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지나친 설레발은 금물이지만.

The Skeptic 2015. 4. 6. 14:55

그래도 역시 모든 스포츠 종목 관람의 핵심은 '예측'. 


1.

타이거즈에 대한 평가가 뒤집어 지고 있다. 이미 두 번에 걸쳐 언급한 바가 있다. 기존 수비의 중앙라인이 붕괴되었다. 주전 유격수와 2루수는 군대에 갔고 중견수는 이적했으며 포수는 목하 부상중이시다. 그러나 그 기존 중앙라인이 압도적인 기량을 보인 선수들이 아니란 점에서 난 경기력에 큰 타격은 없을 거라고 봤다. 


두번째는 내가 착각하고 있었던 지점인데 요 몇 년사이 타이거즈는 그야말로 부상병동이었다는 점이다. 생각해보면 특히 작년 시즌엔 베스트 라인업이란 걸 제대로 꾸려진 걸 본 기억조차 없을 지경이다. 아마 그래서 선동열 감독이 경질될 당시에 지나친 처사라는 견해를 표명한 바가 있다. 아무리 성적에 대한 무한책임을 지는 입장이라지만 부상까지 책임지는 건 그렇다. 


아무튼 이 두 가지 요소때문에라도 난 타이거즈가 약팀에 속한다는 평에 반대했었다. 오히려 반등이 가능할 팀이라고 봤다. 그리고 시즌 초반, 그것도 아주 초반까지는 그것이 사실로 드러나고 있는데 그 때문에 또 언론에서 설레발이 심각하시다. 일단 시즌 초반 2주차에 드러난 성적만으로 경기력 전체를 평가한다는 것 부터가 어불성설이다. 전통적으로 슬로우 스타터로 알려진 팀은 4월이 아니라 5월에나 접어들어서야 제 경기력을 발휘하는 경우도 있는데 말이다. 


게다가 단순히 시즌 초반이유만이 아니라 다른 이유도 있다. 중앙 수비라인이 무리없이 메워졌다. 그런데 이걸 뒤집어 말하면 기존 중앙 수비라인보다 크게 나은 건 또 없다는 의미기도 하다. 아무리 수비가 중요한 포지션이라지만 그래도 타선에서 세 자리를 차지하는 선수들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실 그 지점에선 큰 임팩트는 없다. 당장 큰 문제는 아니지만 뒤이어 거론할 문제와 연결되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진다. 


요 몇 년사이 타이거즈는 부상병동이었다. 이 말이 의미하는 바는 시즌 도중 또 다시 부상병동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의미다. 타선의 중심에서 브렛 필과 나지완을 제외한 나머지, 최희섭, 이범호, 김원섭은 언제든 부상의 가능성이 다분한 선수들이다. 게다가 김주찬 역시 의외로 많은 잔부상을 달고 사는 선수다. 만약 이들이 줄줄이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게 된다면 단순히 그들의 자리만 비는 게 아니라 앞에서 언급한 세자리가 동시에 부진해질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단지 타격력이 문제가 아니라 짜임새있는 공격을 가능하게 만드는 타선이 무너진다는 거다. 


시즌 초반 거론된 약점이 사실 큰 약점이 아니라고 봤지만 정작 그 문제가 다시 터진다면 역시 약팀으로 전락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나마 다행이라면 윤석민이 돌아온 투수력이 어느 정도 버텨준다면 그 상황에서도 어떻게든 버틸 가능성이 크다는 점일 게다. 물론 부상 문제가 크게 부각되지 않느다면 누차 강조하지만 가장 짜임새있는 팀중 하나기도 하고. 


2.

자이언츠에겐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하나 있다. 최근 몇 년사이 안정적인 전력과 성적을 내면서 많이 사라지긴 했지만 그래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기억하는 그 별명은 바로 '봄데'다. '봄에만 잘 하는 자이언츠'란 소리다. 그렇다면 여기서 '봄에만 잘 하는'이란 문장이 어떤 의미를 갖고 있을까 아니면 그저 우연의 산물일까?


