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츄어리즘

야구 이야기 - 슬픈 예감, 불문율.

The Skeptic 2015. 5. 25. 02:49

1.

이 즈음이면 슬슬 야구팬들사이에선 이런 말들이 나올 법 하다. 각 팀이 야구팬들마다 시즌 전에 예상했던 나쁜 사니리오들이 현실이 되는 사례들이 슬슬 등장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트윈스 팬들의 가장 큰 우려였던 베테랑 줄부상은 오늘 자로 완벽하게 실현되었다. 트윈스 팬들사이에선 '강제 리빌딩'이란 자조섞인 표현들이 나오고 있다. 타이거즈 팬들의 부상에 대한 걱정은 이보다 더 일찍 현실이 되었고. 그나마 이들에게 위안이 될만한 상황이라면 시즌 아웃까지 간 선수들이 많지 않다는 정도일 것이다. 


그런데 사실 이 두 팀보다 더 불안감에 휩싸여 있는 이들은 자이언츠일 것이다. 부상으로 이탈한 선수가 많은 것도 아닌데 경기력은 악화일로다. 오랜만에 돌아온 엘꼴라시꼬 더비는 1차전, 2차전 합계 양 팀 모두 31점씩을 뽑아내는 대단한 공격력(이라 쓰고 대단한(...) 수비력이라 읽는다)을 보여주며 3차전에 대한 기대를 한껏 높였지만 결국 강제리빌딩에 들어간 팀보다는 그래도 슬럼프에 들어간 팀이 더 강하다는 걸 증명해주었다. 


오랜만에 다시 뭉친 엘롯기는 다소 이상한 의미로 올 시즌 프로야구의 흥행에 도움이 될 거란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런 와중에도 타이거즈의 보여준 행보는 승점 자판기가 되지 않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양현종과 스틴슨이란 원투 펀치는 리그 1위인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각각 1:0, 2:0이란 피말리는 스코어로 승리를 거두었다. 


이 두 경기의 핵심은 결국 강력한 선발 원투 펀치와 믿을만한 마무리다. 중간 계투진이 여전히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떨어지는 편이지만 선발이 길게 버텨주면 그래도 압박감 자체는 그리 크지 않다. 객관적으로 안 좋은 상황이라고 할지라도 그것을 이겨내고 나락으로 떨어지는 건 피해가는 힘은 결국 수비력에서 나온다는 것이다. 불행한 점이라면 트윈스와 자이언츠엔 그마저도 부족한 실정이라는 거. 


여전히 돌아온 노병들이 전선에 합류하면 분이기를 반전시킬 수 있는 힘은 있지만 아무래도 다른 팀들과 비교해보면 안정성이란 면에서 상당히 떨어진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그런 와중에 이번 주말 3연전에서 가장 눈여겨 봐야 할 팀은 다름아닌 와이번스다. 첮번째 경기를 제외한 두 경기는 그냥 베어스에게 일방적으로 밀린 경기였다. 심지어 그 승패조차도 사실 실책남발로 인한 와이번스의 자멸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마치 그 옛날 김성근이 강림하시기 이전 리그에서 손꼽는 승점 자판기 시절로 돌아간듯한 모습이었다. 안타는 내주되 보이지 않는 실책으로 인한 추가진루는 내주지 않는 것은 김성근이 심어놓은 효율적인 야구의 대표적인 사례지만 정작 그런 한때 그런 빈틈없는 플레이의 대명사로 불리던 그 시절의 와이번스가 아니었다. 


슬픈 예감이 드는 건 이런 류의 경기력이 집단 슬럼프의 조짐일 가능성이 크다는 거다. 


2. 

불문율이란 건 기록으로 정해놓은 것이 아닌 정서적 합의를 의미한다. (뒤집어 말하자면 이는 반드시 지켜야할 의무가 있는 건 아니란 의미기도 하다) 즉 상호간의 감정을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암묵적으로 따르도록 권장되는 규칙들인 셈이다. 그러나 역시 명확한 규칙은 아니기 때문에 그 불문율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는 상당할 수 밖에 없다. 이글스와 위즈의 경기 이후 위즈의 신명철이 이글승 선수단에게 화를 낸 것 역시 그런 이유다. 


하지만 이미 얼마전에 발생한 황재균 빈볼 시비에서 밝혔듯이 그런 불문율 역시 모든 상황에 기계적으로 똑같이 적용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불펜 투수들의 능력이 다른 팀에 비해 현저히 떨어지는 팀은 경기 종반 큰 점수차로 이기고 있어도 어느 순간 역전패를 당하기 일쑤다. 이런 상황이라면 위에서 언급한 불문율역시 곧이곧대로 적용할 수 없다. 


결국 불문율이란 암묵적인 규칙보다도 그것을 어떻게 해석할 것인가가 더 중점이고 이는 곧 상대팀이 처한 상황에 대한 이해가 바탕이 된다. 지나치게 방어적이라는 느낌이 들지도 모르지만 중요한 건 언제든 누구든 그런 상황, 즉 불문율을 어길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처할 수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