교야구에서 나름 수준급의 선수가 되는데 그에 대한 자세한 설명은 생략하는 것이 보통이다. 그나마 그에 대한 설명도 앞서 언급한 '착한 사람들이니까' 한 마디로 끝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상하리만치 이게 설득력이 있다는 거다.
말하자면 이건 일종의 태도의 문제인 거다. 그런 류의 만화를 보는 이들은 이미 작가의 그런 의도에 기꺼이 설득당할 준비가 되어있는 셈이다. 현실에선 말도 안 되는 일이 만화속에서 벌어지지만 독자들은 그에 대한 위화감을 별로 느끼지 못 한다. 우리가 흔히 '로맨틱 코미디'라고 부르는 드라마들을 보면 이런 현상이 무엇인지 잘 알 수 있다. 말도 안 되는 인물과 설정, 이야기 전개가 보통이지만 아무도 그런 걸 시비걸지 않는다. 그게 그런 드라마들의 기본적인 속성이니까.
그런데 아다찌 미츠루의 청소년 스포츠 로맨스물에 대한 내 태도는 매우 호의적인 반면 이 영화 '드림팀'에 대해선 그 정도까지는 아니었다. 왜 이런 차이가 발생하는 걸까? 아마도 그 차이는 프랑스 혹은 유럽 아니면 서구인들에게 일반적으로 잘 먹히는 웃음코드가 나와 안 맞았던 탓인 것 같다. 실제로 이 영화는 코미디적인 요소들이 꽤 많이 실려있다. 그런데 사실 난 그것들이 그리 재미있지 않았다. 반면 아다찌 미츠루의 만화는 그런 위화감이 별로 없었다. 내가 일본식 웃음코드에 익숙한 탓도 있을 테지만 그 이유의 저변엔 그만큼 알게 모르게 우리와 일본의 문화적 교류가 왕성하기 때문이란 이유가 숨어있을 것이다.
그냥 '착한 사람들이 나오는 영화'고 당연히 그런 이들이 처한 곤란한 문제는 나름 환상적인 방식으로 해결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어차피 코미디 영화니까. 그런데 그 외적인 요소들과의 궁합이 맞지 않다보니 어색했던 것 같다.
그렇다곤 해도 축구 영화다 보니 영화내내 언급되는 유럽 축구계나 유명한 축구인사들에 대한 유머들은 깨알같이 재미있긴 했다.
P.S.
따지고 보면 사실 '착한 사람들이 복수를 위해 죽을 듯이 힘든 지옥 훈련을 이겨내고 마침내 승리한다'는 결연한 의지에 가득찬, 그러나 그래봐야 결국 판타지물에 불과한 영화들보다는 더 낫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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