굳이 의미를 부여하자면 이런 측면은 있다. 기본적으로 시즌 초반은 투수에게 유리하다. 모든 선수들이 시즌 개막에 맞춰 준비를 하는 건 맞지만 야구라는 경기의 특징중 하나, 일방적인 공격을 가하는 포지션이 투수라는 점, 게다가 시즌 개막전까지 굳이 다른 팀 타자들에게 구위나 구질을 보여줄 필요가 없는 포지션이라는 점이 겹쳐지면 아무래도 적응이 필요한 것은 타자지 투수가 아니다. 뒤집어 말하면 우연이든 실력이든 타력이 우수한 팀이 봄에 더 좋은 성적을 낼 가능성이 크다는 말이다. 


문제는 타력이란 건 터지면 죽음인 로또지만 안 터지면 본전도 못 찾는데 반해 투수력이나 수비력은 매달 정기적으로 고정적인 금리를 받는 적금과도 같다. 엄청난 이득이 가능한 건 아니지만 계산이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그리고 세상사의 대부분이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것에 큰 목적을 두고 있다는 걸 감안하면 투수력과 수비력만큼 믿을만한 것도 없다. 


'봄데'라는 다소 달갑지 않은 평이 따라붙은 것도 그런 측면이 반영된 것은 아닐까. 난 그렇다고 본다. 그렇다고 최근 자이언츠의 전력이 '봄데'라 불리던 시절처럼 극악의 밸런스를 자랑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지적할 부분은 있다. 이미 시즌 초반에 난 자이언츠가 히어로즈 버전 2가 되기론 한 것 같다는 이야기를 한 적이 있다. 그렇다면 히어로즈 버전은 어떤 것일까?


강한 타력, 계투진, 수비력 그리고 약한 선발진. 최근 몇 년 사이 히어로즈가 보여준 모습이다. 대체로 어느 정도는 작정하고 팀을 그렇게 꾸려간 측면이 강하다. 물론 수비력과 투수력에서 가장 큰 요소가 선발진이라는 것을 감안하면 한 편으론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것이라는 느낌도 있지만 말이다. 기본적으로 투수진과 수비력이란 게 가장 구성하기 힘들다는 걸 고려하면 비록 편법처럼 보이지만 이것도 분명한 방법중의 하나다. 


현 시점에서 보자면 올 시즌의 자이언츠 역시 그렇게 운영될 가능성이 크다. 물론 그건 선발진의 누수때문에 발생한 여파다. 문제는 타력은 여전히 강하고 수비력도 지난 시즌 전력을 유지 혹은 약간 하락한듯 한데 문제는 계투진이다. 장원준을 내보내면서 모두의 예상과는 달리 베테랑 불펜 투수인 정재훈을 보상선수로 지명한 것이 그런 측면을 보여준다. 그래서 난 믿고 쓰는 베어스표, 특히 자이언츠와 궁합이 잘 맞는 베어스포 투수진의 활약이 중요하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이들이 시즌 초반 삐걱거린다. 시즌 초반이라 치부하기엔 조금 애매한 게 일단 정재훈은 베테랑이다. 그런 것에 좌우될 만한 짬밥이 아니고 김승회도 그런 것에 구애받는 타입이 아니다. 그런데 삐걱거린다. 김성배는 여전히 부상의 우려가 크다. 일단 시즌 초반은 문제가 없지만 사이드암이나 언더핸드 투수에게 특화된 형태로 나타나는 부상이 허리부상이고 재발의 우려 역시 축구선수의 햄스트링에 버금가는 수준이란 걸 감안하면 불안감은 여전하다. 만약 이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동반 부진에라도 빠진다면 그야말로 '봄데'로 잔락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그렇다고 자이언츠의 다른 계투진이 부실하다는 의미는 아니다. 다만 양자체가 부족하다는 건 어쩔 수 없다. 그런 측면에서 베어스에서 순차적으로 넘어온 불펜 투수가 세 명이라는 건 차지하는 비중도 그만큼 크다는 의미인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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