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EBS를 즐겨 보는 편이다. 뜻한 바가 있어서 그 채널을 선호하는 것은 아니고 요즘은 집집마다 달렸다는 외계인 접시달 돈도 아까웠고, 일년 내내 같은 내용을 재탕삼탕하거나, 의미없는 말장난질로 일관하는 프로들로 가득찬 케이블 티비따위의 아가리에 처넣어줄 돈은 먹고 죽을래도 없기 때문이다.
불행한 일은 요즘은 라디오조차도 그런 성향들로 도배되고 있다는 점이다. 부탁인데 제발 세상물정모르고 생각이라곤 없는 10대 삐리들이 더 이상 우리들의 아름다운 저녁 한때를 짜증과 언짢음으로 도배하도록 내버려 두지 말았으면 한다. 아니면 최소한 저녁 9시 30분부터 10시 30분까지는 모든 버스에서 라디오 트는 것을 법으로 금지해주길 바란다. 그 시간은 내가 지친 몸을 이끌고 퇴근하는 시간이다.
아무튼 라디오뿐만 아니라 티비역시 마찬가지다. 적어도 내 취향에 맞는 프로들이 하는 시간은 자정무렾이거나 넘어서이다. 그 이전 시간의 티비 프로들은 사실 봐도 그만 안 봐도 그만이다. 뉴스빼고. 이런 전차로 난 그 시간들을 EBS로 때우는 경우가 많다. 그리고 사실 맛만 잘 들이면 EBS프로그램들은 참 재미있는 것들이 의외로 많다.
오늘 티비를 보다 구스타프 클림트의 실제 사진을 봤다. 미술엔 영 젬병인 내가 특이하게 좋아하는 화가들이 있으니 그들이 바로 뭉크와 클림트다. 그렇다고 그들의 모든 그림을 다 좋아하는가 하면 그렇진 않다. 뭉크는 그 유명한 '절규'와 '마돈나'이외엔 아는 게 없고, 클림트 역시 'Mother and child'과 'The kiss'외엔 없다. 다른 작품들을 한 번도 안 본것은 아닐 터이지만 기억나질 않는 걸로 보아 기억하는 작품들에 비해 별 느낌이 없었던 듯도 싶다.
아무튼 그 구스타프 클림트의 실제 사진을 처음으로 봤다. 티비로. 보는 순간 '풋!'하고 웃음이 나왔다. 그간 그의 그림을 보면서 내 머리속에 자리잡고 있던 이미지와는 사뭇 다른 그는 화가라기 보다는 대머리로 굵은 땀을 흘리며 풀무질에 열심인 건장한 대장장이처럼 보였다. 물론 그림이나 대장간 일이나 대단한 손재주가 필요하다는 점에선 그리 다를 것이 없다. 하지만 '편견'이란 시각으로 보자면 외양은 전혀 상반되지 않던가.
그리하여 스스로에게 되묻기를 '겉모양은 그저 겉모양일 뿐'이라는 것이다.
이건 이거 그건 그거.
산은 산, 물은 물.
아름답고 현명한 단순함.
그걸 아는 자, 길이 보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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