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름먹고 바람똥

증명.

The Skeptic 2014. 4. 3. 23:49

(1) 어떤 사항, 판단, 이유등에 대하여 그것의 진위를 증거를 들어서 밝힘. 

(2) [논리] 어떤 정당한 사실, 곧 정리나 공리에서 출발하여 유효한 추론을 통하여 다른 명제의 참과 거짓을 밝히는 일. 


증명에 대한 사전적 정의다. 여기서 중요하게 볼 것은 '증거를 들어서 밝힘'과 '유효한 추론을 통하여'라는 부분이다. 즉 증명이 완결되기 위해서 필요한 과정을 표현한 부분이다. 뒤집어 말하자면 '증거를 들지 못 하거나' 혹은 '유효한 추론을 통하지 않았다면' 증명이라 칭할 수 없다는 말이다. 


황교안이라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란다. 그런데 이 인간이 '서울시 공무원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서 '조작이 아니다'라고 말했단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이 사건의 본질은 '간첩사건'이지 '조작'이 아니라는 것이다. 


법이란 게 그렇다. 내가 법에 대해서 잘 알거나 전공한 사람은 아니지만 법이야말로 앞서 언급한 '증명'과 그 사전적 정의에 가장 합당한 과정을 거치는 것을 생명으로 여기는 것이라는 건 알고 있다. 그래서 인간의 기본권인 신체의 자유를 부정하는 고문이나 협박을 통한 진술은 법정에서 유효한 증거로서 채택되지 못한다고 알고 있다. 그만큼 '증거', '유효한 추론'이 중요한 분야다. 


그런데 이번 사건에서 검찰은 국정원에서 위조한 서류를, 그것도 제대로 된 검증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채 제출했고 심지어 그 과정에서 중국 국가기관으로부터 위조에 대한 수사까지 의뢰받는 수모까지 겪었다. 그리고 얼마전에 위조 서류를 증거에서 스스로 배제하는 굴욕까지 겪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검찰과 국정원은 간첩사건의 본질은 사라지지 않앗다고 항변중이다. 


난 그들의 주장에 대해서 반박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그들이 그렇게 '믿는다'고 말하는 것까지 부정할 필요는 없다. 다만 내가 원하는 건 그걸 '증명하라'는 것이다. 그것도 다른 나라 공문서 위조와 같은 국제범죄 행위를 저지르지 말고 정당한 과정을 거쳐서 말이다. 게다가 법조계에서 종사하는 검찰은 응당 그렇게 행동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런데 검찰은 스스로 그런 자신들의 의무를 저버렸으며 국가 공인 정보기관이란 곳에선 외교관 신분을 남의 나라에서 사실상의 범죄행위를 저지르는데 악용했다는 점이다. 심지어 이런 상황에 대해서 법무부 장관이라는 인간까지 똑같은 인식을 드러내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사법부의 수장과 검사들이 법조인으로서 지켜야 할 의무를 지키지 않아도 된다는 선언을 하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이런 상황들이 연속적으로 터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정원이 정치적 중립 의무를 저버리고 특정 이익집단에서 유리한 행위를 자행했다는 것이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국정원장도 무사하고 국정원도 별다른 조치를 받지 않았으며 국정원이 남의 나라 공문서를 위조하고 그 위조된 증거를 가지고 간첩혐의를 씌우려 햇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부 수장이 그런 그릇된 행위를 한 이들과 똑같은 발언을 함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무사하다는 사실이다. 


박그네가 그랬다. '비정상화를 정상화해야 한다'고. 그런데 박그네의 눈에는 국정원이라는 국가 권력 기관이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않는 것이나 남의 나라 공문서를 위조하는 것, 그 위조된 서류로 간첩 혐의를 뒤집어 씌우는 게 정상이라고 보이나 보다. 


그래서 내가 자주 하는 말이다. 남한의 자칭 보수들은 보수가 아니라 그냥 '몰상식한 광신도 집단'이라고 말이다. 


그런데 어쩌겠나? 남한 주민들의 절반 이상은 그런 몰상식한 인간들이 좋다는데 말이다. 



P.S.

이번 간첩 조작 사건을 보고 있으면 한때 유행한 광고 한 편이 떠오른다. 어느 건강식품 회사 사장님이 직접 출연해서 외쳤던 바로 그 말 말이다. 


"남자들한데 정말 좋은데 뭐라고 표현할 방법이 없네."


그 광고는 우습기라도 했다만 이번 황교안의 발언은 어이없고 불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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