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시리즈가 열리기 전에 베어스의 김태형 감독은 언론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다. '아직 시즌초'라고. 1위인 라이온즈와 2위인 베어스가 격돌하는 경기다 보니 아무래도 언론은 그 쪽에 초점을 맞추었을 테고 그에 대한 김태형 감독의 답은 그랬다. 그런데 난 사실 그 답을 내놓던 당시에도 납득하기 힘들었지만 오늘 경기를 보니 더더욱 납득하기가 힘들어졌다.
144경기를 치른다. 아직 30 경기도 치르지 않았으니 시즌 초반인 것 맞다. 몇 경기 연승연패에 따라 순위가 뒤바뀌는 시즌 초다보니 굳이 상대팀을 가린다는 게 큰 의미는 없을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와중에도 신중을 기울이고 때론 전력을 다 쏟아부어야 하는 경기도 있다. 단순히 중위권 싸움이 아닌 선두권, 나아가 우승을 노리는 팀이라면 더더욱 그래야 한다.
특히 가을에 만나게 될 가능성이 높은 팀을 상대하는 경우라면 조금 더 그런 자세를 견지할 필요가 있다. 단순한 기세싸움이 아니다. 우리가 전력으로 나서면 상대도 전력으로 나서게 마련이고 그런 결과물을 통해 상대의 전력에 대해서 조금 더 심층적으로 다가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 쪽 전력도 노출되겠지만 어차피 스포츠는 서로 톡 까놓은 상태에서 누가누가 상대보다 잘 하나를 겨루는 것이니 문제될 건 없다. 적어도 난 그런 주의다.
반면 긴 시즌 전체를 바라보면서 준비를 할 생각이라면 굳이 상대를 가릴 것 없이 정상적인 경기를 펼치면 된다. 그런데 오늘 5월 2일 벌어진 베어스 대 라이온즈의 경기를 보면서 과연 김태형 감독이 진짜로 그럴 생각이 있어서 언론앞에서 그런 말을 한 건지 의심스러워졌다.
문제의 8회말. 이미 선발 투수 마야의 투구수가 꽤 된 상태였다.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7회까지 한계 투구수에 육박하는 공을 던지 선발투수라면 8회에 교체하는 것이 정상이다. 그런데 김태형 감독은 그러지 않았다. 심지어 선발 투수가 신체적인 불편함을 호소하는 상황에 이르러서야 교체했다. 물론 이미 그 때쯤이면 불펜투수들이 준비를 하고 있었을 시점이니 투수 교체 자체가 무리한 것은 아니었을 게다.
그러나 결과는 안 좋았다. 물론 감독이나 코칭스텝들이 불운한 부상까지 다 예측할 순 없다. 그로부터 파생된 혼란으로 인해 져도 크게 탓할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난 '정상적인 경기운영'을 강조한 김태형 감독이 왜 선발투수를 8회에도 마운드에 올렸는지가 납득이 되질 않는다. 비록 선발투수인 마야가 그걸 원했을지도 모르지만 솔직히 그걸 들어줄 상황은 아니었다.
이미 마야는 이전에도 노히트 경기란 대기록을 세운 바가 있다. 그 경기에서 많은 공을 던졌고 결국 선발 로테이션을 한 번 걸렀고 그 이후 등판 경기에선 투구내용이 좋지 않았다. 선발 투수가 무리를 하게 되면 그 후폭퐁은 그런 식으로 다가오는 법이다. 게다가 이미 전날 경기에서 선발진의 한 축인 장원준마저 팔꿈치 통증으로 물러난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경기 운영'을 강조하는 감독이라면 당연히 선발진의 보호에 더 신경을 썼어야 했다. 그런데도 김태형 감독은 8회에도 다시 선발투수를 마운드에 올렸다.
난 전혀 납득이 되질 않는다. 과연 김태형 감독이 주말 시리즈에 앞서서 한 언론인터뷰는 잔심이었을까? 난 아니라고 본다. 그리고 만약 계속해서 그런 식의 근시안적 행태를 보인다면 불행하게도 올 시즌 베어스는 역시나 우승에 실패할 거라고 본다. 최악의 경우까지 예상해 보자면 그런 근시안적 행태는 당연히 선수 기용에서도 문제를 드러낼 것이고 대부분 그 결과는 부상과 부진으로 이어지는 법이다. 시즌 막판 몰락하는 팀들의 전형적인 모습.
늘상 우승 언저리에서 머무르는 바람에 감독 자리가 추풍낙엽만도 못한 신세인 팀의 감독은 늘 그렇듯 조급증에 시달리게 마련이다. 그래서 납득하기 어려운 결정들이 빈발하기도 한다. 심지어 불러오는 감독들마다 내부 수혈이거나 혹은 구단 선수 출신 감독을 불러오는 경우라면 더더욱 그럴 가능성이 더 크다. 팀의 일관성이란 면에선 장점이 있을지 모르지만 팀을 개선시키는 문제에선 약점을 노출할 수도 있다. 지금 베어스의 상황이 그래 보인다.
물론 난 지금 현 감독인 김태형 감독이 그 문제를 슬기롭고 강단있게 헤쳐 나가길 바라는 사람이다. 심지어 그 이전 감독들이었던 김진욱이나 송일수 감독에게도 그런 것들을 바랬었다. 하지만 감독이 세 명째 바뀌는 동안에도 그런 문제는 크게 해소된 느낌이 들지 않고 오히려 신임감독들에게 더 큰 짐이 되고 있는 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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