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심형래에 대하여
<감독> 심형래는 늘상 이슈메이커였다. 그가 코미디언(개인적으로 난 심형래를 개그맨이라 칭하는 것이 못마땅한 사람이다. 적어도 그의 코미디는 지금의 개그맨들이 주로 하는 말장난과 분명히 다른 것이며 그것을 인지하지 못한채 개그맨이라 통칭하는 것이 싫다)이었던 시절보다도 감독이 된 후에 더욱 그렇다.
그가 감독이 되었던 초기, 이슈가 되었던 것은 늘상 불행히도 '저질' 논쟁이었다. 말하자면 그 유명한 '영구' 시리즈와 어설픈 공룡 시리즈 영화들이 그 대상이었다. 다 큰 어른이 된 입장에서 볼때 분명 그 영화들은 유치했다. 그러나 '저질이다'라는 판단은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 대상이 아동들임이 분명하게 드러난 영화, 따라서 당연히 유치할 수 밖에 없는 영화. 그 영화의 유치함을 놓고 '저질'이란 판단을 내리는 것이 오히려 몰상식한 행동아닐까? 그러나 그 때부터 시작된 이른바 심형래표 영화에 대한 근거가 빈약한 편견은 계속해서 이어진다. 주홍글씨가 된 셈이다.
시간이 흘러 이제 심형래는 또 한 편의 새로운 영화를 개봉한다. 영화 '디 워', 역시나 사람들은 또 말이 많다. 이런 표현은 좀 이상하지만 영화판의 적자가 아닌 이방인으로서의 그의 위치, 게다가 늘상 저질논쟁을 피해갈 수 없을 정도로 폄하되는 직업군 출신의 이방인, 그리고 우리 사회의 이해하기 힘든 우상으로서의 '지식인' 컴플렉스가 중첩되는 한 설혹 그가 최근 타계하신 잉마르 베리만 감독급의 영화를 만든다고 할지라도 뒷 말은 계속될 것이다. 적어도 '감독' 심형래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 폭은 딱 그 수준이며 누워서 침뱉는 행동 딱 그만큼이다.
<디 워>가 대안이 되지 못하는 이유
영화 '디워'에 대한 평가는 많은 부분이 영화 '괴물'과 정확히 맞닿아 있다. 아마도 영화 '괴물'이 상영되었던 당시 벌어졌던 논쟁이 똑같이 반복될 것이다. 말하자면 할리우드와 비교하여 턱없이 부족한 자본력으로 할리우드의 불록버스터에 도전하는 행위가 우리 영화산업의 미래가 될 것인가 하는 것인데 단순히 '산업'으로서만 바라본다면 아주 불가능한 일은 아니다. 그리고 영화 '괴물'과 '디워'가 그 가능성를 어느 정도 보여줄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생긴 것과는 달리 매우 치밀하고 열정적인 심형래 감독 역시 최근 영화 '디워'의 개봉에 발맞춰 각종 매스컴에 출연하여 그런 점을 역설하고 있다. 그리고 이런 주장은 그가 이른바 '신지식인'에 선정되었던 당시부터 지금껏 우리 사회의 주류가 된 이른바 '쥐라기 공원'이 현대 자동차보다 낫다는 논리와 맞닿아 있다. 문화의 힘이 단순하게 으로 환산되어 버리는 '절대자본주의'말이다.
여기에 함정이 있다. 심형래 감독의 발언은 한미FTA를 추진할 당시 노무현 정권의 발언들과 정확히 일치한다. 즉 한미 FTA협정이 미국이 주도하는 경제정책에 적극적으로 편입하여 성공을 거두자는 것을 주장한 것이라면 심형래 감독의 발언 역시 할리우드가 주도하는 영화정책에 적극 편입하는 것이 성공의 확률을 높인다는 주장이다. 물론 그들의 주장은 적어도 미국이 당분간 세계 경제의 강자로 군림하는 이상 아주 틀렸다고 보긴 힘들 수도 있다.
그러나 그것은 단지 '성공을 위한 하나의 방안'이 될 순있을 지언정, '삶 그리고 사람'을 위한 방안이 될 것인지는 미지수다. 아니 오히려 그들이 추종하는 바 미국식 질서라는 것이 미국내에서 구현되는 방식만을 놓고 봐도 '삶 그리고 사람'을 위한 방식이 될 확율은 결코 높지 않다. 미국식 질서란 소수의 성공을 위해 다수의 희생을 감요하는 방식이며, 그 희생의 목록엔 불행히도 생존의 영역까지 담고 있다.
아마도 영화 <디워>는 당분간 우리 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인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류의 영화로 구분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 영화가 한국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고 한국적인 냄새가 나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다 하더라도 한국 영화로, 그리고 한국 영화의 미래를 제시한 영화로 기록되긴 힘들것이다. 그러나 만약 미래의 어느 시간쯤에 영화 '디워'에 대한 평가가 내 예상과 정반대의 방향으로 이루어 진다면 아마도 그 때쯤엔 내가 여기서 이런 짓을 못 하고 있을 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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